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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흔적 따라… '맛의 종착역'에 들어서다

옛 건물을 허물지 않고 겉모습은 고스란히 남겨두되 속만 고쳐 새로운 명소로 만드는 게 세계적 트렌드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최근 각광 받는 미식 명소 두 곳도 이렇게 탄생했다.

    입력 : 2017.12.08 04:00

    시드니 미식 여행
    수십 년간 방치된 열차 격납고 호주 '핫 플레이스'로 떠올라

    발길 끄는 유기농 시장
    왁스 안 입힌 사과 등 신선한 과일·채소 판매
    빵·치즈·잼 가게도 까다로운 심사 거쳐 입점

    트렌디한 푸드 코트
    타파스·피자·해산물 등 개성 가득한 음식 내놔
    60년 전 멈춘 트램 복원 자녀와 가보기도 좋아

    옛 건물을 허물지 않고 겉모습은 고스란히 남겨두되 속만 고쳐 새로운 명소로 만드는 게 세계적 트렌드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최근 각광 받는 미식 명소 두 곳도 이렇게 탄생했다. 하나는 과거 호주대륙을 달리던 철도 열차 차고에서 유기농 시장으로, 다른 하나는 시드니 시내를 달리던 전차 차고에서 세련된 푸드코트로 변신했다.

    과거 전차를 세워두던 차고를 개조해 세련된 푸드 코트로 재탄생한 시드니 ‘트램셰즈 해롤드 파크’. 옛 모습대로 복원한 전차를 입구 안쪽에 세워뒀다.
    과거 전차를 세워두던 차고를 개조해 세련된 푸드 코트로 재탄생한 시드니 ‘트램셰즈 해롤드 파크’. 옛 모습대로 복원한 전차를 입구 안쪽에 세워뒀다./김성윤 기자
    시드니 최고 유기농 시장, 캐리지웍스 파머스 마켓

    오전 9시, 토요일치곤 이른 아침임에도 시장은 북적댔다. 탐스럽게 빨간 사과 앞에는 '왁스 안 입힌 유기농 사과'라고 검정 매직펜으로 쓴 골판지 조각이 놓여 있었다. 바로 옆 또 다른 농부의 매대에는 주황에 가까운 진한 노란빛 망고가 농염한 단내를 풍기며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맞은편 유제품 전문점에서는 숙성 버터와 함께 인도의 정제 버터 기(ghee)를 팔았다. 동양과 서양, 남반구와 북반구의 식재료와 음식을 두루 갖춘 호주를 잘 보여주는 이곳은 시드니 '캐리지웍스 파머스 마켓(Carriageworks Farmers Market)'이다.

    시드니 레드펀(Redfern) 지역에 있는 캐리지웍스는 1880년대 설립된 '이블레이 조차장(Eveleigh Rail Yards)'의 일부였다. 열차를 넣어두거나 정비·점검하던 거대한 격납 건물들로 이뤄진 이블레이 조차장은 시설 노후화로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1988년 문을 닫았다. 이후 방치되던 이블레이는 2007년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정부가 19세기 건물 외형은 고스란히 살리면서 내부만 고쳐 '캐리지웍스'란 이름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파머스 마켓은 얼마 뒤 열차를 정비하던 격납고에 들어섰다. 지금도 한쪽에 과거 사용하던 거대한 공압식 망치가 남아 있다. 열차를 수리하던 공간답게 천장이 높고 가운데 기둥 없어 시장이 서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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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캐리지웍스 파머스 마켓’에서 농부가 자신이 키운 사과를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캐리지웍스 파머스 마켓은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린다. 과일·채소·육류·해산물 생산자는 물론 빵·치즈·차·과자·커피·잼 제조업체 100여 곳이 NSW 전역에서 몰려든다. 입점업체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제대로 운영·판매하는지를 불시 점검한다. 덕분에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토요일마다 장 보러 온다는 시드니 시민 마이크 샤프(Sharpe)씨는 "대형마트보다 훨씬 신선하고 맛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싸다"고 했다. 호주에서 여름을 맞아 막 나오기 시작한 송로버섯(트러플)을 넣은 햄버거, 목초 사육 소고기로 뽑은 국물에 말아주는 베트남 쌀국수 등 음식도 다양하다. 지금 호주에서 어떤 음식이 유행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최근 호주에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며 각광 받는 곤부차(昆布茶·일본 다시마차)를 파는 부스 앞에 많은 이들이 시음이나 구입을 위해 몰려 있었다.

    주소: 245 Wilson Street, Eveleigh 2015

    운영시간: 매주 토요일 오전 8시~오후 1시

    대중교통: 지하철 레드펀역(Redfern Station) 하차·도보 8분, 버스 코드링턴 스트리트(Cordington Street at City Road) 하차·도보 5분

    웹사이트: www.carriageworks.com.au

    트램셰즈 해롤드 파크

    유리 전동문이 열리자 전차 한 대가 떡 하니 '주차'돼 있다. 전차 주변을 에워싼 식당마다 손님들로 가득하다. 신기한지 재미난지, 손님들이 자꾸 전차를 쳐다보고 웃는다. 여기는 트램셰즈 해롤드 파크(Tramsheds Harold Park). 지난해 문 연, 시드니에서 가장 '핫'한 미식 종착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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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램셰즈 해롤드 파크’ 전경. 2 ‘캐리지웍스 파머스 마켓’ 한 켠에 마련된 식사 공간. 3 농부가 새벽에 수확한 채소를 구입하는 시드니 시민들. 4 트램셰즈 해롤드 파크 ‘피시 앤 코’의 케이준 피시 타코.
    보관소, 헛간을 뜻하는 셰드(shed)가 이름에 들어간 데서 짐작했겠지만, 이곳은 전차를 세워두던 차고였다. 당시 이름은 로젤 트램 디포(Rozelle Tram Depot). 1902년 건립된 이 차고에는 운행이 끝나는 야간에 전차 200대가 격납되었다. 1958년 시드니 시내 전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문을 닫았다가 2016년 한 외식기업이 유럽의 시장을 모델로 새롭게 단장해 문 열었다. 과거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시드니 철로를 마지막으로 달렸던 전차를 멋지게 복원해 입구에 '모셔' 왔다.

    20여 개 매장이 입점해 있다. 중동 음식을 파는 '베키아(Bekya)', 타파스 바 '보데가(Bodega) 1904', 수제 맥주점 '브루어스 테이크오버(Brewers Takeover)',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잡거나 양식한 해산물만 내는 '피시 앤 코(Fish and Co.)', 빵·피자 전문점 '더스트(Dust)' 등 맛은 기본이고 특색 있는 식당들을 모아놨다. 먹고 찐 살을 빼라는 배려인지 헬스장은 물론 네일숍, 병원, 바버숍(이발소), 고급 수퍼마켓 '수파마트(Supamart)'가 식당들과 함께 있다. 복원해 세워놓은 트램에 타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주소: 1 Dalgal Way, Forest Lodge, NSW 2037

    운영시간: 오전 7~오후 10시

    대중교통: 라이트레일(Light Rail) 주빌리파크역(Jubilee Park Station), 버스 433번 크레센트 맞은편 넬슨 스트리트(The Crescent opposite Nelson Street) 정거장 하차·도보 234m

    웹사이트: www.tramshedssydney.com.au

    시드니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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