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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원어민이 본 정현 인터뷰 속 유머

      입력 : 2018.02.02 04:00

      [유머의 힘]

      샘 해밍턴(호주 출신 방송인)

      호주 속담처럼… '삽은 삽이다'고 말하는 직구화법에 열광

      딱 호주 사람 취향 저격하는 스타일이다. 호주 사람이 좋아하는 속담에 'Call a spade a spade(삽을 삽이라 불러라)'라는 게 있다. 에둘러 말하지 말고 곧이곧대로 말하라는 의미다. 정현의 '돌직구' 스타일이 먹힌 것이다.

      과거 한국 스포츠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늘 같은 레퍼토리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고 결과가 잘 나왔을 뿐". 훈련받은 정답, 준비된 답변이 같았다. 무미건조했지만 정현은 달랐다. 귀여운 인터뷰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했다.

      호주 사람들은 새로운 판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안방'에서 스타의 탄생을 환영했고, 정현이 새로운 스타로서의 자질을 유머 섞인 멘트로 유감없이 보여줬다.

      팀 알퍼(영국 출신 칼럼니스트)
      '4강서 열심히 하겠다'않고 '금요일에 만나요'…  최고의 문장

      정현의 강점은 자신감. 겁이 없다. 몇몇 표현은 네이티브로서 이해가 안 됐는데 너무 자신 있어서 그 자체가 웃겼다. 본인도 인터뷰를 즐기고, 인터뷰를 보는 사람도 즐기게 만들었다. 자신의 뜻 전달을 잘하면서 남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적확한 단어로 포인트를 줬다.

      진정한 미덕은 가벼운 질문을 가볍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인의 인터뷰에서 보기 어려웠던 자세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대를 친구로 만들기에 좋은 자질이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을 보면 유머를 가지고 놀 줄 아는 것 같다. 무엇보다 8강 맨 마지막에 한국말로 '금요일에 다시 만나요'라 했는데 최고의 문장이다. '4강에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뻔하지 않은 대답을 해서 신선했다.

      후안 가르자(미국인 영어 강사)

      정현이 “Just I’m trying to, when I young I’m just trying to copy Novak because he’s my idol(어렸을 때 조코비치가 우상이었기 때문에 그를 그저 따라 했다)”고 말했다. 문법은 틀렸지만 명확하고 정확한 단어를 적절하게 이용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조코비치는 내 우상”이라면서 “내가 젊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I’m young than Novak, so I don’t care)”는 식으로 농담을 섞어 들었다 놨다 한 것도 흥미로웠다. ‘존경’과 ‘자신감’을 양손에 들고 저울질하며 자유자재로 내뱉는 식이다.

      비비안 오(재미교포 디자이너)

      진지함을 버리고 상대가 물어보자마자 응수하는 게 좋았다. 조코비치를 따라 했다는 표현에서 ‘copy(복사하다)’라고 썼던데 직설적인 느낌이다. 한국 사람들은 ‘follow(따르다)’라고 쓰는 이도 있는데 여기선 ‘copy’가 맞다. 더 맞는 표현을 적확하게 잘 썼다. 정현 유머를 두고 ‘모던 패밀리 유머’라고들 하더라. 미국 시트콤 ‘모던 패밀리’를 즐겨봐서 그렇다더라. 그래서인지 미국식 가벼운 유머가 익숙한 듯 보였다.

      폴 리(인공지능회사 마인드 대표)

      체력이 열세인 조코비치의 약점을 콕 집어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외에서 용인되는 수준의 유머다. 당당함을 더 돋보이게 한다. 호주 관중이 박장대소한 점도 정현이 촌철살인으로 유머의 지점을 정확하게 찔렀기 때문일 것이다. 겸손이 미덕인 사회가 가고 나를 어필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힘빼야 잘한다’는 말처럼 대화에서도 어깨에 힘빼고 리듬타는 듯 상대의 질문 포인트를 잘 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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