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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200번 탈락이 쓴 약… '삼순이'에서 미드 스타로

'내 이름은 김삼순' 데뷔 이후 한창 주가를 올렸던 다니엘 헤니가 최근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모델로, 배우로 전 세계를 누비는 그가 한국을 찾았다. 5년째 모델을 하는 스와치 그룹의 시계 브랜드 '해밀턴'의 항공시계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입력 : 2018.05.11 04:00

    [다니엘 헤니]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 주역

    경험이 가장 큰 무기
    거절당해도 계속 도전… 오디션용 연기 있다는 것 배우는 데 오래 걸려

    살아 남으려 최선 다했다
    매일이 꿈같은 생활… 할리우드 친구들에게 난 한국 배우라고 말해

    한국인 작가 지원
    젊은 한국 작가들 키워야 한국인·아시아계 배우에게 더 많은 기회 주어져

    10년 전 배우 다니엘 헤니를 만난 적 있다. 사형수 아버지를 둔 입양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마이 파더'에서다. 영국계 미국인 아버지와 입양아 출신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섹시한 장난기와 느끼함이 싹 가신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초등학생 무렵 동양계 피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에 "꺼지라"며 멱살을 잡히고 첫사랑이었던 미국 여자 친구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한국은 애증 그 자체였을 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2005) 데뷔 이후 세련된 외모로 '만인의 연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렸으면서도, 서툰 우리말 발음에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경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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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밀턴 시계의 모델로 ‘항공시계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배우 다니엘 헤니가 항공 점퍼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접근 가능하면서도 매일 진화하는 모습에서 해밀턴 시계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젊은 배우들이 자신에 대해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렇게 살다간 나중에 힘들어질 거라고 말해주곤 한다”며 “난 틀릴 수도 있고 완벽하지도 않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 해밀턴

    어느새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춘 듯했던 그가 또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미국 인기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정의감 넘치는 FBI 요원으로 고정 출연하게 됐다. 할리우드 영화에 조금씩 모습을 비췄던 그가 '꿈의 도시'라는 할리우드에서 주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얼마 전 국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영화 같은 할리우드 생활이 공개됐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델로, 배우로 전 세계를 누비는 그가 지난 2일 한국을 찾았다. 5년째 모델을 하는 스와치 그룹의 시계 브랜드 '해밀턴'의 항공시계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눈매는 예전보다 훨씬 더 깊어졌고 미소도 더 자연스럽다. 중후한 저음의 성우 같은 목소리가 전시관을 은은하게 채웠다. 좋아하는 노래와 문구를 알려달라는 말에 직접 적어 주더니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보며 "비 맞지 마세요!"라며 윙크를 날렸다.

    ―할리우드 드림을 일궜다.

    "매일이 꿈같다. 여전히 꿈꾸는 것 같다. 이곳은 에너지가 넘치고 가끔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하하. 난 항상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큰 그림(big picture)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어 내가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네'를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난 할리우드 친구들에게 '난 한국 배우'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 않은가.

    "난 여전히 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진심 진짜로. 촬영장에서도 항상 한국에 대해 말하고, 미국 친구들에게도 난 한국인이었고, 한국인이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왔다. 난 운이 조금 좋아,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한국 배우 같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의 피가 흐르는 곳이기도 하고."

    ―한국을 강조하는 이유는.

    "삼순이('내 이름은 김삼순'·2005)를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TV 예능 등 모든 것을 한국에서 시작했다. 한국 감독님, 배우, 스태프 등을 통해 배웠고 성장했다. 물론 내 초반 연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하하. 또 아직까지는 뭐랄까. 미국에 정착한 지도 꽤 됐지만 약간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다. 한국 배우가 낯선 해외에 정착한 것처럼 말이다. 아이처럼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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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범죄 수사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프로파일러 역할로 출연한 다니엘 헤니. / CBS
    ―2009년 영화 '엑스맨' 출연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에 발을 내디뎠는데.

