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쓸 떼 있는 고대 물건 잡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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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8.02 16:44

    플라톤의 알람시계부터 나노 기술까지 고대인의 물건에 담긴 기발한 세계사

    방구석 박물관 | 지은이 제임스 M. 러셀, 옮김이 안희정 | 출판사 북트리거 | 15,800원

    “지금 쓰는 그 물건의 역사를 알려 드립니다!”
    알아 두면 쓸 데 있는 고대 물건 잡학 사전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일상은 평범하다. 아침이면 알람시계 소리에 깨어나 냉장고에서 물 한 잔을 꺼내 마시고 화장실로 향한다. 변기에 볼일을 보고 난 뒤에는 우아하게 물을 내린다. 낮에는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달콤한 초콜릿이 주는 기쁨을 누린다. 그럼 고대에는 어땠을까? 의외로 아주 일찌감치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그들도 이용하고 있었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최초의 알람시계를 만들어 아침 일찍 제자들을 깨웠으며,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눈과 얼음을 이용해 음식을 차가운 상태로 저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미 5,000년 전부터 변기를 사용해, 로마제국 시기에 이르러서는 144곳의 공중화장실이 있었을 정도로 화장실 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물론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것들을 발견하고, 발명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고대인들은 불편함을 견뎌 냈으며 엄청난 노력을 했다.

    이 책에는 고대인들의 노력과 지혜, 빛나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흥미롭고 놀라운 고대 물건들의 이야기가 눈앞에 생생히 펼쳐진다. 오늘날 쓰이는 도구와 기계 중 많은 것이 꽤 오래전의 고대 발명품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다. 초콜릿이 정력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던 고대인의 사연을 읽을 땐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책은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지금 쓰는 그 물건의 역사를 알려 드립니다!”

    복잡한 세계사에 재미를 붙이기는 쉽지 않다. 수십만 년 전부터 근대까지 기나긴 역사를 꿰뚫기 어려운 데다가, 생소한 지명이나 인명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 전역의 고대 기기와 발명품의 역사를 훑으며 자연스레 세계사에 접근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치 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십만 년 동안의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에 온 듯하다. 총 여섯 개의 전시실에는 평범하거나 혹은 진기한 유물들이 가득하다. 화장품, 커틀러리, 면도기 같은 생활용품에서 시작해, 증기기관이나 크레인 같은 고대 유물에 숨은 기계 및 기술을 파헤치고, 오늘날 기술로 복원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것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높은 수준에 이르렀던 고대의 의학과 관련된 유물이나 군사 무기, 오늘날 과학기술의 바탕이 되는 고대의 과학기술까지 알아본다.

    저자 제임스 M. 러셀은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박물관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물건의 역사와 함께 유구한 세계사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독자는 적어도 5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럽의 뼈 도구 유물을 살피며, 머나먼 구석기 시절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관계를 파악하게 된다. 또 츄잉 껌의 역사를 읽으며 16세기 에스파냐 정복자들이 아스테카문명을 파괴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돌아보게 된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와 로마, 중국, 중세 유럽… 다양한 나라와 시기를 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사에 젖어들게 된다. 기원전 2000년대의 어떤 이집트인, 기원전 2세기의 어떤 아테네인, 또는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어떤 이탈리아인과 친구가 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현대인이 제일 똑똑하다고 믿는 현대인에게
    인간 문명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선을 안내하다

    대체로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을 위대하다고 여기며 고대인에 비해 현대인이 현명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내일 당장 우리가 무인도에 고립된다면 어떨까? 대부분은 불을 피우거나 물고기를 잡는 일도 하지 못해 눈앞이 깜깜할 것이다. 현대인이 누리는 것들을 사용할 수 없었던 고대인들은 치열한 고민과 끝없는 노력, 빛나는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생존의 방법을 찾았다. 그 속에서 피어난 고대인의 발견과 발명 앞에 우리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서기 300년에 만들어진 술잔(리쿠르고스 술잔)에 나노 기술이 쓰였으며, 지금으로부터 3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외과 수술을 시행하고, 기원전 6세기 무렵 인도에서 성형 수술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의 선조보다 결코 더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수백 년간 축적된 기술 발전에 의존할 뿐’이라고도 짚는다. 이 기발한 박물관 여행을 통해 고대인의 아이디어를 배우는 동시에 오늘날의 인간 문명을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기회를 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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