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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마음처방전·꽃다발·헌책… 자판기, 어디까지 팔거니

    입력 : 2018.02.09 04:00

    [별별 자판기]

    자동판매기의 진화

    500원 '마음 약방'
    미래막막증·용기부전… 증상 선택하면
    책·영화·요리 추천 마음 처방전 나와

    5000원'설렘자판기'
    여행·추리·로맨스… 8가지 장르 중 선택
    헌책방 주인의 추천서 랜덤으로 살 수 있어

    소고기·샐러드도 팔아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바나나·화장품도
    자판기로 편리하게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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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도 자판기에서 뽑는 세상이다. 서울 홍대 입구 앞에 설치된 꽃자판기 모습. 꽃 가게 들어가기 쑥스러워하는 남자들에게 인기란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톡' 하고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물건을 '툭' 하고 꺼내놓는 네모난 기계. 24시간 어디서든 간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자동판매기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커피나 캔 음료에서 나아가 최근 마스크, 화장품, 아이스크림, 샐러드나 소고기 등 생필품, 식료품으로 판매 목록이 확대되고 있는 건 물론이요 마음을 위로하는 처방전, 헌책, 꽃다발을 판매하는 이색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호기심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눈길마저 사로잡는 요즘 자판기. 일상에 필요한 물건부터 재미와 낭만까지 꺼내놓는 색다른 기계를 찾았다.

    마음 치유 처방전, 꽃까지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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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서울연극센터에 설치된 마음약방 2호점. 마음을 위로하는 처방전이 나오는 자판기다. ② 장르를 선택하면 헌책방 주인이 추천한 책이 랜덤으로 나오는 설렘자판기. ③ 서울 왕십리CGV 이니스프리의 화장품 자판기. ④ 서울 홍대입구역에 설치된 바나나 자판기.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강정미 기자

    서울 대학로의 서울연극센터 1층. 독특한 자동판매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음,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라고 묻는 자판기의 이름은 '마음약방'이다. 미래막막증, 용기부전, 유행성 스마트폰 중독 등 21개에 이르는 증상 중 처방이 필요한 증상의 번호를 누르면 그에 맞는 처방전을 꺼내놓는다. '경력발달장애' 처방을 받은 직장인 김은형(30)씨는 "요즘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위로가 될 만한 책이나 영화, 요리, 산책 코스 등을 추천받아 기뻤다"고 했다. 2015년 처음 도입된 마음약방은 서울문화재단의 마음 치유 캠페인으로 현대인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마음의 증상에 책과 그림,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로 위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재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극센터 각 1층에 총 2대가 운영되고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1호점과 달리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연극센터는 청년 세대를 위한 처방에 특화되어 있다. 이용료 500원.

    랜덤으로 책을 추천해주는 '설렘자판기'라는 이색 기계도 있다. 여행, 추리, 로맨스, 자기 계발 등 8가지 장르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책이 담긴 상자가 나온다. 매번 어떤 책이 나올지 몰라 설렘을 선물하는 상자 속 책은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서점에서 선별한 것이다. 청계천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제 비영리 단체 인액터스 연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 '책잇아웃(책itout)'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헌책방에 직접 가지 않고도 청계천 헌책방 주인의 추천 서적을 자판기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이색 콘셉트만큼이나 시선 사로잡는 핑크색 자판기는 스타필드고양 2층 텐바이텐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용료 5000원.

    유동 인구 많은 번화가를 중심으로 24시간 꽃을 구매할 수 있는 꽃 자판기도 늘고 있다. 자판기 특성상 오래 보존 가능한 드라이 플라워(dry flower)나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가 주를 이루며 계절별로 바뀌는 각양각색 꽃다발을 고를 수 있다. 1만~2만원대로 가격대도 다양하다. 꽃 자판기 업체 '난만'의 고민규 대표는 "꽃집 가길 어색해하는 남성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라며 "전국에 60대 이상 설치돼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마스크, 바나나도 자판기에서

    24시간 어디서든 판매 가능한 자동판매기의 제품 목록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삼한사온(三寒四溫) 대신 삼한사미(三寒四微)라고 불릴 만큼 올겨울 극성스러운 한파와 미세 먼지 탓에 어느새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깜빡하고 마스크를 챙기지 못했다면 '마스크 자판기'에서 간편하게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도권대기환경청과 한국쓰리엠은 2016년 서울 영등포역과 청량리역, 경기 평택역과 수원역, 안산 중앙역, 안양 평촌역 등 수도권 주요 역사에 보건용 마스크 자동판매기를 설치했다. 유통 단계를 줄여 시중 판매 금액보다 25% 정도 저렴하다. 서울 영등포역과 안산 중앙역 자판기에는 미세 먼지 신호등이 함께 설치돼 있어 미세 먼지 수치도 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지하철역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 자판기는 또 있다. 출퇴근길 아침이나 저녁 식사 대용으로 또는 간식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를 판매하는 바나나 자판기다. 서울 홍대입구역과 용산역, 영등포역, 왕십리역, 국민대에 설치된 돌코리아의 자판기에선 박스 포장된 바나나(1개 1100원, 2개 2000원)를 구매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바나나 케이스(1600원)는 바나나 보관용이나 선물용으로도 유용하다. 대학생 박진영(22)씨는 "배고플 때 든든하게 먹기 좋은 바나나를 자판기로 쉽게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자판기도 등장했다. 터치 스크린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니스프리의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이다. 이니스프리 그린라운지 여의도역점, CGV왕십리점, CGV홍대, CGV대전터미널, 국민대 등에 설치돼 있다. 70인치 대형 화면을 터치해 필요한 제품 정보와 구매 후기 등을 확인한 뒤 필요한 제품을 고르면 된다. 클렌징이나 수정 화장을 위한 제품이나 미니 사이즈 상품을 주로 판매한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화장품 자판기는 비대면 방식을 일컫는 '언택트(untact)'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점원이 다가가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밀레니얼 세대(1981~2000년 사이 태어난 세대)' 고객을 위해 낸 아이디어인데 이색 구경거리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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