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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수도교 물길 따라… 2000년 역사는 여전히 흐른다

    입력 : 2018.04.06 04:00

    [세고비아] 세 개의 보물을 품은 도시

    화강암 덩어리 2만400개
    728m 길이·167개의 아치… 접착이나 꺾쇠없이 건설… 도시에 강물 공급한 다리

    디즈니 '백설공주城'
    스페인 여왕 즉위식 등 왕궁·감옥으로 사용

    '코치니요 아사도'의 고향
    오븐에 구운 애저 요리… 과자처럼 바삭하고 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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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세고비아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로마 수도교. 고대 로마인들은 이 수도교로 16㎞ 떨어진 프리오 강물을 도시로 공급했다. 2000여 년 전 축조됐지만 지금도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 김성윤 기자
    "아니요. 세고비아(Segovia)는 기타와 아무 관계 없는 도시입니다." 여행 가이드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답했다. "세고비아가 기타로 유명하냐"고 질문한 게 쑥스러울 만큼 민첩하고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가이드는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마다 하는 질문이라서요"라며 웃었다. "한국의 한 기타 제조업체에서 세고비아를 브랜드로 사용해 그런 것 같습니다. '현대 클래식 기타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드레스 세고비아(Segovia·1893~1987)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기타 명인 세고비아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ia) 출신으로 세고비아시(市)와는 별 인연이 없는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타는 없을지 몰라도 세고비아는 충분히 방문할 만한 도시다. 로마 수도교(水道橋· Acueducto Romano), 알카사르 성채, 세고비아 대성당이라는 세계적 문화유산을 3개나 품은 데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인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새끼 돼지 통구이)가 세고비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볼거리·먹거리를 고루 갖춘 관광 명소란 소리다.

    2000년을 견딘 로마 수도교

    세고비아가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매력은 수도교다. 기원전 1세기경 세고비아를 점령한 로마인들이 16㎞ 떨어진 프리오 강물을 도시로 공급하기 위해 건설했다. 로마가 제국 곳곳에 세운 수도교 중 가장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길이 728m, 높이 30m 거대한 구조물. 167개 아치가 2개의 단으로 세워져 있다. 육중하고 거칠게 다듬은 화강암 덩어리 2만400개를 쌓아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수도교 전체가 한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 있다. 중력을 이용해 물이 물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도시로 흘러들도록 했다. 모르타르(모래·시멘트·물을 섞은 건축용 접착제)나 꺾쇠 따위를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돌들이 서로 눌러 내리는 힘으로만 연결됐음에도 1884년까지도 세고비아 시내에 물을 공급하는 데 사용됐다니 로마인들의 건축기술에 새삼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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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백설공주성’의 모델이 된 세고비아 알카사르 성채. / 조선일보DB
    디즈니 '백설공주 성'의 원형 알카사르

    알카사르(Alcazar de Segovia)는 역사 유적으론 드물게도 어린아이들이 찾고 싶어하는 곳이다.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성(城)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제 알카사르를 찾아가 보면 끝이 뾰족한 마녀 모자처럼 생긴 지붕을 이고 있는 첨탑 등이 디즈니랜드 백설공주 성과 무척 닮았다.

    스페인을 통일한 이사벨라 여왕이 즉위식을 올리는 등 오랫동안 왕궁으로 사용되다가 스페인 수도가 마드리드로 정해지면서 왕실이 이전한 이후로 감옥·포병학교 등으로 사용됐다. 1862년 화재로 심각하게 손상됐다가 20세기 원 모습대로 복원됐다.

    세고비아를 대표하는 또 다른 문화유산은 대성당(Catedral de Segovia)이다. 1525~1577년 지어진 스페인 후기 고딕 양식 건축물로 장대한 규모와 우아함으로 '대성당의 귀부인'이라 불린다. 종교화, 종교 공예품, 태피스트리 등이 전시된 부속 박물관도 볼만하다.

    스페인 대표 요리 '코치니요 아사도'

    코치니요 아사도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음식. 2주쯤 된 애저(젖을 떼지 않은 새끼 돼지)를 오븐에서 구워낸다. 이 요리가 탄생한 곳이 세고비아다. 시내에 코치니요 아사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 수도교 바로 옆 아소구에호(Azoguejo) 광장에 있는 '메손 칸디도(Meson Candido)'가 가장 유명하다.

    메손 칸디도는 로마 수도교 바로 옆 아소구에호 광장에 있다.
    메손 칸디도는 로마 수도교 바로 옆 아소구에호 광장에 있다. / 김성윤 기자
    새끼 돼지를 오븐에 구워낸 ‘코치니요 아사도’.
    새끼 돼지를 오븐에 구워낸 ‘코치니요 아사도’. / 김성윤 기자
    칸디도에서는 4㎏짜리 애저를 쓴다. 배를 갈라 간한다. 넓적한 질그릇에 물과 월계수 잎을 담고 그 위에 애저를 안쪽 살 부분이 위로 가도록 얹어 섭씨 180도 오븐에서 1시간 굽는다. 살이 잘 익으면 애저를 뒤집어 껍질이 위로 가도록 질그릇에 담는다. 껍질에 소금과 라드(돼지 지방)를 발라 바삭하게 익도록 한 다음 온도를 약간 더 올린 오븐에 넣고 45분 추가로 굽는다.

    이렇게 구운 코치니요 아사도를 칸디도에서 맛봤다. 종업원이 카트에 황갈색으로 잘 구워진 애저를 질그릇째 실어 내왔다. 그러자 식당 주인 칸디도씨가 접시를 손에 들고 나왔다. 그는 접시로 애저를 내리찍었다. 칼이 아닌 접시로도 자를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는 걸 보여주는 퍼포먼스. 돼지 등껍질이 "바삭"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졌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애저를 세로로 반으로 가르더니 다시 가로로 반으로 가르고는 종업원에게 마무리를 넘겼다. 종업원들이 애저를 1인분씩 나눠 접시에 담아 손님에게 냈다. 껍질은 과자처럼 바삭했고, 살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담백하면서 돼지 냄새가 하나도 없었다. 명인의 기타 연주처럼 온갖 기교를 부렸지만 전혀 기교가 느껴지지 않았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이었다.

    세고비아 위치도
    시간: 한국보다 7시간 느림(서머타임 기간 기준)

    이동: 고속 열차가 마드리드 차마르틴 역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세고비아 AV역까지 30분쯤 걸린다. 편도 12.90유로. 역이 외곽에 있어 수도교까지 11번 버스를 타야 한다. 1시간 50분 걸리는 일반 열차도 가끔 운행한다. 버스는 마드리드 몽클로아 버스터미널에서 세풀베다나 회사 버스를 이용한다. 평일 기준 하루 30회 이상 운행한다. 직행 버스 1시간 10분, 경유 버스 1시간 30분~2시간 걸린다. 편도 7.91유로. 버스터미널에서 Av. Acueducto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수도교가 나온다. 주요 관광지는 모두 도보로 갈 수 있다.

    관광안내소: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Plaza Azoguejo 1, www.turismodesegovia.com

    스페인 미식 투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현지 인기 맛집을 매일 체험한다. 12월 초 6박8일 일정. 사그라다파밀리아 등 가우디 건축 작품, 미로미술관, 달리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 프라도미술관 관람과 리오하 와이너리 가이드 투어도 포함된다. 문의 뚜르디메디치 (02)545-8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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