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작은 섬, 세이셸… 열대 우림 속 色의 향연, 미소 띤 사람들

인도양에 흩뿌려진 115개의 섬, 세이셸…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지상 최후의 낙원', '에덴동산의 재림' 등의 수식어를 붙일 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주목 받고 있다.
걸어서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인 빅토리아… 가는 길 곳곳에 원시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희귀한 동식물을 볼 수 있다.

입력 : 2018.09.17 11:26

    기묘한 화강암 산·크림색 모래사장…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英 윌리엄 왕세손, 오바마 前 대통령, 베컴 부부 등 셀럽들의 단골 휴양지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마라톤 코스… 따스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은 덤
    천국에 비견되는 자연을 달리는 기분, 내 몸에 기분 좋은 에너지가 채워졌다.

    내게 있어 여행지는 색(色)으로 각인된다. 온통 에메랄드빛으로 깔린 바다 주변의 열대림은 다른 열대 지역의 비슷한 휴양지와 뭔가 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속이 뻥 뚫리는 인도양과 느린 속도로 흐르는 하얀 뭉게구름이 만든 총천연색 풍경은 딱 파라다이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먹고 싶으면 먹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바닷가 해먹에 누워 쉬고 싶으면 쉬면 된다.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인가 싶다.

    지도에서 마헤 섬을 보면 섬의 북부가 마치 엄지를 치켜세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엄지 모양의 좌측에 관광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보발롱 해변이 있다./유영훈 기자
    지도에서 마헤 섬을 보면 섬의 북부가 마치 엄지를 치켜세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엄지 모양의 좌측에 관광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보발롱 해변이 있다./유영훈 기자

    "혹시 세이셸이라는 나라 아세요?"라고 물으면 아마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정식명칭은 세이셸 공화국(Republic of Seychelles). 발음하기 조금 까다로운 이 나라는 인도양에 흩뿌려진 115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동쪽으로 1600㎞가량 떨어져 있으며 1976년까지 차례로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독립한지 42년 된 인구 9만여 명의 작은 섬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658달러(2017년 IMF 기준)에 달할 정도로 아프리카에서는 고소득 국가다.

    최근 세이셸이 주목을 받게 된 이유에는 유명 인사들의 발걸음이 한몫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신혼여행을 보냈으며 미국 오바마 前 대통령 가족, 베컴 부부가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연간 한국인 관광객이 약 2200명 정도로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여행지지만 영국 BBC, 미국 CNN 등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지상 최후의 낙원', '에덴동산의 재림' 등의 수식어를 붙일 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 세이셸의 심장…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도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10시간, 아부다비에서 세이셸까지 4시간 30분. 긴 여정으로 다소 피곤했지만, 경치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예전 '1박2일' 나영석 PD의 말을 떠올리며 출국장을 나섰다. 겨우내 정신 못 차리게 추운 한파가 찾아왔던 서울에서 느낄 수 없던 따스한 미풍이 분다. 구름도 달랐고, 햇살도 달랐고, 바람도 달랐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만으로도 길들지 않은 자연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세이셸을 대표하는 섬은 마헤(Mahe), 프랄린(Praslin), 라디그(La Digue)다. 그중 주도(主島)인 마헤는 세이셸의 115개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면적은 서울의 1/4 정도다. 세이셸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국립공항, 국립대학, 박물관 등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한 세이셸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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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의 랜드마크인 스몰벤(시계탑). 가장 번화한 거리 교차로에 5m 높이로 세워졌다./유영훈 기자
    마헤의 수도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로 알려진 빅토리아(Victoria)다. 25,000명의 세이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단 2개의 신호등이 도시의 모든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조형물로 빅벤을 본떠 만든 5m 높이의 '스몰벤'을 중심으로 유적지, 재래시장, 갤러리, 성당, 박물관을 모두 구경해도 걸어서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다. 18~19세기 프랑스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2층 건물이 아직 남아 있고, 좁은 도로 사이로 행인들과 꼬리를 무는 차들이 오가는 분주한 일상이 펼쳐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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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의 셀윈 클라크 마켓. 생선, 향신료, 과일, 채소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유영훈 기자

    빅토리아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셀윈 클라크 마켓(Selwyn Clarke Market)이다. 1840년에 문을 연 빅토리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다양한 종류의 생선과 과일, 이름 모를 향신료, 기념품으로 가득하다.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프랑스와 영국 식민지 시대의 영향인지 유창하게 불어와 영어를 구사한다. 이곳 사람들의 대다수는 흑인이지만 연한 초콜릿색의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인 아프리카 대륙의 흑인들과는 묘하게 생김새가 다르다. 그래서일까 아프리카보다는 남미의 작은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들 특유의 무표정함과 더불어 피부색이 다른 나를 보는 낯선 시선이 느껴진다.

    세이셸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보긴 어렵지만,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이셸의 자동차 중 약 80% 이상이 현대차 혹은 기아차이기 때문이다. 동행한 가이드 기사에게 한국 차가 유독 많은 이유를 물으니 답은 간단했다. 값이 싸고 성능이 좋아서란다. 역시 '가성비'의 시대다.

