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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사투리 애써 고치는 한국, 애써 배우는 일본

    입력 : 2018.01.12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프라이데이 토크
    오누키 특파원은 '도쿄 사람'에서 4년간 '서울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그녀가 느끼는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뭘까요.

    오누키(이하 오): 지난주 부산에 출장 다녀왔는데 지인한테 안부 메시지가 왔어요. "부산에 내려갔다 왔다"고 답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부산에 갔다 왔다"고 답했어요. '내려갔다'고 쓰면 부산을 낮추는 거 아닌가 해서요.

    김미리(이하 김): 부산을 낮추었다? 부산이 서울보다 남쪽에 있으니 내려갔다는 게 맞지요.

    : 단지 지리적으로 아래에 있다는 뜻뿐만 아니라 도시 간 서열이 담긴 것 같아서요. 일본에선 도쿄에서 오사카로 여행이나 이사 가면 '오사카로 갔다'고 하지 '오사카로 내려갔다'고 안 하거든요.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내려가다'의 여러 뜻 중 '지방으로 가다'는 의미가 등재돼 있어요. '올라가다'엔 '지방에서 중앙으로 가다'란 뜻이 있고요. 언어 사용만 봐도 확실히 서울과 비서울 지역에 차등을 둔 게 느껴지네요.

    : 지난달 마이니치 신문 인터넷판에 일본의 지역경제 전문가가 한국에서 KTX를 탄 경험을 바탕으로 국토 개발 방식을 비교한 칼럼이 실렸어요. KTX 타고 부산, 광주, 경주 등을 가봤는데 다른 지방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편은 아예 없거나 환승이 불편하더라는 거예요. KTX가 도시를 골고루 이어주는 게 아니라 서울을 하나의 중심축으로 서울과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기능에 특화해 만든 교통수단이란 인상을 받았대요.

    : 일본 신칸센도 그렇지 않나요?

    : 신칸센은 기본적으로 일본 도시들을 고루 연결하는 역할을 해요. 그 칼럼니스트가 KTX를 보면서 한국은 대만과 비슷한 '일극(一極) 집중형' 국가인 걸 실감했다고 했어요. 앞으론 유럽·중국처럼 도시마다 개성이 살아 있는 '다극(多極) 분산형' 구조가 바람직하고, 한국에서도 그런 요구가 커질 거라더군요.

    : 서울 집중 현상으로 인한 피로감이 최근 젊은 층의 귀촌 현상에도 나타나요. 저성장 때문에 도시에서의 취직은 더 어려워지고 삶은 고단해졌어요. 행복의 기준도 금전적인 성취에서 삶의 질로 옮아가면서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눈 돌리는 거죠.

    : 일본에서는 1970년대 'U턴 취업'이란 말이 등장했어요. 소도시나 고향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는 흐름이었죠. 한동안 잠잠하다가 1990년대 버블 경제가 꺼질 무렵 다시 U턴 취업이 활발해졌어요.

    : 한국은 서울 의존도가 워낙 커 귀촌 현상이 지방의 개성을 살리는 데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 일본은 막부 시대 전통이 남아 지방마다 지역색이 또렷한 편이에요. 지역 방송에서도 뉴스 진행자만 표준어인 도쿄말을 쓰고, 그 외 프로그램에선 지역 사투리를 써요. 오사카 지방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도쿄말을 쓴다면 지역 시청자들이 너무 어색하다고 항의할 걸요(웃음).

    : 우리로 치면 부산에선 경상도 사투리로, 광주에선 전라도 사투리로 방송하는 격인데 상상이 안 가네요. 한국에선 부산이든 광주든 제주든 방송 공식어는 표준어인 서울말이에요. 여행 가서 지역 방송 틀어보면 진행자가 어설프게 서울말 쓰는데 그냥 편히 하면 안 되나 싶을 때도 있거든요.

    : 사투리가 활성화돼 있으면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가 발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타 지역 출신에 배타적인 경향이 있어요. 일본 경우 타 지역에 가서 근무를 하면 그 지방 사투리부터 일부러 배워요. 그러지 않으면 밖에서 온 이방인 취급받으니까. 아이들도 사투리 못 써서 이지메 당할 때도 있고.

    : 애써 사투리 고치는 한국, 애써 사투리 배우는 일본. 그냥 있는 대로 편하게 말하면 좋으련만.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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