분재처럼 펼쳐진 소나무 섬들… 고즈넉한 사찰 속 '꿈의 정원'

미야기현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고개만 돌리면 하루키 소설에 나옴직한 평화로운 풍광이 있는 미야기현으로 '힐링 여행'을 떠났다.
짧은 여정으로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이국의 정취와 순도 높은 휴식까지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입력 : 2019.12.26 09:00

    [일본 도호쿠 여행] 미야기현·야마가타현
    소나무 숲으로 덮인 260개의 섬… 日 3대 절경으로 꼽히는 마츠시마
    828년 창건한 국보 사찰 즈이간지와 오사키하치만구 신사
    풍부한 식자재… 300년 역사 가진 우라카스미 양조장·우설 요리

    미야기현은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의 중심지로 혼슈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오우산맥의 동쪽에 위치해 내륙 쪽으로는 산악 지형이, 바다 쪽으로는 넓은 평야가 자리 잡고 있다. 충청북도와 비슷한 면적의 땅에 약 25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약 100만여 명이 현청 소재지인 센다이시에 거주하고 있다.

    미야기현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센다이 도심 속에서도 귀를 찌르는 기계음이나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를 쉽게 듣기 어렵다. 짧은 여정으로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이국의 정취와 순도 높은 휴식까지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고개만 돌리면 하루키 소설에 나옴직한 평화로운 풍광이 있는 미야기현으로 '힐링 여행'을 떠났다. 일본의 3대 비경 '마츠시마', 국내에서 먹기 어려운 별미라는 '우설(규탄)', 그리고 일본 최고의 명주(名酒)로 꼽히는 우라카스미(浦霞)… 여럿보다는 혼자, 또는 둘이서 떠나면 좋을 소박한 청정 여행지다.

    [일본 도호쿠 여행] 미야기현·야마가타현
    ◆ 260여 개 섬이 줄지어 늘어선 '日 3대 절경'

    미야기현의 풍경 중 가장 먼저 봐야 할 곳은 단연 마츠시마(松島)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소나무 섬인 이곳은 히로시마의 이쓰쿠시마 신사, 교토의 아마노하시다테와 함께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곳으로 에도시대의 유학자 하야시 가호(林鵞峰, 1618~1688)가 자신의 기행문집에 일본에서 경치가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고 예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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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시마 해안과 고다이도를 연결한 붉은색 다리. 키 큰 삼나무가 양쪽으로 쭉 뻗어 있어 그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유영훈 기자

    이곳의 백미는 웅대한 경치와 아름다운 색상의 대비다. 구릉과 바다 위에 떠 있는 다양한 크기의 26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리아스식 해안으로 거대한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 위 떠 있는 섬들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여러 개의 섬 중에서 후쿠라 섬(福浦島)이 가장 유명하며 섬으로 연결되는 붉은색 후쿠라교(福浦橋)가 있다.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고다이도, 엔츠인 등 중요 문화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고개를 돌리면 무척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횡단보도 앞에 멈춘 것처럼 그냥 가만히 서 있게 된다. 삼나무가 흔한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소나무가 숲을 이룬 곳이라 그런지 마치 부산 송도에 온 듯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방파제에 걸터앉아 시간이 멈춘 듯한 해변을 보고 있으니 세상 자잘한 시름을 다 내려놓고 쉴 수 있을 듯 하다.

    ◆ 신사의 수도… 화려했던 에도시대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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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키하치만구 신사. 다테 가문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건축물로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모모야마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유영훈 기자

    미야기현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 1567~1636)다. 에도시대 전기까지 살았던 무장(武將)으로 센다이의 초대 번주(藩主)였던 그는 우리나라와도 악연이 있는데 임진왜란 때 참전해 진주성 전투에 참여한바 있다. 어릴 때 천연두에 걸려 오른쪽 눈을 잃었고 키도 작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한 일본의 위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이후 다테 마사무네는 센다이에 자신의 성을 쌓고 동북지방을 지배하면서 위세를 떨쳤다. 당시 지어진 센다이성은 350여 년을 버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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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다이 성터에 세워진 다테 마사무네 동상./유영훈 기자

    센다이성 외에도 1607년 다테 마사무네가 창건했고 모모야마 시대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오사키하치만구 신사와 일본 국보로 지정된 곳으로 1,2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인 즈이간지에는 다테 마사무네가 조선에서 가져왔다는 수백 년 묵은 홍백의 매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 풍부한 식자재… 최고 명주(名酒)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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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기현에는 센다이시를 중심으로 우설 요리집이 즐비하다. 소 혀를 숙성시켜 밑간을 해서 굽는 요리로 소금, 된장 등의 소스를 찍어 먹는다./유영훈 기자

    예전부터 미야기는 '에도의 부엌'으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식자재로 유명했다. 그중 우설(牛舌·소의 혀)은 한국에서 먹기 어려운 센다이의 별미로 일본말로 규탄(牛タン)이라 하는데 규는 소라는 뜻이고, 탄은 혀를 의미하는 영어 'tongue'에서 따온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일본 경제가 무너지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미군이 소고기 요리를 하며 먹지 않던 부위를 구워 먹던 것이 요리의 시작으로 알려졌다.

    소머리 부위 가운데 질감이 가장 독특한 부위인 우설은 간장 양념 외에는 별다른 양념을 바르지 않고 숯불에 구워 먹는다. "혀를 먹어도 될까"라는 약간의 불편함만 떨쳐낸다면 맛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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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고의 명주 중 하나로 꼽히는 우라카스미(浦霞)./유영훈 기자

    또한, 미야기에는 사케를 만드는 양조장이 약 30여 곳이 있다. 그중 일본 최고의 명주 중 하나로 꼽히는 우라카스미(浦霞)를 만드는 준마이긴죠 젠은 300여 년 전통의 양조장으로 첨가물 없이 쌀만을 이용하여 사케를 제조해 맛이 깔끔하고 상쾌하다. 2015년 '일본 올해의 사케' 금상을 받았으며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숍에서는 사케 외에도 지역 도예가들이 만든 사케 잔도 판매하고 있다.

    ◆ 여행 정보

    가는 길 국내에서 미야기로 가려면 센다이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센다이 직항편을 주 7회 운항한다. 약 2시간 10분 소요. 도쿄에서는 신칸센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먹을거리 우설 외에도 '완두떡' 즌다모찌와 어묵을 뜻하는 가마보코가 유명하다. 풋콩을 으깨 만든 페이스트인 즌다를 이용한 모찌와 함께 우유를 넣은 즌다 셰이크도 유명하며, 어묵 꼬치를 불에 구워 먹는 사사카마도 잘 알려져 있다.

    그 외 볼거리 오사키하치만구 신사 내에는 액땜나무가 있는데 운세가 좋지 않은 관광객은 악운패를 만들어 나무에 매단다. 이들의 악운은 매년 1월 14일 마쓰타키마쓰리에서 불태운다고 한다. 이 행사 때는 2,000여 명의 알몸 참배객을 비롯해 하룻밤에 10만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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