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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주택' 골목따라 맛집 탐험 떠나볼까

서울역에서 멀지 않은 용산구 후암동. 세련된 카페와 맛있는 음식점, 개성 있는 공방은 '후암로'를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후암로는 한강대로 뒷길이지만 의외로 넓고 길 양옆으로 굵은 가로수까지 줄지어 있어 운치가 있다. '제2의 가로수길'이 되리라 점쳐지기도 한다.

    입력 : 2018.01.12 04:00

    [후암동]

    강북의 가로수길 '후암로'

    언덕 넘어 해방촌
    일본인들 거주했던 문화주택 300여채 남아
    골목 걷는 재미 쏠쏠

    줄서 먹는 맛집들
    12석 식당 '창수린' 태국 가정식으로 유명
    50년 전통 감자탕집 맑고 깔끔한 국물 인기

    진짜 군만두 맛보려면
    중국식 군만두 홋카이도식 양고기구이…
    숲 내음 가득한 카페서 비엔나 커피 한잔을

    서울역에서 멀지 않은 용산구 후암동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이어 해방촌까지 포화되면서 해방촌에서 언덕 하나만 넘으면 연결되는 이곳에 카페·레스토랑이 새로 문을 열고 있다.
    서울 후암동의 대표적 문화주택 '지월장'. 게스트하우스로 쓰이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후암동의 대표적 문화주택 '지월장'. 게스트하우스로 쓰이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게다가 후암동은 골목 구석구석 '문화주택'을 발견하며 걷는 재미가 있다. 문화주택이란 일제강점기 근대식으로 지어진 고급 주택을 말한다. 1920년대 후암동 일대에 일본인이 집단 거주하는 서양식 주택이 대거 들어섰다. 아직 남은 것만 300여 채다. 당시 신문과 잡지, 소설에서 '빨간 기와 파란 기와의 문화주택이 아름다운 색채로 늘어서 있는'이라고 표현하면서 문화주택이란 용어가 정착됐다. 후암동의 대표적 문화주택이 지월장(指月藏)이다. 규모가 워낙 커서 '이토 히로부미의 별장'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던 지월장은 서선식산철도주식회사(西鮮殖産鐵道株式會社) 상무이사 니시지마 신조의 별장이었다. 원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다.

    세련된 카페와 맛있는 음식점, 개성 있는 공방은 '후암로'를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용산고교사거리부터 후암삼거리까지 길이 800여m인 후암로는 한강대로 뒷길이지만 의외로 넓고 길 양옆으로 꽤 굵은 가로수까지 줄지어 늘어서 있어 운치가 있다. '제2의 가로수길'이 되리라 점쳐지기도 한다.

    ① 일본 홋카이도식 양고기구이집 '야스노야'. ② 후암삼거리에 있는 '도동집'. ③ 중국 가정식 만두를 맛볼 수 있는 '산동만두'. ④ 카페 '아베크엘'이 있는 골목 해 질 녘 풍경.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① 일본 홋카이도식 양고기구이집 '야스노야'. ② 후암삼거리에 있는 '도동집'. ③ 중국 가정식 만두를 맛볼 수 있는 '산동만두'. ④ 카페 '아베크엘'이 있는 골목 해 질 녘 풍경.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가장 유명세를 타는 식당은 창수린(02-3789-7625)이다. 12석에 불과한 작고 촌스러운 태국 식당. 하지만 한국에 사는 태국인들이 "태국 가정식에 가장 가까운 맛"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태국 요리에서 추구하는 단맛·신맛·짠맛·매운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어머니가 만드는 집밥처럼 온화하다. 그린파파야로 만드는 태국식 겉절이 김치 쏨땀(1만원), '세계 3대 국물음식'이라는 똠얌꿍(1만1000원), 그린커리(1만1000원), 볶음국수 팟타이(1만1000원) 등 뭘 먹어도 맛있다. 오전 11시30분 전에는 가야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테이크아웃 된다.

