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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괴테, 나를 이끌어주오

    입력 : 2018.01.05 04:00

    [경유지 여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여행'

    유럽 금융·교통의 허브… 현대적 도시 곳곳에 괴테의 흔적 남아있어
    필수 코스 ‘괴테하우스’… ‘젊은 베르테르…’ 등 쓴 책상 앞 분위기에 압도
    ‘야경’ 곁들인 저녁식사… 독일식 돈가스·족발에 현지 맥주 곁들인 후 ‘사과와인’으로 입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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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하우스 2층‘그림의 방’. 그림으로 도배된 이곳에서 사람들이 넋을 잃는다./정상혁 기자
    인생은 하나의 목적지를 위한 환승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매 순간의 경유지는 중요하다. 거쳐 지나는 모든 거처에 의식주가 있다. 절경과 풍습과 현재가 있다. 짧을지언정 그 찰나가 아무것도 아닐 수 없다. 잠시 머물 때 더욱 강렬하다. 이름하여 경유지 여행, 유럽 여행의 기착지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 시작한다.

    "훌쩍 떠나온 것이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친구여. 인간의 마음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괴테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첫 줄에 이렇게 썼고, 이것은 정확히 여행의 은유라 할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시성(詩聖) 괴테가 태어난 곳. 괴테는 자서전 '시와 진실'에 또 이렇게 적었다. "1749년 8월 28일 낮 12시 정각에 나는 프랑크푸르트의 세계로 왔다. 별자리는 상서로웠다." 유럽 여행자를 위한 항공의 도시, 독일 철도 교통의 요충지, 국제 모터쇼가 열리고 유럽중앙은행이 있는 금융 중심지로 인식되곤 하지만, 괴테의 흔적을 좇는 것만으로 이곳은 문화의 도시로 변모한다. 주어진 시간은 하루. 문학이 도처에 숨겨놓은 귀한 단어를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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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 광장의 괴테 동상. 괴테 광장 옆 로스마르크트 광장에 구텐베르크 동상이 있다. 구텐베르크가 고안한 인쇄술이 괴테에 이르러 만발했으니. 오른쪽 사진은‘문학의 집’/정상혁 기자
    여행의 시작은 중앙역에서 가까운 구시가지 중심, 뢰머 광장에서 하는 게 좋다. 괴테의 할아버지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이었고, 뢰머 광장 서쪽에 삼각 지붕의 세 동짜리 고딕 양식 프랑크푸르트 구(舊) 시청사 건물이 있다. 동화 마을 같은 첫인상과 달리, 1564년부터 200년간 10명의 황제가 대관 축하연을 열었던 기품 있는 장소다. 밤에 이르러 푸른 조명으로 장식된 건물이 환상 동화를 연상케 한다. 현대미술 기획 전시로 명성이 드높은 쉬른 쿤스트할레 미술관, 흔히 '카이저의 돔'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이 있고, 동쪽엔 목조 골조가 밖으로 드러나게 지은 파흐베어크(Fachwerk) 양식의 건물, 그 아래 각종 유명 음식점이 도열해 있다. 등받이 없는 노천 벤치에 앉아 혼자 맥주를 홀짝이자니 웬 광대가 와서 술동무를 하자 한다. "나는 떠나야만 한다…." 괴테의 문장을 인용하며 후퇴.

    괴테의 고향에 왔으니 그의 집에 가는 게 도리. 괴테하우스. 그로스 히어슈그라벤(Grosser Hirschgraben) 23번지. 괴테가 26년간 머문 곳. 비좁은 골목 안에 있는데도 매년 관광객 10만여 명이 들르는 도시의 필수 코스다. 벽면이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고즈넉한 이 4층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박살 난 것을 복원한 것이다. 집 바로 옆에 괴테박물관이 붙어 있다. 후기 바로크부터 낭만주의에 이르는 미술품이 14개 전시실에 진열돼 있어 괴테 시대의 독일 미술사를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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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가 세례받은 성 카타리나 교회(위)와 도시의 랜드마크 뢰머 광장./정상혁 기자
    옆집으로 넘어가면 괴테의 집. 1층은 바로크, 2층은 로코코, 3·4층은 루이 16세 풍이다. 벽면이 각종 명화로 꽉 찬 18세기 프랑크푸르트 부유층 가정의 실내가 베르테르의 파랑 연미복, 노랑 바지처럼 단장돼 있다. 하이라이트는 3층에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초고를 쓴 '시인의 방'. 올리브 빛깔의 벽지에 괴테의 실루엣이 담긴 그림이 걸린 이 방에서 관광객은 괴테의 기(氣)를 빨아들이려고 책상 앞에 이르러 표정이 진지해진다. 옆방은 '인형극의 방'인데, 할머니가 어린 괴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조그마한 목제 인형극 상자가 있다. 나무 상자의 세 귀퉁이를 뜯어낸 형태를 생각하면 쉽다. 여기서 괴테는 대본을 짜고 인형을 부리면서 거장의 싹수를 키웠던 것이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로봇이나 인형 갖고 노는 것은 위대한 창조의 걸음마.

