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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주름 없애고 염색하고… 젊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촌스럽지 않나요

    입력 : 2018.04.13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외모지상주의, 성형공화국. 한국 사회 특징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입니다. 외모가 스펙이고, 계급이란 말까지 하지요. 진짜 심한 걸까요?

    김미리(이하 김): 외신에서 '성형공화국 한국' 기사 보면 솔직히 불편하기도 해요. 자극적으로 부풀려졌다 싶기도 하고요. 진짜 성형공화국이던가요?

    오누키(이하 오): 일단 거리에서 성형외과 간판이 그렇게 많이 걸려 있단 자체가 문화충격이었어요. 수요가 있으니 그렇게 성업할 거란 생각이 들고요. 주변에서 성형한 사람이 많지는 않아 보였는데 외모 관심은 확실히 많았어요.

    : 뷰티 용품 종류 보면 일본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요.

    : 서울과 도쿄 거리를 거닐며 여자들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어요. 어느 날 이유를 발견했어요. '점'이었어요. 한국 여성 얼굴을 보니 점이 없는 거예요. 주근깨, 깨알 점이 거의 안 보이더라고요.

    : 점 많이들 빼죠. 학생들도 빼고, 노인들도 빼고. 저희 아버지도 어머니 성화 못 이겨 검버섯 빼셨어요.

    : 한국 친구가 몇 번이나 진지하게 저한테 '여기 싼데 점 빼라'고 말하는 거예요. 서울 사는 일본 엄마들도 실제로 싸니까 많이 빼고요. 저는 외모 포기한 지 오래라…(웃음). 대신 한국산(産) 증명사진으로 만족하는 걸로. 사진관 가서 증명사진 찍었더니 사장님한테 부탁도 안 했는데 얼굴에 있는 잡티를 다 지웠더라고요. 일본에서 찍으면 본판 그대로 나오는데.

    : 하하. 그 느낌 알죠. 증명사진 찍었는데 사진관 분이 알아서 턱선을 브이라인으로 만들고, 안면 좌우대칭을 해놨어요. 전형적인 미의 기준에 맞춰 저를 포토샵 한 거예요. 수고는 감사하나 양심이 있지 도저히 제 얼굴이 아니어서 못 쓰겠더라고요. 지나친 '뽀샵'은 아니 한만 못하지만 그렇다고 사진관에서 수정 하나도 안 해주면 손님 발길 끊길걸요? 한국 사진관 핵심 영업 스킬이죠.

    : 대놓고 외모 평하는 문화도 신기했어요. 한 언론에 칼럼을 썼는데 내용 지적이 아니라 '얼굴이 너무 수수하시군요'라는 외모 지적 댓글이 있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새가슴이라 슬쩍 사진을 갈았지만(웃음).

    : 그런데 주변 사람 의식하는 걸로 따지면 일본 사람도 만만치 않다고 했잖아요. 외모도 많이 신경 쓸 것 같은데 미용 시술은 왜 한국처럼 많이 하지 않을까요.

    : 일본에선 '쟤 외모에 집착한다'는 말 들을까 봐 신경 쓰여 안 하는 거예요.

    : 한국에선 남 이목 신경 쓰니 성형하고, 일본은 남 이목 신경 쓰니 성형 안 하는 거고. 이유는 같은데 결과는 반대네요. 그래도 최근엔 외모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는 있어요. 못생긴 걸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 자연스러운 거에 주목하는 거겠죠. 일본에선 비슷한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늙기'가 이슈예요.

    : 한국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러 이슈가 등장하는데 '늙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젊음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젊게 입고, 젊게 보이고, 젊게 살기.

    : 일본에선 작년 12월에 처음으로 60대를 겨냥한 패션지가 나왔어요. 10~20대, 30~40대 타깃 패션 잡지는 있어도, 60대 패션 잡지는 없었어요. 그런데 이 잡지가 구독자 수 5만부를 넘겼어요. 잡지 시장 어렵다는데 화제를 모았죠. 인기 있는 이유 다룬 기사도 나오고.

    : 60대 패션? 젊게 입는 법을 다룬 건가요?

    : 내건 모토가 '아리노마마데(ありのままで)'. 해석하자면 '있는 그대로'예요. 이들이 강조하는 '시니어 패션' 핵심은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드러내자는 거예요. 주름 없애고, 하얀 머리 염색하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그대로 보여주자는 것.

    : 한국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를 금언으로 여기는 분위기인데요.

    : 고령화 사회 초기엔 일본도 그랬지요.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게.' 지금은 젊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오히려 촌스럽다고 생각해요. 못생긴 것도 그대로, 늙어가는 것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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