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잠, 꿈, 욕망, 사랑, 아름다움, 광기, 그리고 위대함

  • 조선닷컴 라이프플러스

    입력 : 2018.11.23 10:19

    밤을 가로질러 표지

    밤을 가로질러 |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352쪽 | 1만6000원

    밤의 어둠, 욕망, 사랑, 아름다움, 광기, 위대함…
     
    우리에게 밤이란 무엇일까? 독일의 유명한 과학사가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밤을 가로질러』(원제 : Durch Die Nacht)는 과학, 문학, 역사, 철학을 관통해나가면서 ‘밤’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사색하는 교양 인문서이다. 저자는 잠, 꿈, 사랑, 욕망, 악, 어둠 등 밤의 여러 측면과 삶의 어두운 면을 우아하면서도 격조 높은 문체로 그려낸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낮이 아니라 ‘밤’이다. 악이나 욕망같이 인간에게 ‘어둠으로 인식되는 것’까지도 포괄적으로 다룬다. ‘밤’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저 먼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도시에 나타난 ‘밤의 종말’까지 다루고, 문학·과학·역사·철학을 종횡무진하면서 밤의 흔적, 밤의 욕망, 밤의 아름다움, 밤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저자의 빼어난 글 솜씨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과학적으로 '밤'은 지구의 그림자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둠의 비밀이 더 깊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밤’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셰익스피어나 괴테의 문학 작품을 폭넓게 인용해가면서, 밤에 대한 두려움, 욕망이 뒤엉킨 사랑, 도시와 궁전에서의 밤 문화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풍부하게 그려낸다. 포근하고 황홀하고, 달콤한 밤 측면뿐 아니라 외롭고 은밀하고 방탕한 밤 측면도 들춰내는 게 특징이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의 여파로 야경꾼이라는 직업이 생겨났고, 인공조명이 없던 과거에는 초저녁에 잠들었다가 한밤에 깨어 두세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잠을 자는 ‘2단계 수면 패턴’이 보편적이었다. 자연과학의 ‘밤 측면’도 흥미롭게 다뤄지는 부분 중 하나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사적으로 열정, 흥분, 들뜸, 꿈에 의해 창조적인 영감을 얻는 과학자들이 많았는데, 저자는 “밤 과학 없이는 위대한 과학이 발전할 수 없다”라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낮 과학이 아니라 열정적이고 들뜨고 직관적인 ‘밤 과학’을 부드럽게 조명한다. 마지막 장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주제는 ‘인간 속의 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악의 싹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깃들어 있다.

    이처럼 이 책『밤을 가로질러』는 창조적인 밤의 면모와 함께, 삶의 기쁨과 풍요로움은 밤의 어둠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는 사실을 사색적이고 낭만적인 문체로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 책을 끝맺는다. “삶은 밤을 통해 가치를 얻는다.”
    •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li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