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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웃긴 글 퍼나르는 한국인… 웃음이 얼마나 고팠으면

    입력 : 2018.02.02 04:00

    [유머의 힘]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프라이데이 토크
    안 웃고 못 웃기는 걸로 치자면 도긴개긴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유머에 왜 이리 인색할까요.

    오누키(이하 오): 아침 일찍 카페에 갔어요. 바깥이 워낙 추우니 카페 안도 얼음장이었는데 젊은 회사원들이 커피 호호 불면서 까르르 웃더라고요. 웃음이 한파를 녹일 것만 같았어요. 확실히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보단 웃음에 후한 것 같아요.

    김미리(이하 김): 일본보단 사정이 나아 보여도 일상에서 유머는 부족하죠. 자칫 얘기 잘못했다 썰렁해지면 분위기 깬다 타박이나 받고…. 오죽하면 비즈니스 유머를 '공부'할까요.

    : 그런가요? 전 한국 사람들이 정치 뉴스 보면서 '코미디 같다'는 말을 많이 해 독특했어요. 일본에선 안 쓰는 표현인데 한국 사람들이 코미디를 얼마나 좋아하면 일상적으로 저런 표현을 할까 싶었거든요.

    : '코미디 같다'는 '어쩜 저리 황당할까'란 의미죠. 코미디를 많이 봐서 나온 말일 수는 있지만 이 표현에서 코미디란 단어 자체의 뉘앙스는 부정적이에요. 희극을 일컫는 영어 단어 코미디에 유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국식 뉘앙스가 더해진 것 같아요.

    : 한국 사람들은 유머 열정이 강한 듯해요.

    : 유머 열정요?

    : 한국 친구들이 '오늘의 유머' '난센스 퀴즈' 같은 재미있는 글이나 웃긴 동영상을 종종 카톡으로 보내줘요. 우스개를 이렇게 부지런히 퍼 나르다니. 웃긴 걸 '공유'하는 문화 자체가 흥미로워요.

    : 웃을 일 없는 세상이라 더 갈증이 클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개그 주파수 안 맞는 '펌글(퍼온 글)'은 스트레스 유발 스팸이에요.

    : 그래도 시도 때도 없이 메신저 보내는 한국 문화 감안하면 '유머 공유'가 메마른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윤활유가 되는 건 아닐까요.

    : 요즘 한국인의 유머 감각은 촌철살인 댓글에서 폭발하는 것 같아요. 네티즌들 센스에 혀 내두른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친구끼리만 알던 재치를 광활한 인터넷 세상에서 맘껏 펼치는 거죠.

    : 확실히 일본에도 댓글 문화가 있지만 한국 댓글이 훨씬 재밌어요.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평양올림픽' '평화올림픽' 맞불대결도 네티즌 댓글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뜬 첫날 반응 보러 댓글을 지켜봤는데 '평양올림픽'이란 말이 있었어요. 정치권이 쓰기 전 인터넷상에서 먼저 등장한 것 같아요. 언어유희, 패러디에 강한 한국의 문화가 엿보였어요.

    : 그런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왜 유머가 어색할까요?

    : 일본에선 아예 유머라는 단어 자체를 서양 문화로 생각해요. 진지하고 예의 바르고 남이 불쾌함을 못 느끼게 말하는 걸 미덕으로 삼지요. 유머가 끼어들 틈이 없어요.

    :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죠. 영국에서 대학원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였어요. 교수님과의 첫 대면이었는데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보며 말하더군요. "'안타깝게도' 오늘 날씨가 너무 안 좋군. 그래도 여러분 학교생활엔 안개 가득하길!" 뭔 말인가 했더니 영국의 악명 높은 안개 낀 날씨를 비튼 유머였어요. 학생들이 배꼽 잡고 웃더군요.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 학창 시절 선생님하고 농담 주고받은 기억이 거의 없거든요.

    : 학교에서 선생님하고 농담한다? 일본에서도 상상 못할 일이죠.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엔 쥐죽은 듯 조용히 있었어요. 농담은커녕 질문도 못했어요. 결국 유머도 교육에서 오나 봐요. 선생님이 웃어야 학생이 웃으니. 한국도, 일본도 많이 웃으려면 학교부터 변해야겠네요.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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