    빅토리아 시내로 가는 길 우측에 있는 에덴(Eden)섬은 최고급 빌라와 맨션, 아파트, 상가 등으로 이뤄진 인공섬으로 마치 작은 유럽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선착장은 다양한 요트로 가득한데 에덴섬 내 빌라를 사면 거주 허가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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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 로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헤 섬의 서쪽 해안 전경./유영훈 기자
    세이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해발 905m의 바위산, 우뚝 솟은 세이셸의 최고봉 몬 세이셸루아(Morne Seychellois)다. 흔한 비유지만 이 산이 만든 풍경은 그림 같다. 끝없는 수평선과 만화에나 나올법한 뭉게구름 그리고 섬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 만든 조화는 컴퓨터 바탕화면에서나 봤을 법한 비현실적 풍경이다. 산 중턱에는 영국 식민지 당시 노예들이 살던 기숙학교인 미션 롯지(mission lodge)와 마헤섬의 아름다운 서쪽 해안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가는 길 곳곳에 원시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희귀한 동식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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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셸 곳곳에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섬을 여행하다가 마음이 내키면 바다에 뛰어들면 된다./유영훈 기자

    마헤섬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매우 많다. 대표적인 해변은 빅토리아에서 서쪽으로 약 5km 떨어진 보 발롱(Beau Vallon). 하얀 크림색의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고 부드럽다. 강한 해류가 없고 발을 다칠 만한 돌이나 산호가 없어서 스노클링과 해수욕을 즐기는데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사보이, 힐튼 등 유명 리조트가 즐비하다.

    해변에 있는 사람들은 느리지만 여유로워 보인다. 여행자와 눈이 마주치면 방긋하며 미소를 띤다. 보통 오후 4~5시에 일과를 마치는 세이셸 사람들은 해변에 차나 자전거를 세우고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이 모습이 '천국과 가장 가까운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런 소소한 한낮의 따스한 햇볕과 약간의 시원한 바람이 아닐까.

    ◆ 지상 낙원에서 열린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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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보 발롱 해변 도로에서 열린 제11회 세이셸 에코-프렌들리 마라톤 대회. 세이셸의 대표적인 축제다./유영훈 기자

    지난달 25일 제11회 세이셸 에코-프렌들리(Seychelles Eco-friendly) 마라톤 대회(이하 세이셸 마라톤)가 보발롱 해변 인근 도로에서 열렸다. 세이셸 국가 4대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대회는 2008년부터 정동창 세이셸 명예총영사가 세이셸 정부에 국민들의 건강, 단합, 관광객유치, 국가 이미지 고양의 목적으로 제안하여 탄생하게 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AIMS) 공식인증 대회이며 56개국에서 총 4,500여 명이 참가해 큰 성황을 이뤘다.

    세이셸 마라톤은 경쟁보다는 축제에 가까운 대회다. 각자의 실력과 체력에 맞게 5km, 10km, 하프코스, 풀코스 중 선택하면 된다. 보발롱 해변부터 이어지는 푸른 바닷가와 백사장,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만나는 마헤섬의 절경이 참가자들의 지루함을 덜어 준다. 섬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서 해가 구름에 가려졌다 나타나기가 반복되지만, 그마저도 좋은 구경거리다. 마라톤 출발점이자 골인 지점 부근의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홈메이드 과일주스와 소시지구이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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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셸 마라톤 참가자들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마라톤 코스를 만끽했다./유영훈 기자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에서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것도 놀랍지만 참가자들의 모습은 더 인상적이다. 온 동네 아이들이 나와 까맣고 긴 다리를 뽐내며 즐겁게 뛰는 모습, 어린 두 아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세 부자(父子)의 모습까지. 완벽한 날씨와 정겨운 풍경은 마라톤을 권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천국에 비견되는 자연을 즐기며 달리는 기분. 대회 이름이 왜 '에코 프렌들리'인지 그 이유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에 지쳐 있던 내 몸에 기분 좋은 에너지가 채워졌다.

    ◆ 여행수첩

    가는 길

    인천-세이셸 직항편은 없다. 보통 아부다비나 두바이를 거쳐 간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세이셸을 주 14회, 에티하드 항공은 아부다비-세이셸을 주 12회 운항한다.

    주의점

    1. 화폐는 세이셸 루피(SCR). 1루피는 한화로 약 80원이며 유로, 달러, 신용카드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일부 관광지에서 유로와 달러를 받지 않는 곳이 있으니 약간의 루피는 환전하는 것이 좋다.

    2. 언어는 불어, 영어, 크레올(creole)어를 공용어로 쓴다. 시차는 한국보다 다섯 시간 느리며 국내 통신사 중 LG는 무제한 해외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니 현지 유심을 사는 것이 좋다.

    3. 출국 전 예방접종은 필요 없다. 4월부터 10월까지 바다가 잔잔해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하기에 최적기다. 

    4. 5성급 리조트와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저녁 시간에 반바지, 샌들 차림의 남성 관광객에게 "긴 바지와 발등을 덮는 신발을 신어달라"며 격식 있는 옷차림을 요구할 수 있다.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5. '크레올 푸드'라 불리는 세이셸 음식은 마늘, 양파, 고추가 기본 양념이라 한국인 입맛에 잘 맞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망고·파파야 등 열대 과일을 이용한 샐러드가 일품이다. 세이셸 맥주 세이브루를 곁들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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