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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비극의 지상 벙커… 클럽 거쳐 갤러리로

    입력 : 2018.05.18 04:00

    [베를린 예술 여행]

    방공호·바나나 창고
    히틀러 시절에 지어져 4000명이 공습 피한 곳
    우아한 갤러리로 탈바꿈

    70년 전통 맥주 양조장
    현대미술관으로 변신 UFO 연상시키는 공간은 고급스러운 커피숍으로

    캔버스 된 베를린 장벽
    21國 118명 작가가 그린 그라피티 작품 볼 수 있어
    걷는 거리가 곧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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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공호였던 건물을 갤러리로 바꾼 ‘잠룽 보로스’ 내부.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친 벽에 미국 작가 에이브리 싱어의 회화 작품이 걸렸다.
    베를린은 요즘 떠오르는 현대미술의 중심지다. 시내에만 130여 개의 박물관과 500여 개의 갤러리가 있다. 예술가들이 머물 수 있는 레지던시도 30곳이 넘는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갤러리촌인 셈이다. 목적지 없이 샛길을 걷다 보면 미술품이 걸린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깔끔한 현대식 갤러리도 좋지만, 과거의 흔적을 유지한 채 갤러리로 탈바꿈한 대안 갤러리는 더욱 반갑다. 공간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품이자 살아있는 역사책이다.

    방공호·바나나 창고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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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부진 자태를 뽐내는 잠룽 보로스 외관. 3 ‘킨들 현대미술센터’ 카페엔 맥주를 발효하던 통이 그대로 남아있다. 4 베를린 장벽을 캔버스 삼아 그라피티가 수놓인 ‘이스트 갤러리’의 벽. / 잠룽 보로스·킨들 현대미술센터·정유진 기자

    미테(Mitte) 지역에서 슈프레강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보이는 회색빛 건물인 '잠룽 보로스(Sammlung Boros)'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장소다. 탱크를 보는 듯 단단하고 다부진 모습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지상 벙커를 갤러리로 바꾼 곳이다. 1941년 히틀러 통치 시절 지어져 2차 세계대전 때 4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습을 피할 수 있는 방공호로 쓰였다. 보통 벙커는 지하에 만들지만 베를린은 땅이 축축해 지하를 팔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지상에 만든 것이다. 5층 건물에 80여 개 방이 있고, 벽 두께만 2m 정도로 단단하다.

    1945년부턴 동독군의 군사 감옥으로 사용됐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엔 쿠바에서 들여온 열대 과일을 보관하는 과일 창고로 사용돼 '바나나 벙커'라 불렸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 바나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이유다. 1990년대엔 다시 인기 클럽으로 바뀌었다. 이 공간에 예술이 스며든 건 2000년대 들어서 컬렉터인 보로스 부부가 미술 공간으로 바꾸면서다.

    인터넷으로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해야만 갤러리를 둘러볼 수 있다. 시간대별로 12명씩 조를 꾸려 큐레이터와 함께 한 시간 반 동안 벙커의 역사와 작품 설명을 들으며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갤러리 큐레이터는 "일반 벙커처럼 투박하지 않고 이탈리아 팔라초(대저택)처럼 우아하게 지어졌는데 히틀러가 선호하던 스타일"이라고 했다. 전시실을 돌다 보면 바닥에 굵고 깊게 금이 가 있는 게 눈에 띈다. 2차 대전 때 폭격 흔적이다. 입장료 15유로. 목~일요일 오픈. 적어도 한 달 전 예약해야 한다. 홈페이지 www.sammlung-boros.de

    양조장 미술관

    [베를린 예술 여행]

    노이쾰른에 있는 '킨들(KINDL) 현대미술센터'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70년 전통 맥주 양조장을 개조한 미술관이다. 양조장 파이프 구조가 그대로 노출된 기계실은 미술관 본관으로 변신해 다양한 현대미술 기획전과 개인전이 열린다. 층고가 20m에 달하는 과거 보일러실에선 해마다 미술관 선정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한국 설치 작가 양혜규의 단독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본관 커피숍. 과거 맥주를 발효하던 거대한 통들을 카페 내부에 그대로 놔뒀다. UFO를 연상시키는 구릿빛 통이 근엄한 자태를 뽐낸다. 입장료 5유로. 수~일요일 오픈. 홈페이지 www.kindl-berlin.com

    현대미술 대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베르그루엔(Berggruen) 미술관'을 추천한다.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미술관 설립자 하인츠 베르그루엔은 미국과 파리에서 생을 보낸 미술품 중개인. 나치를 피해 건너간 파리에서 파블로 피카소를 만나 절친한 친구가 됐다. 이후 앙리 마티스, 자코메티, 파울 클레 등 20세기 대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다. 100점이 넘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술관 건물은 독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를 위해 지어진 건물로 1996년부터 미술관으로 사용됐다. 월요일 휴무. www.smb.museum/en/museums-institutions/museum-berggruen

    길거리 갤러리

    베를린은 그라피티의 성지다. 유명 관광지이자 베를린의 얼굴이라고도 불리는 '이스트 갤러리'는 개성 넘치는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오픈 갤러리'다. 베를린을 동서로 나눴던 높이 4m, 길이 1.3㎞의 베를린 장벽을 캔버스 삼아 21개국 118명의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장벽 앞과 뒤쪽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한쪽만 보고 가지 말자. 러시아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의 '형제의 키스' 등이 그려져 있다. 벽과 건물이 온통 그라피티 미술로 범벅돼 있는 골목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Haus Schwarzenberg)도 예술 애호가들이 찾는 숨은 명소. 앤 프랭크 센터(Anne Frank Zentrum)를 검색하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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