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텔레비전'이라는 환상은 어떻게 21세기 현실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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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1.15 10:11

    텔레비전의 즐거움 표지

    텔레비전의 즐거움 | 크리스 호록스 지음
    강경이 옮김 | 루아크 | 308쪽 | 1만9000원


    19세기 문화의 상상 속에서 처음 등장했던 ‘텔레비전’이라는 환상은 어떻게 현실이 되었을까?

    현대인들은 텔레비전 없이 살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을 거치며 텔레비전이라는 인공물이 자의든 타의든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되는 수많은 이미지와 메시지는 오래전 모닥불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모아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람들은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이야깃거리에 기대 조금은 덜 부담스럽게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텔레비전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물임이 틀림없다.

    텔레비전이 현대인에게 차지하는 비중만큼 텔레비전에 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세기 문화의 상상 속에서(과학소설의 한 소재로) 처음 등장했던 ‘텔레비전’이라는 환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실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텔레비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정의되었는지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다. 문화 비평가 크리스 호록스는 이 책 《텔레비전의 즐거움》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며 텔레비전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그는 텔레비전을 크게 두 개념으로 정의해 접근하는데, 하나는 가전제품과 같은 ‘물질적 대상’으로서 텔레비전이고, 다른 하나는 ‘환상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매체로서 텔레비전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195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간 텔레비전이 사적 생활과 공적 생활 사이에서 어떠한 가교 역할을 했는지, 리모컨의 발명과 텔레비전 캐비닛의 등장 같은 또 하나의 ‘혁명’이 기업의 전략과 소비자들의 선택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들여다본다.

    책 후반부에서 지은이는 브라운관이 퇴출되고 평면과 곡면스크린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사물로서 텔레비전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상을 언급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소멸해가는 텔레비전과 소멸되어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텔레비전의 분투를 다루면서 텔레비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크리스 호록스는 “수많은 시기를 거치며 텔레비전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동시에 욕망하는 대상, 무시하는 동시에 환영하는 대상, 쳐다보는 동시에 그 너머를 보는 대상이었다”고 말하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텔레비전의 가치와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 책은 너무도 가까이 있는 사물이면서 수수께끼 같은 사물이기도 한 텔레비전에 관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역사책이자 비평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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