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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 MIT·하버드 학벌깡패? '모래시계' 때문이었죠

건축가 유현준(49). '명견만리'(KBS) '어쩌다 어른'(OtvN) 같은 강연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를 펴냈다. 건축을 소재로 칼럼도 쓴다.
최근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tvN·이하 알쓸신잡)에 출연해 알려졌다. 총정리 편만을 남겨두고 있던 지난 12월 27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입력 : 2018.01.05 04:00

    예능 '알쓸신잡2'의 히든 카드

    유현준의 '건축학개론'
    건축물에 숨겨진 스토리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강연과 다른 예능 형식 재즈같은 신선함 준 듯"

    화려한 학벌의 진실
    MIT 시절 드라마에 빠져 뒤늦게 검사 꿈꾸기도
    비자 때문에 건축일 하다 다시 흥미 느껴 하버드로

    요즘 관심은 '학교 건축'
    운동장 옆에 校舍 하나 전체주의적 흔적 그대로
    이런 곳서 12년간 생활 창의성이 길러질까요?

    건축가 유현준(49)은 집과 이야기를 짓는다. '명견만리'(KBS) '어쩌다 어른'(OtvN) 같은 TV 강연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를 펴냈다. 건축을 소재로 신문에 칼럼도 쓴다. 공간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그의 이야기는 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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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준은 “건축가보다도, 건축주 될 사람을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가를 어떻게 지으면 장사가 더 잘될지, 집은 어떻게 지어야 가족이 더 행복할지 건축주들이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건물을 설계하면서 꾸준히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며 학생들에게 공간의 메커니즘을 강의한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최근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tvN·이하 알쓸신잡)에 출연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알쓸신잡은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 5명이 함께 여행하며 방담(放談)하는 프로그램. 대본도 이렇다 할 주제도 없는, 백가쟁명 내지는 난상토론 같은 이야기가 예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해 6월 시즌1을 방송하는 동안 제작진 사이에서 건축가를 영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여행지의 건축물이나 공간에 대해 설명해 줄 사람이 없어 번번이 이야기가 나오다 말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현준은 지난 10월 시작한 시즌2에 투입됐다. 마지막 총정리 편만을 남겨두고 있던 지난 12월 27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알쓸신잡'은 예능이다. 지금껏 했던 강연 프로와는 또 달랐을 것 같다.

    "강연은 혼자지만 이건 다섯 명이 서로 얘기한다. 다른 분들이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른다. 한 사람이 말하면 얘기가 그쪽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기도 한다. 서로 즉흥 연주를 하며 맞춰가는 재즈와 비슷하다. 처음엔 '이 얘기 해야지' 하고 준비해갔는데, 그러면 그 생각 하느라 다른 분들 얘기가 귀에 안 들어온다. 나중엔 준비 안 하는 게 잘하는 거라는 마음으로 했다."

    ―방송에 나오고 나서 달라진 게 있나.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서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 그런데 (알쓸신잡에 같이 출연했던) 유희열씨 얘길 들어보니 두 달 지나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건 사라진다니 다행이다."

    유현준은 논란을 부른 출연자이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는 미국 명문대에서 유학하고 강남에 오래 산 그를 '보수 성향' '촛불의 반대편 세력'으로 규정하고 하차를 요구했다.

    ―'악플'도 많았다. 부담이 컸을 텐데.

    "방송 초반에 특히 그랬다. 처음엔 그게 전체 의견이라고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알쓸신잡이 '좌익 방송'이라는 분도 있고, 나를 마치 '일베'(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약칭)처럼 몰아세우는 분도 있었고…. 극단적 반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어쩔 수 없는 그림자 같은 게 아닐까."

    유현준이 설계한 건물들. 경기 고양시 쥬쥬 동물원(위)과 충남 홍성군 청운대 도서관·대학본부. / 사진가 염승훈
    유현준이 설계한 건물들. 경기 고양시 쥬쥬 동물원(위)과 충남 홍성군 청운대 도서관·대학본부. / 사진가 염승훈

    ―반면 건축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알기 쉬운 건축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게 아닐까.

    "건축가들이 자기들끼리만 얘기해서 그렇다. 지금 건축계는 갈라파고스처럼 됐다. 끼리끼리 진화해서 대륙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 나도 그런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하면서 영어 많이 쓴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았다. 건축가들끼리 얘기할 땐 그게 일상어나 마찬가지다 보니 그렇게 된다."

