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갑과 을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권력 활용법

  • 조선닷컴 라이프플러스

    입력 : 2018.11.14 16:16

    나는 왜 지배받는가 표지

    나는 왜 지배받는가 
    모기룡 지음 | 반니 | 248쪽 | 1만4500원


    갑질이라 부르는 권력의 실체

    <뉴욕타임스>는 2018년 4월 14일 자 기사에서 ‘갑질’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서 ‘봉건 영주처럼 행동하는 상급자가 부하직원이나 하청업자를 괴롭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갑질’은 2010년 무렵부터 우리나라에서 갑이 을에 대해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유행어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속어처럼 보였으나, 이제는 뉴스에 매일 등장하는 공식 용어가 되었다.

    저자는 미디어의 새로운 트렌드인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이제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종류의 ‘권력’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미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시스템이지만,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발생한 새롭게 인지되는 ‘권력’은 어떤 모습일까?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권력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시청자 수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선택과 호감도가 그들의 권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인터넷 스트리머는 혼자서 프로듀서, 방송국 운영, 매니지먼트, 심지어 언론사의 역할까지 모두 도맡다 보니, 권력의 양상이 쉽게 관찰된다. 더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스트리머의 능력 차이가 발생했으며, 스트리머 중 일부가 권력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권력관계를 강제로 맺게 만드는 폭력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권력을 가진 스트리머는 신입 스트리머를 발굴하거나 자신과 친해지려는 스트리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었다. 이처럼 새로운 권력은 ‘관계’에서 형성되며 자발적으로 그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자발적으로 을이 되는 새로운 권력 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폭력적인 것, 상위자의 폭압으로 주로 생각해왔음을 지적하고 그러한 습성이 혹시 ‘폭력적 권력관계가 아닌 것까지 폭력적 권력관계로 착각’하게 만든 것은 아닐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갑)이 그 사실만으로, 폭력적 권력관계처럼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상적 권력관계에서 갑은 을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사회에서 권력은 사라질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상적 권력이 우리 사회에 안착하도록 제대로 권력을 인지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의 새로운 시각은 이런 우리들의 권력에 대한 시각을 올바로 잡아주는 단초가 될 것이라 믿는다.
    •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li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