    창수린 옆 원조감자탕일미집(02-776-0670)은 후암로 터줏대감으로 꼽힌다. 50여 년간 한자리에서 감자탕을 끓여오고 있다. 돼지뼈, 감자, 파만으로 맑고 깔끔한 국물을 추구한다. 감자탕 1만5000·2만·2만5000원, 감자탕백반 7000원. 이 집 역시 점심 때에는 한참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후암재래시장 길 건너편 골목 산동만두(02-3789-8285)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출신 주인이 가게에서 직접 빚은 만두를 주문하면 바로 찌거나 구워준다. 야채고기찐만두(5000원)가 특히 맛나다. 만두 속으로 한국의 일반 중식당에서 흔히 넣지 않는 데친 배추를 넣어 중국 가정식 만두 맛이 난다. 배추의 부드러우면서 은은한 단맛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제대로 된 군만두를 낸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진정한 군만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한쪽 면은 지지고 나머지 면은 쪄야 한다. 새우군만두(7000원)가 가장 인기다. 가게가 워낙 좁아 테이블도 없이 벽에 붙은 기다란 카운터에 등받이 없이 높은 의자 4개가 전부다. 주인은 "손님 대부분이 포장해 간다"고 했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식감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산동만두'의 야채고기군만두. 닭고기와 바질을 매콤하게 볶은 '창수린' 가이팟카파오, 딸기를 듬뿍 올린 '아베크엘' 베리베리토스트. / 김성윤 기자
    바삭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식감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산동만두'의 야채고기군만두. 닭고기와 바질을 매콤하게 볶은 '창수린' 가이팟카파오, 딸기를 듬뿍 올린 '아베크엘' 베리베리토스트. / 김성윤 기자

    후암로에서 남산 쪽으로 난 한적한 골목길을 꽤 올라가야 나오는 카페 아베크엘(070-8210-0425)은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어놔도 전화를 걸어주지 않는다. 천상 가게 앞에서 테이블 나길 기다려야 하는데, 엄동설한에도 이를 마다치 않는 젊은 여성·커플들이 항상 두세 팀씩 대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어마어마하게 유명하다기에 겉모양만 신경 쓰는 카페일 거라 삐딱하게 대기하다 입장했다. 하얗게 칠해 자칫 휑할 수도 있었을 카페를 은은하게 채우는 숲 내음에 놀랐다. 전나무 가지를 여기저기 무심한 듯 세련되게 놓았는데, 여기서 상쾌한 향이 풍겼다. 차갑고 진한 커피에 생크림을 얹은 오로라(아이스 비엔나 커피·6500원), 빵에 크림치즈와 잼을 바르고 딸기를 듬뿍 올린 베리베리토스트(Berry Very Toast ·6500원) 등은 시각뿐 아니라 미각도 만족시킨다.

    야스노야(02-777-0708)는 홍익대 앞, 상도동에서 유행이 시작된 일본 홋카이도식 양고기구이집이다. 과거 불고기집에서 흔히 쓰던 투구처럼 가운데가 불룩 솟은 불판을 놓고 종업원이 양고기를 호박·마늘·양파 등 각종 채소와 함께 정성껏 구워준다. 항공으로 냉장 운송한 램(lamb·젖을 떼지 않은 어린 양고기)을 사용해 연하고,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는 없이 고소한 육향만 살아 있다. 생양갈비 2만7000원, 생양등심 2만3000원, 생늑간살·생살치살로 구성된 특수부위 2만5000원, 허브·올리브오일·각종 채소에 재운 야스노야 시그니처 생양갈비 2만9000원. 식사로는 수프카레(2만3000원·2인분)에 우동(1500원)을 추가해 먹기를 추천한다. 칼칼한 카레 국물에 그릴에 구운 양고기와 각종 채소를 담아주는 홋카이도 음식이다.


    후암삼거리 도동집(02-772-9463)은 도동탕면(7000원)과 여기에 된장으로 구수한 맛을 더한 미소탕면(7000원)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멸치와 소고기를 우린 국물을 섞어 감칠맛을 증폭시켰지만 텁텁하거나 느끼하지 않고 비린내 없이 깔끔하다. 저녁에는 불고기파전(1만5000원), 소고기 숙주볶음(1만5000원), 도동 어묵탕(1만5000원) 같은 안주에 술 한잔하려는 직장인들이 많다. 도동(桃洞)은 과거 복숭아나무가 많아 복사골로 불리기도 했던 동네로, 1980년대 후암동과 동자동에 편입되며 사라졌다. 도동집 주변이 과거 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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