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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5.18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밥심만큼이나 '고깃심' 중요하다는 게 한국인입니다. 고기 없는 보신(補身)은 어불성설이라 여기죠. 이 굳건한 믿음이 변하고 있습니다. 고기는 입에도 안 대는 이들 생겨나고, 육식보다 채식 비중 늘리는 사람들 늘고 있습니다.

    김미리(이하 김): 점심때 샐러드만 먹겠다고 하면 "그게 끼니가 되느냐" "입이 그리 짧아서 어쩌느냐" 온갖 핀잔 들었는데 요즘은 샐러드만 먹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채소만 갈아 먹는 그린주스 다이어트도 많이 하고요.

    오누키(이하 오): 채소가 드디어 한국 밥상의 주인공이 됐네요(웃음). 한국 식당 갔을 때 고기나 생선, 찌개 주문하면 반찬이 주르륵 딸려 나오는 게 신기했어요. 게다가 공짜 리필까지 해주더군요. 이 반찬 대부분이 채소잖아요. 콩나물무침, 시금치무침, 김치…. 그래서 채소는 공짜라 생각하겠다 싶었죠. 일본에선 반찬도 돈 주고 사야 하니 채소 하나하나도 메뉴로 생각하는데 한식에선 그 자체를 메뉴로 보지 않잖아요.

    : 그러고 보니 채소 자체를 메인 요리로 생각하지 않네요. 주요리를 빛낼 뿐 오롯이 홀로 주목받진 못하나 빠지면 허전한 '밥상의 엑스트라', 당연히 기본으로 깔리는 걸로 생각하는 '밥상의 디폴트(기본으로 정해진 조건)'랄까.

    : 그렇죠. 쌈 먹을 때도 핵심은 쌈 안에 들어가는 고기지 겉을 둘러싼 이파리 채소가 아니잖아요. 그런 한국에서 고기 없이 채소 즐기는 채식주의가 는다니 신기해요. 고기 포기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

    : 확실히 변했어요. 생소했던 '베지테리언' 전문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찾는 이들도 많아졌어요. 한땐 베지테리언이란 단어조차 낯설었는데 이젠 '비건'이란 단어도 꽤 알고요.

    : 왜 갑자기 늘었을까요?

    :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가 급증한 게 영향 미친 것 같아요. 특히 주변에 아이 키우는 집 중에 반려동물 키우고 나서 아이가 고기 안 먹으려 해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요. 영화·방송 영향도 있고요. 유전자 변형 돼지를 다룬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 보고 고기 끊었다는 사람도 많거든요. 채식주의를 윤리적 소비의 일환으로 보는 거죠.

    : 일본에선 베지테리언 문화가 꽤 오래전 퍼졌어요. 채식 전문 뷔페도 많고, 요즘엔 편의점에서도 샐러드나 채소 코너가 커지고 있어요. 1인분씩 소량 포장해서. 일본에선 편의점에서 혼자 점심 먹는 직장인 '혼밥족'이 엄청 많은데 요샌 그중에서도 '편의점 채식 혼밥'이 많아요. 한국에선 점심에 혼자 채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어 불편했어요. 직장인 혼밥이 일반적이지 않고, 더군다나 혼자 샐러드를 먹을 수 있는 데는 많지 않았어요.

    : 옷·생활용품 파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의 일본 일부 매장에서 채소를 팔기 시작했단 기사도 봤어요.

    : 사실 요샌 한창때보단 주춤해요. 한국하고는 반대랄까요. 결정적인 계기가 일본 톱 여배우 나카타니 미키(42)가 2015년 영양 불균형 때문에 채식을 포기한 게 사회적인 관심을 끌면서였어요. 이 배우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6년간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건강이 안 좋아져 병원 갔더니 고기를 먹으라고 해서 채식을 포기했다고 고백했어요. 이 사건으로 채식에 대한 회의가 일었죠.

    : 사회 분위기가 채식에서 육식으로 옮겨 간다는 건가요?

    : 그것보다는 애써 특정 식품을 안 먹기보다는 행복하게 먹자가 핵심이에요. 나카타니가 채식해서 노안(老顔)으로 보인다는 얘기도 많았어요. 야후 재팬에 들어가 '베지테리언'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얼굴이 나이 들어 보인다'가 나올 정도예요. 일본은 워낙 고령화 사회다 보니 이런 문제가 예민해요. 채식이 젊은 층엔 좋아도 노년층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단 인식이 생긴 거죠.

    : 고기냐 채소냐보다 행복한 섭취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단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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