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풍경 그대로… 자연을 누리며 전통을 만나다

일본에 우리나라의 강원도가 떠오르는 초록으로 뒤덮인 땅이 있다. 일본의 혼슈섬 최북단 도호쿠(東北) 지방을 대표하는 미야기현과 아먀가타현이다.
멋진 풍경을 즐긴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비밀스럽고 뿌듯한 미소가 있는 이곳은 천혜의 풍광을 갖춘 곳으로 온천과 대자연,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식(美食)이 있는 힐링 여행지다.

입력 : 2019.12.18 10:00

    [일본 도호쿠 여행] 야마가타현·미야기현
    1000개 계단 올라야 만나는 '산속의 사원' 야마데라
    시간이 멈춰버린 듯 1900년대 풍경… 낯설면서 고풍스러운 긴잔온천
    삼림욕 명소 '하구로산'… 나뭇잎 소리 들으며 탐방로 산책

    일본에 우리나라의 강원도가 떠오르는 초록으로 뒤덮인 땅이 있다. 작은 별 같이 생긴 야생화들이 바람을 따라 고개를 흔들고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던 트레킹객들과 스쳐 지나며 눈인사하며 가벼운 미소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곳. 바로 일본의 혼슈섬 최북단 도호쿠(東北) 지방을 대표하는 미야기현과 아먀가타현이다. 

    멋진 풍경을 즐긴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비밀스럽고 뿌듯한 미소가 있는 이곳은 천혜의 풍광을 갖춘 곳으로 온천과 대자연,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식(美食)이 있는 '힐링 여행지'다. 도호쿠 지방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센다이를 중심으로 문화유산, 전통 축제 등 자랑할 만한 관광 자원이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 도호쿠 여행] 야마가타현·미야기현

    ◆ 1,000개 계단 올라 만난 산속 절경

    미야기현 센다이 공항을 출발해 버스로 1시간을 달리자 야마가타현 한가운데 자리 잡은 야마데라(月山)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정류소에 내리자 인근 온천탕에서 뿜어져 나온 옅은 유황 냄새가 풍겨온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길 여러 차례. 한가득 숨을 들이마셔 봤다. 상쾌한 공기로 가득 찬 폐에서 나도 모르게 "공기 좋다"는 말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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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데라 정상에 있는 노쿄우도(納経堂). 똑같은 풍경이어도 이곳은 야마데라를 찾는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 유영훈 기자

    '산속의 사원'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야마데라는 야마가타현의 대표 유적지로 860년 천태종의 승려 지카쿠 대사에 의해 세워졌다. 약 1,2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절로 산 전체가 경승지로 지정돼 있으며 작은 석불과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다. 병풍처럼 쭉 뻗은 기암절벽과 오랜 기간 풍화와 침식으로 생긴 이색적인 형태의 절이다.

    이곳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1,015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한시와 불경 문구를 새겨 놓은 비석부터 바위틈에 정교하게 표현한 여러 부처상이 오르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잠시 현실에서의 근심과 스트레스를 잊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면 비록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리지만 사원에 들어서기 전의 복잡한 일들은 하나씩 잊혀 간다.

    절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1,000개의 계단을 오르는 수고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전망대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면 눈에 비치는 모든 세상이 녹색으로 물든다. '평화롭다'는 건 이런 풍경을 이르는 말이 아닐까. 다소 외진 곳에 있어 사람이 찾아오기 힘들 것 같은데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 100여 년 전 모습 간직한 전통 료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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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잔온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저녁이 되면 고풍스러운 건축물마다 불이 들어오고 거리의 가스등도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련한 불빛을 뿜어낸다./유영훈 기자

