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와 스칼렛 오하라를 잇는 혁명적인 여성, '도라 대미지'

  • 조선닷컴 라이프플러스

    입력 : 2018.11.05 11:01

    도라 대미지의 일기 표지

    도라 대미지의 일기  
    벨린다 스탈링 지음 | 한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604쪽 | 1만6800원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한 압도적인 서사와 실감나는 인물들의 향연
    로맨스뿐 아니라 상류사회의 타락과 여성·인종문제까지 다룬 문제작

    사랑과 인생, 바다에 대한 많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가수 벨린다 스탈링의 데뷔작이자 유작인 『도라 대미지의 일기』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2007년에 출간돼 해외 유수 언론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이 소설은 겉으로는 신사숙녀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성별과 인종, 계급간의 차별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상류층의 은밀한 욕망에 혹사당하고 억압당했던 약자들의 사랑이야기이자, 남자들의 세계였던 제본사의 길에 뛰어든 여성이 악을 징벌하고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19세기 영국 사회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도라 대미지를 통해 오늘날에도 유효한 여성의 자립과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몰락한 집안을 건사하기 위해 병에 걸린 남편 대신 남자들의 세계인 제본사의 길에 뛰어든 도라. 그녀는 능력을 인정받아 거래처 디프로스를 통해 최상류층 의사인 조슬린 경과 비밀스러운 계약을 맺고, 설상가상 조슬린 경의 부인 실비아의 부탁으로 흑인 노예 딘까지 떠맡게 된다. 간질에 걸린 딸 루신다를 두고 협박하는 의뢰인들로 인해 마음대로 발을 뺄 수조차 없는 도라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건 태어나 처음으로 직시하게 된 스스로의 욕망과 딘에 대한 사랑이다.

    도라 대미지는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사랑과 행복을 성취하고 자아실현에 이른다는 점에서 제인 에어를, 몰락한 집안을 일으키고 사업가로 성공할 뿐만 아니라 주체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시킨다. 그녀의 성장은 개인적인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동성애자 잭의 아픔에 연민을 갖고, 딘을 통해 흑인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며, ‘제본에 종사하는 여성 조합’을 만들어 여성의 자립을 위해 힘쓴다. 도라는 희생당한 약자들을 위해 분노하고, 억압에 무뎌진 이웃 여성들에게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한다. 여성을 바로 서게 하는 건 남성의 시선이나 욕망이 아닌 바로 그녀들의 목소리다. 도라가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된 것처럼, 오늘날의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전보다 더 자유로워진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li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