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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일하러 나가는 내 아이들… 저 때 나는 뭘 했지

  • 박상현 캐나다 부처트 가든 정원사·수필가

    입력 : 2018.05.18 04:00

    [박상현의 안단테로 살아보니] 자식의 홀로서기

    [박상현의 안단테로 살아보니]
    아직 잿빛 깃털을 채 벗어 버리지 못한 새끼 갈매기가 어미를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 박상현
    새끼 갈매기의 울음 끝이 갈라져 있다. 줄곧 배가 고프다며 칭얼댄 모양이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어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다 샛노란 부리로 가슴 깃을 연신 헤집으며 딴청을 부린다. 이제 너도 날아다닐 수 있으니 끼니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투다.

    훌쩍 날아오른 어미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잔교(棧橋)의 기둥 위에 내려앉는다. 자식의 투정을 더 이상 받아줄 수 없다는 심사인 듯 보인다. 새끼는 잠시 눈치를 살피는 듯하더니 기어이 어미 곁으로 날아가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든다.

    주말 아침, 게잡이 하려고 우리 부부가 바닷가에 머물렀던 두어 시간 내내 갈매기 모자(母子)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자식의 '독립'을 가르치는 어미의 모습 같았지만 매정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 망을 정리하며 쓰고 남은 미끼를 슬그머니 잔교 위에 올려놓았다. 새끼 갈매기가 먹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일하러 나가야 하는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주기 위해 부산을 피웠다. 지난해부터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골프를 듣는 작은아들은 학교와 연계해 골프 수업을 하는 골프장에서 일한다. 드라이빙 레인지에 떨어진 공도 모으고, 고객들이 타고 나갔던 카트를 세차하기도 한다. 만 열다섯이던 지난 가을부터 시작한 일이다. 힘들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한다. 아들이 '직원 대우'를 받는 덕분에 이득을 보는 것은 부모인 나인 것 같다. 쇼트 게임 코스와 정규 코스 라운딩을 언제든 무료로 나갈 수 있고, 이곳에서 구입하는 골프 장비들 역시 직원 할인을 받는다. 2주에 한 번씩 급여를 받는 아들은 자기 이름의 은행 계좌를 스스로 관리한다.

    열여섯 살에 일을 시작한 큰아들은 벌써 사회생활 5년 차다.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뒤 지금은 통신회사에서 세일즈를 한다. 일주일에 스무 시간 남짓 일을 해서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한다. 파트 타임 직원이지만 급여일마다 회사가 일정액을 지원하는 자사 주식에 투자하고, 의료 지원 같은 직원 복지도 받는다.

    아이들이 접하는 사회는 학교와 가정에서 배운 것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 아이들을 고용하는 크고 작은 기업들은 정당한 대우로 경제적인 독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내 아이들로부터 어리기 때문에, 학생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이곳의 학교는 사회와 가정, 두 주체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면 성인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가르친다. 문득 고교 시절 새벽에 등교해 자율학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수학의 정석'을 베개 삼아 잠들었던 나는 사회와 학교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과연 성인으로 살아갈 준비는 되어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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