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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때론 멋스럽게, 우스꽝스럽게… 명품으로 옷 갈아입은 명화

    입력 : 2018.05.11 04:00

    위트 담은 패션아트

    젊고 화려해진 작품들
    샤넬·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브랜드와 섞은 명화 유머·풍자 담아내 눈길

    유쾌한 패션 일러스트
    '코픽 마카'로 그린 캐릭터 하나의 예술로 각광 받아
    '모나 심슨' 등 패러디 작품 K현대미술관서 전시도

    사람들의 허영을 먹고 산다는 럭셔리 패션.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가슴팍에 고이고이 끼고 살거나, 만지면 닳을까 '우리 아이'라며 신줏단지 모시듯 애지중지 보살펴 드려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나는 비 맞아도 가방에는 우산을 씌워준다는 게 그들의 공식이었다.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같은 로고는 어느덧 신분의 상징으로 취급받았고, 브랜드 가격에 따라 사람 등급을 나누는 세태도 낳았다.

    위트 담은 패션아트
    1 이렌 알바레즈(@irenealvarezalaez)가 돌체 앤 가바나 컬렉션에서 영감받은 카드 그림. 2 '위대한 낙서展'의 닉 워커가 심슨과 '모나리자'를 합성한 '모나 심슨'. 3 안젤리카 힉스(@angelikahicks)가 닌텐도의 루이지 캐릭터에 루이비통을 입힌 '루이지비통'. 4 엘리자베스 루이 비제 르브룅의 '장미를 들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 작품에 네타 포르테의 쇼핑백을 합성한 크리스 렐라스(@copylab)의 작품. 5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가 뉴욕 '메트 갈라'쇼에 참석한 모습을 풍자한 힉스의 작품. 6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파도'에 샤넬의 백팩을 합성한 카피랩 작품. 각 인스타그램·위대한 낙서 전시회/각 인스타그램₩위대한 낙서 전시회

    하지만 최근 아티스트들은 럭셔리 브랜드를 패러디하기 가장 좋은 소재로 삼는다. 브랜드 로고를 재치있는 언어유희로 바꿔놓은 안젤리카 힉스를 비롯해 명화와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합성한 그림으로 단번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카피랩(본명 크리스 렐라스) 등 럭셔리 제품은 젊은 아티스트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앤디 워홀은 '캠벨 수프 깡통' 연작으로 대량 생산과 소비를 풍자하며 '팝아트'의 시대를 빛냈다. 최근엔 럭셔리 상품이 소재가 되고 있다. 소위 '명품'이라 이름 붙은 것들을 향한 세속적인 욕망, 인간의 허영과 사치를 꿰뚫는 작품들이 잇따라 나온다. '루이비통 로고는 21세기 캠벨 수프 캔'이라는 말도 들린다. 언뜻 봐선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도 안 될 제품들이 길거리를 휘젓고 있으니 '가짜 자존심'을 비웃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해외 매체인 버슬은 "럭셔리와 명화 등 자칫 무거워 보이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아티스트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패러디 대상이 된 패션 업체들이 앞다퉈 이들 아티스트와 손잡고 협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올리면서 유명해져 '패션 인스타그래머'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패션을 소재로 명화부터 TV쇼 주인공, 할리우드 스타까지 작품 속에 녹였다. 마리아 실라 미아니(@lego lize_fashion)는 인스타그램 아이디에서 알 수 있듯 레고와 명화, 각종 브랜드 광고 등을 섞은 독특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노란색 레고가 주인공으로, 패션모델이나 명화 속 주인공을 대신한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기를 끌면서 얼마 전엔 구찌와 협업했다.

    아이디 '카피랩'으로 더 알려진 크리스 렐라스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을 다니며 여가 시간 기숙사에서 고전 명작에 유명 브랜드 제품을 넣는 포토샵 작업을 했다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등장한 이들이 빵 대신 에르메스의 상징 같은 주황색 지갑을 잡고 있다거나,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샤넬 귀걸이를 넣어 '샤넬 귀걸이를 한 소녀'로 탈바꿈시켰다. 북한의 김정일이 프라다 코트를 입고 설산을 누비는 작품 역시 팬들을 열광시켰다. 캘빈 클라인, 안야 힌드마치, 미소니 등 유명 브랜드가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다. 팔로어만 4만명에 달하는 두꺼운 팬층을 자랑한다.

    위트 넘치는 패러디 아트 작품은 국내 전시회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오는 7월 29일까지 서울 청담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위대한 낙서展 : OBEY THE MOVEMENT'에서다. 첨단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온페이스가 후원하는 전시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길거리 아티스트들의 그라피티(낙서) 등 다양한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중 닉 워커의 '모나 심슨'은 TV 인기 캐릭터인 심슨과 '모나리자'를 합성했다.

    최근엔 일종의 사인펜 같은 마카를 이용한 패션 일러스트가 하나의 예술처럼 각광 받기도 한다. 마카 브랜드 중 하나인 코픽(copic) 제품을 이용한 '코픽 아트' '코픽 마카 아트' 등의 이름으로 패션 마니아들에게 빠르게 퍼졌다. 디즈니나 '스타워즈', 닌텐도 같은 팝 컬쳐를 멋스럽게 일러스트레이트로 재탄생시킨 멕시코의 기예르모 메라즈는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만여명이 넘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패션은 그 자체로 기괴함에 많은 가치를 두기 때문에 패션과 풍자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고 꼬집은 적이 있다. 패션은 극단적이고 기괴한 부조리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의복(sartorial)과 풍자(satirical)라는 단어는 서로 굉장히 닮아 있다. 오죽하면 '그래머리스트' 등 각종 단어 사이트에서 둘을 자주 헷갈리는 단어로 꼽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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