    괴테하우스에서 조금 벗어나면 쇼핑으로 유명한 차일(Zeil) 거리가 있고, 근처에 14세기 건축된 성 카타리나 교회(St. Katharinen Kirche)가 있다. 괴테 가족이 세례받은 곳이다. 세계 최대 국제 도서전의 도시답게, 시민들이 이곳에 모여 소설 낭독 행사를 열기도 한다. 파이프 오르간으로 유명해 30분 정도 연주를 들으며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 좋다.

    아이제너 다리(Eiserner Steg)를 걷는다. 도시에 거대한 밑줄을 치며 지나가는 마인강을 본다. 강변을 따라 박물관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말하자면 박물관의 도시라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면적은 248㎢로 경기도 고양시 수준인데, 박물관만 30여 개. 건축박물관·영화박물관·세계문화박물관…. 시의 집중적인 육성 덕택이다. 오페라하우스 알테 오퍼(Alte Oper) 등의 문화시설도 즐비하다. 괴테의 고향인데 문학의 집(literatur hous)이 없을 리 없다. 희고 단정한 건물이 미술관처럼 보이는 이곳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세스 노터봄 등의 세계적 저자들이 방문해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저녁에 이르러 다시 뢰머로 온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을 탄 식당이 몇 군데 있다. 일종의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Schnitzel)이나 독일식 족발 슈바인 학센(Schweins Haxen), 현지 맥주 빈딩(Binding)의 조합이 가장 보편적이다. 고기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게 그린 소스. 괴테가 즐겨 먹었다 전해지는데, 파슬리나 처빌 같은 7가지 푸성귀를 요거트 등과 함께 갈아낸 초록색 수프 같은 것이다. 이걸 다 먹은 뒤 이곳의 명물, 사과와인 아펠바인(Apfletwein)을 한잔한다. 시큼털털한 정종 같은 술 한잔이 체내의 문학성을 극도로 높인다.

    배가 불러 나서는 잠깐의 산책. 프랑크푸르트는 밤에 이르러 비로소 만개한다. 마인강 주변으로 피어오르는 스카이라인과 건물의 조명. 괴테는 약혼자가 있던 샤로테 부프를 사랑했고, 식당 주인의 딸 케트헨을 사랑했으며,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 은행가의 딸 릴리 쇠네만을 사랑했다. 아이젤너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강변에 호텔 겸 레스토랑 게르버뮐레(Gerbermuehle)가 있다. 과거 어느 은행가의 여름 별장이었는데, 여기서 한 달쯤 묵었던 괴테가 마리아네 폰 빌레머라는 젊은 여성에게 푹 빠지고 만다. "둘로 나뉜 이 잎은/ 본래 한 몸인가." 서른 살 어린 애인을 떠올리며 지은 시 '은행나무 잎'이 아직도 프랑크푸르트를 떠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파우스트'의 마지막에 그는 썼다. 사랑하느라 끝내 머물 수 없었으니, 이제 다음 도시로 갈 시간.

    게르버뮐레의 현지 맥주 빈딩과 아펠바인./정상혁 기자
    박물관 괴테하우스 입장료 7유로.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은 오후 5시 30분까지 연다. 경유 시간이 아주 짧은 경우 알테 오퍼에서 오페라 한 편만 관람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클래식뿐 아니라 ‘미녀와 야수’ 같은 뮤지컬도 열린다.

    음식점
    와인 창고를 개조해 만든 술집 비눔 (vinum- frankfurt.de)이 유명하다. 와인으로 이름이 높고, 그린 소스가 11.5유로, 슈니첼이 14유로 정도로 값도 저렴하다. 고급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게르버뮐레(gerbermuehle.de)로 가면 된다.

    교통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풀다·아이제나흐·에어푸르트·바이마르·예나·라이프치히를 잇는 ‘괴테 가도’(Goethe Route)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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