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friday] 보부상 등짐으로 태백산맥 넘어와… 먹물 품은'선비의 표상'

    입력 : 2018.02.09 04:00

    [영남의 소울푸드 경상도 문어]

    쉽게 상하지 않는 해산물
    동해안서 잡은 문어 쪄서 안동·영주 등에 가져다 팔아
    이름에 '文'… 선비의 사랑받아

    東海 참문어 포항에 집결
    돌문어보다 부드럽고 쫄깃 최대 50㎏까지 자라기도
    값도 1.5~2배 더 비싸

    영주에서 탄생한 숙성 문어
    묵호에서 비둘기호로 8시간 완행열차 타고 오며 숙성
    더 쫄깃해지고 감칠맛 더해

    설 연휴 고향이 전라도와 경상도라면 먹게 될 음식이 있다. 전라도라면 홍어, 경상도라면 문어다. 명절 차례상이나 결혼식·장례식 등 중요한 날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는 지역의 '소울 푸드'다. 두 음식이 어떻게 두 지역의 대표 음식이 됐는지 그 사연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영남의 소울푸드 경상도 문어]
    포항 죽도시장 ‘포항문어80번’에서 삶아낸 문어. 재빨리 건져 매달아 가능한 빨리 열기를 빼내야 문어 육질이 탱탱하면서도 부드럽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조사에서 무조건 써야 하는 음식이죠. 결혼식이고 초상집이고 안 떨어져야 잘 치렀다 기준이 되는 게 바로 문어입니다."

    문어는 다른 해산물처럼 쉽게 상하지 않는다. 덕분에 조선시대 보부상들은 문어를 쪄서 등짐으로 울진·영덕 등 동해안 항구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안동과 영주 등으로 가져다 팔았다. 보부상 등에 업혀 경상도 내륙으로 진출한 문어는 그 이름 덕분에 더 사랑받는다. 문어가 선비들이 숭상하던 글자 '문(文)'을 이름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몸속에는 검은 먹물까지 지녔다. 온갖 의미와 상징성이 부여됐다. '문어 빨판이 과거에 철컥 붙으란 의미다' '깊은 바다 바위틈에 몸을 낮춰 사는 것은 수졸(守拙)하며 살아가는 선비의 표상이다'….

    참문어 유통 중심 포항 죽도시장

    포항은 국내 문어 유통의 중심이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참문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매인이자 '포항문어 80번' 민세일 대표는 "참문어의 전국 유통량 70%가 포항을 통해 이뤄진다"고 했다. 민 대표는 17세 때부터 죽도시장 중매인이던 아버지 따라나와 일 배우며 36년째 문어를 다루고 있다. "거래 많고 가격 좋으니 동해 참문어가 포항에 집결하는 거죠."

    업계에선 동해에서 잡히는 문어를 흔히 '참문어', 남해와 서해에서 잡히는 문어를 '돌문어'라고 부른다. "참문어는 자연산밖에 없습니다. 통발에 정어리 따위 미끼 넣어 잡죠. 돌문어보다 더 부드럽고 쫄깃하죠. 최고 50㎏까지도 자랍니다. 가격도 1.5~2배 더 비싸죠."

    대보항은 포항 호미곶에 있지만, 대보항 주민들은 자신들의 바다에서 잡히는 문어를 '돌문어'라 부른다. "대보항 앞바다는 물살이 세고 돌이 많아요. 이 돌밭에서 문어들이 전복·성게 잡아먹어요. 물살 센 데다 좋은 먹이로 자라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죠. 씹으면 특유의 향도 있고요."

    완행열차 타고 온 숙성 문어

    이미지 크게보기
    미식가들은 빨판이 작고 촘촘한 문어 다리 맨 끝을 최고로 친다. 쫀득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숙성 문어가 경북 내륙 영주에서 만들어진 건 영동선과 비둘기호 덕분이다. 1955년 영동선이 개통했다. 영주 '묵호문어집' 주인 이춘자(74)씨는 비둘기호 타고 묵호항에 가서 삶은 문어를 가져다 영주 시장에서 팔았다. 비둘기호로 묵호에서 영주까지는 8시간이나 걸렸다. 요즘 차로 3시간 채 걸리지 않는 길이다. 삶은 문어가 완행열차에 실려 느릿느릿 영주까지 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숙성됐다. 이 의도하지 않은 숙성이 큰 맛 차이를 냈다. 문어는 삶아 바로 먹으면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숙성되면 물이 빠지면서 육질이 한층 쫄깃해지고 감칠맛이 더 진해진다. 약간 과장해 비교하면 막 삶은 문어가 잘 버무린 겉절이라면 숙성 문어는 잘 익은 김장김치랄까.

    [영남의 소울푸드 경상도 문어]
    요즘은 산 문어를 묵호뿐 아니라 경북 울진·포항, 강원 고성·강릉 등 여러 곳에서 사다가 가게에서 삶는다. 이춘자씨는 "한 마리씩 삶으면 이 맛이 안 나온다"며 "큰 솥에 여러 마리를 삶으면 문어에서 빠져나온 육수 때문에 더 깊은맛을 낸다"고 했다. 삶아낸 문어는 얼음에 재워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물이 빠지고 꼬들꼬들해진다.

    "나이 드신 분들은 큰 문어를 선호하지만 점점 더 작은 문어를 찾는 추세입니다." 덩치가 큰 문어가 맛이 더 깊다지만, 육질은 작은 문어가 야들야들 연하다. 게다가 제사상이나 폐백에 온전한 한 마리 올리기를 선호한다. 큰 문어의 거대한 다리 하나를 끊어서 올리기도 한다지만, 아무래도 통으로 올려야 더 보기 좋기 때문이다.

    포항 죽도시장 문어가게 10여곳… 대부분 택배 주문 손님

    [영남의 소울푸드 경상도 문어]
    포항 죽도시장 문어 경매.

    ▨포항 '포항문어 80번': 포항 죽도시장에서 문어를 가져다 놓고 파는 식당은 없다. 문어가 워낙 비싸 식당에서 팔기엔 단가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매인 가게에서 참문어를 사서 식당에 가져가면 상차림비 조금 받고 먹을 수 있게 자르고 초고추장 등 양념과 밑반찬을 내준다. 죽도시장에는 문어 취급 가게가 10여곳 된다. 식당에서 먹기보단 전화 택배 주문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민세일 대표는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먹기 직전 꺼내 살짝 녹았을 때 얇게 썰어 먹으면 맛있다"고 했다. 참문어 가격은 그날그날 시세 따라 다르다. 요즘은 설 앞두고 가격이 많이 올랐다. 5㎏ 이하 문어는 ㎏당 4만5000원, 5㎏ 이상은 ㎏당 2만~3만원 한다. 010-3141-2967, www.80muna.com

    ▨포항 '호미곶돌문어홍보판매센터': 1층에서 파는 호미곶 돌문어 등 해산물을 골라 2층에서 맛볼 수 있다. 돌문어가 평소 ㎏당 4만원쯤 하다가 설 앞두고 5만5000으로 훌쩍 뛰었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010-3521-4803, www.호미곶돌문어.kr

    ▨영주 '묵호문어집': 문어를 먹을 수 없고 오로지 판매만 한다. 평소 ㎏당 4만~5만원이나 명절이 다가오면서 5만~6만5000으로 올랐다. (054)635-4557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