    ―비유해서 말하는 데 능한 것 같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성경책을 봤다. 성경은 대부분이 비유다. 수백 년에 걸쳐 진행된 역사를 다른 곳에선 하나의 에피소드로 비유하기도 한다."

    ―방송에서 '명문대 도장 깨기'라는 표현이 나왔다.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 하버드에서 공부했다.

    "MIT를 졸업할 때쯤 드라마 '모래시계' 열풍이 불었다. 그걸 보고 검사나 정치를 해볼까도 잠깐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어려워서 안 되겠더라. 비자 때문에 건축 설계 사무실에는 계속 다녔는데,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건축에 다시 흥미를 느꼈다. 제대로 다시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하버드에 갔다."

    ―어려서부터 건축가가 되고 싶었나.

    "사실 건축가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암기 과목이 싫어서 고등학교 때 이과를 갔지만 수학도 싫었다. 제일 좋아한 과목은 미술이었고 물리, 지리, 지구과학이 재미있었다. 이 네 과목이 겹치는 분야가 건축이었다."

    ―건축가도 수학적 재능이 중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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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건축가 유현준의 이야기는 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이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수학보다는 직관적 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수학적 계산은 구조 역학을 하는 이들이 따로 있다. 직관적으로 '여기 기둥 하나 빼도 될 것 같다'는 걸 느낌으로 아는 게 중요하다."

    ―애틀랜타 하이뮤지엄, LA 게티센터 등을 설계한 건축 대가(大家) 리처드 마이어의 사무실에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매력적인 분이었다. 풍채도 좋고. 저 사람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자기가 만든 조직의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면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좋은 생각이 나오고 창의적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알쓸신잡이 인기였던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생각도 배경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고, 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얘기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설계한 건물을 보면 흰색이 눈에 띈다. '백색의 건축가'로 평가받았던 마이어의 영향인가.

    "영향을 받았을 거다. 색을 많이 쓰는 걸 겁내는 편이다. 건축은 최소한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색을 너무 쓰면 색 자체가 공간을 규정해버린다. 중립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흰색을 자주 쓴다. 백지 같은 느낌이니까."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그는 자기 책을 기념으로 건넸다. 표지를 펼친 뒤 날짜·서명과 함께 '학교 건축과 도시를 바꿔주세요'라는 당부를 적었다.

    ―왜 갑자기 학교 건축 얘기인가.

    "건축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뿌리 깊은 배경엔 학교 건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장 하나에 교사(校舍) 하나. 사진으로 보면 창문 크기만 달랐지 교도소랑 똑같다. 이런 공간에서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의 12년을 보낸다. 사무 건물은 창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데, 학교 건물은 우리 아버지 세대나 우리 세대나 우리 아이들 세대나 똑같다. 아이들이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야외를 보게 해줘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에 살고 교실에서 생활하다가 학교 끝나면 상가에 있는 학원에 간다. 자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지내면 그 정서가 어떻게 될까."

    ―땅이 부족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건축가로서 말하자면 지금 학교들이 쓰는 연면적의 70%만 돼도 설계할 수 있다. 학생들이 줄면서 빈 교실이 늘어난다. 학교에선 이걸 자꾸 달리 쓰려고 하는데, 차라리 헐어서 테라스로 만드는 거다. 학교 쉬는 시간이 10분이다. 4층 교실에서 뛰어 내려와서 운동장에서 놀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겠나. 지금은 아이들이 밖에 나갈 수가 없다."

    ―그런 학교를 실제로 설계해보기도 했나.

    "세종시에서 한 번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쉽지 않다. 건물을 둘로 나누겠다고 하면 아이들이 비 맞아서 안 된다고 한다. 오케이, 그럼 통로를 지붕으로 덮어주겠다 하면 이번엔 추워서 안 된다고 한다. 나중엔 '교수님이 설계한 학교가 좋은 건 알겠는데, 공립학교 중에 여기만 너무 좋으면 형평성이 깨지니 사립학교 가서 하시라'는 말까지 한다. 심각하다. 한국 사회가 더 발전하려면 학교 건축이 바뀌어야 한다."

    유현준(兪炫準)

    1969 서울 출생
    1991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1996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건축설계 석사 졸업
    2003 미국 하버드대 건축설계 석사 졸업
    2003~2005 리처드 마이어 건축설계사무소
    2005~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2007~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소장
    2009 젊은건축가상
    2012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부(副)커미셔너
    2017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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