    야마가타에는 이름난 온천이 많다. 특히 긴잔온천(銀山溫泉) 마을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다.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목조 온천장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 마치 그림엽서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은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했는데, 500여 년 전 한 광부가 강에서 솟는 온천을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10년대부터 료칸(旅館·일본식 전통 여관)이 강 양쪽에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곳 온천은 염화수소 함량이 높고 약산성을 띠기 때문에 신경통과 피부병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본 전역에 수만 개 있다는 편의점은 물론, 현대적인 호텔이나 대형 숙박시설도 이곳에는 없다. 덕분에 100여 년 전 온천마을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마을 곳곳에서는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소녀들이 수줍게 웃으며 길을 걷고 있다. 시대극을 촬영하는 영화 세트장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서서히 어두워지며 건물과 거리의 가스등에 불이 켜지면 순식간에 100년 전 다이쇼(大正·1912~1926)시대로 타임슬립한다. 마을 안쪽에 있는 높이 22m의 시로가네 폭포(白銀瀑布)에서 맹렬히 쏟아지는 물줄기도 장관이다.

    ◆ 태고의 신비를 품은 '치유의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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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구로산의 상징인 고주노토(五重塔). 금속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나무로만 만들어졌다.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른 수백 그루의 삼나무 숲에 둘러 쌓여 있어 더욱 운치 있게 느껴진다./ 유영훈 기자

    일본의 산악신앙을 대표하는 영산(靈山)으로 알려진 하구로산(羽黑山·414m)은 수령이 수백 년에서 천 년까지 이르는 압도적 크기의 삼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 유명 여행 안내서에서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은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2,446개의 돌계단을 따라 산중 수행을 하는 하구로산의 정진 수행 프로그램은 많은 서양인도 참여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하구로산의 상징이자 고주노토(五重塔)은 높이 29m의 5층 목탑으로 1966년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이 탑은 일본 동북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탑으로 1200년 전에 세워진 뒤 지진으로 허물어져 600년 전 새로 지었다. 탑 가까이에 천 년이 넘은 삼나무 '지지스기'(爺杉)가 주위 삼나무들을 호령하듯 우뚝 서 있다.

    삼나무가 울창한 숲과 푸른 이끼가 어우러진 산의 모습은 신비롭고 압도적이기까지 하다. 울창한 산속에 자리 잡은 사찰은 고요하지만, 힘이 넘친다. 압도적인 건축물들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나뭇잎이 흔들며 내는 '쏴' 하는 청아한 소리가 속세의 소음에 찌든 귀를 씻어주는 듯했다.

    ◆ 배 타고 즐기는 '일본 3대 급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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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미강 선착장. 사진에서는 잔잔해 보이지만 곳곳에 급류가 있다. 사계절의 모습이 달라 계절마다 아름다운 경관을 뽐낸다. 80년대 일본 인기 드라마 오싱의 배경지로 알려져 있다./ 유영훈 기자

    '산의 모양'이라는 뜻을 가진 야마가타의 수려한 산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가미강(最上川)으로 가면 된다. 이 강은 총길이가 229㎞에 이르는 일본에서 7번째로 긴 강으로 일본 3대 급류 중 하나다. 배를 타고 가면서 강 양쪽의 자연경관을 느긋하게 즐기는 뱃놀이가 백미로 뱃사공이 구성지게 불러주는 민요는 덤이다.

    배를 타고 가는 내내 수묵화에나 나올 법한 유려한 경치와 물길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멋진 풍경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봄에는 넘실거리는 벚꽃, 여름에는 푸른 녹음, 가을에는 산을 수놓는 화려한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며 수많은 관광객에게 많은 인기를 누린다.

    ◆ 여행 정보

    가는 길 국내에서 일본 야마가타로 가려면 센다이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센다이 직항편을 주 7회 운항한다. 약 2시간 10분 소요. 대중교통은 기차로 센다이 공항에서 센다이역을 거쳐 야마가타 역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먹을거리 야마가타현은 일본 전체 체리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체리 주산지로 체리로 만든 맥주 등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 음식이다. 전통적인 메밀국수인 이타소바와 츠메타이(냉)라면과 사케(청주)도 유명하다.

    그 외 볼거리 100년 전 만들어진 천연 농업창고 '산쿄창고', 게이샤 무용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소마로 공연 관람도 색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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