    "처음엔 오디션에 200번도 넘게 떨어졌다. 오디션장에 들어갈 때마다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긴장으로 거의 매번 온몸이 굳어버렸다. 항상 '노(No)'라는 말부터 들었으니. 'No'에 익숙해지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난 대단한 존재가 아니고, 언제나 거절당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오디션용 연기가 따로 있다는 걸 배우는 데도 정말 오래 걸렸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경험이다. 계속 도전하고 거절당하고, 배우고, 또 도전하고…. 경험은 가장 큰 무기다. 예전엔 너무 긴장하고 조바심이 많았는데 이젠 좀 편안해졌다. 주인공도 할 수 있고, 조연이나 어떤 역할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배우도 많아지고 있다. 인식이나 대우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는가.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한국인 작가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거의 백 퍼센트 미국 혹은 외국인 작가들이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니 한국 혹은 아시아에 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쓰기 어렵다. 왜곡하는 것도 문제이고, 역할에 대해서도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의 젊은 작가를 후원하고 키워야 한다. 이들을 통해 한국인, 아시아계가 좀 더 많은 역할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우리 회사(에코글로벌)에서 한국인 젊은 작가를 후원하고 발굴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 작가들과 협업해 시나리오를 한 편 완성했다. 2년이 걸린 내 첫 번째 프로젝트다. 미국에 온 한국계 미국인 가족에게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을 담았다. 한국인들은 정말 모두가 위대한 스토리를 갖고 태어났다. 굴곡진 역사도 그렇고, 전쟁과 가난 극복 등 여러 이야기가 있어서 굉장히 위대한 작가를 탄생시킬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한국계 작가들과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이들을 후원할 이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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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째 모델을 하고 있는 스와치 그룹의 시계 브랜드 '해밀턴'의 항공시계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다니엘 헤니. 눈매는 예전보다 훨씬 더 깊어졌고 미소도 더 자연스럽다./ 해밀턴
    ―할리우드 생활을 하면서 무얼 배웠는가.

    "삶을 충만하게 보내는 성실함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비욘드 보더스'(2015)에 출연하게 되면서 주인공을 맡은 게리 시니스(Sinise)에게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 그가 할리우드에서 내 멘토다. 게리는 배우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재단을 꾸려 전몰장병과 상이용사, 퇴역군인의 재활과 복지를 위해 애쓰는 자선사업가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에서 맡은 댄 테일러 중위 이름을 딴 음악 밴드도 이끌고 있다. 60세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 자선행사를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면서도 TV 촬영이 있는 매주 월요일 아침 6시면 딱 정시에 촬영장에 나타났다. 그가 나에게 가르쳐준 말을 항상 새기고 있다. '항상 주위에 친절하고, 항상 시간을 잘 지키라는 것(Always be nice, always be on time)'."

    ―돈도 꽤 벌었을 것 같다.

    "아마도. 하지만 예전과 지금 나의 평범한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소소하게 살고, 소소하게 즐긴다. 돈은 무언가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일 뿐이다. 이렇게 회사를 세워 젊은 한국 아티스트를 돕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 어린 시절 가난했어도 난 즐거웠다."

    ―어떤 상황에도 매일 행복하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닌가.

    "되도록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하면 된다. 물론 항상 쉬운 건 아니다. 막 잘하려고 애쓰고 버둥대기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오늘은 어제 내가 그토록 걱정했던 내일이다(Today is the tomorrow I was worried about yesterday)'.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세상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나빴던 건 아니었다. 걱정만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데 괜히 쓸데없는 생각에 인생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내일은 어떻게든 올 테니까."

    다니엘 헤니

    1979
    미국 미시간주 출생
    2001
    미국, 프랑스 등지 패션모델 활동 시작
    2005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데뷔
    2006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 주연
    2007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영화 '마이 파더')
    2007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영화 '마이 파더')
    2009
    영화 '엑스맨 오리진: 울버린' 출연
    2012
    할리우드 영화 '상하이 콜링' 주연
    2012
    상하이 영화제 베스트 신인상
    2014
    미국 드라마 'NCIS: LA' 출연
    2016~2017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 비욘드 보더스' 주연
    2017~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 고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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