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세계에도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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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0.22 13:31

    고독한 늑대의 피 표지

    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452쪽 | 1만4800원

    경찰계 최대 미스터리, "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사내야"

    오가미 쇼고는 경찰 표창 수상 100회에 달하는 최고의 형사지만 징계 처분도 최고를 기록하는 이율배반적 인물이다. “폭력단이 사라지면 우리 밥줄도 끊겨”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그는 수사의 명목으로 폭력, 금품 갈취,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야쿠자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소문을 몰고 다닌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을 괴멸하고 정의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거리의 폭력배들과 격의 없이 한담을 나누고 때에 따라서 절도와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노라면 경찰 소속인지 조폭 소속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뛰어난 직관과 통찰, 남다른 기억력을 발휘해 범죄 검거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경찰계 내부에서는 그의 존재 자체가 최대의 미스터리다. 수사망에 걸렸다 하면 무엇이든 물고 놓지 않으며 게걸스럽게 범죄 사건들을 해치우던 어느 날,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이 접수된다.

    실종자의 이름은 우에사와 지로, 금융회사의 경리로 종적을 감춘 이후 3개월간 행방이 묘연한 상태. 그가 속한 금융회사는 폭력단 가코무라구미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실상은 고금리 악덕 대부업체다. 부채를 갚지 못하면 여자는 유흥업소에 팔아넘기고, 남자는 장기 매매를 시킨다. 경찰은 가코무라구미가 혈안이 되어 우에사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특별반을 꾸려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한다. 우에사와 실종 사건과 더불어 폭력단 간의 총격전, 폭행, 살인 미수 사건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14년 전 미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오가미를 지목하는 한 장의 투서가 날아든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개의 야쿠자 세력은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졌다. 합법적인 도박 외길을 고집하며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오다니구미와 공갈, 협박, 사기, 폭력, 마약 밀매, 매춘, 고리대금업 등 온갖 악행을 일삼는 가코무라구미다. 오가미 형사는 야쿠자 세계의 상도를 지키는 온건한 폭력 조직 오다니구미 편에 서서 가코무라구미와 그 배후 세력인 이라코카이를 견제하며 암흑세계의 위계질서 확립에 나선다. 인간 사회에서 폭력단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인식에서 비롯된 오가미 식의 현실 논리인 셈이다. 인간의 부도덕한 본성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정의라는 것의 불완전성, 즉 그 명과 암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실종된 대부업체 직원, 히로시마 전역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거대 범죄조직, 일부가 삭제된 경찰 일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배후에 선 한 사람! 경찰과 야쿠자, 적과 아군, 정의와 불의가 뒤섞인 이전투구 속에서 철저히 감춰진 진실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차가운 전율과 함께 어느새 소설의 첫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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