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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로저 무어·리처드 기어처럼… 한겨울 빛나는 '신사의 품격'

    입력 : 2017.12.08 04:00

    남자코트… 유행을 넘어선 코트의 古典

    기본형 체스터필드 코트
    일자로 떨어지는 라인에 단추도 안 보이게 가려 칼라에 벨벳 덧대기도

    떡볶이 코트? 더플 코트!
    어부 옷에서 출발 바다서 옷깃 여닫기 쉽게 막대 모양 단추 달아

    활동성 높은 '피 코트'
    엉덩이까지 오는 길이 폭 넓은 깃이 포인트 해군 제복으로 널리 입어

    코디하기 좋은 '폴로 코트'
    천 덧대 만든 주머니로 경쾌한 분위기 살려 양복·청바지 모두 어울려

    남자에게 겨울은 코트의 계절이다. 코트보다 따뜻한 옷도 있지만 코트만큼 우아하고 기품 있는 외투는 없다. 코트가 없었다면 남자의 겨울은 얼마나 더 삭막했을까.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입어오는 동안 고전(古典)의 반열에 오른 코트들이 있다. 고전은 시대가 변해도 생명력이 있기에 고전인 법.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코트 네 종류의 유래와 특징을 정리했다. 역사와 영화 속에서 찾은 모범 착용 사례도 함께 모았다.

    1토글 달린 더플 코트를 입은 ‘킹스맨’ 주연 배우 태런 애거튼. 2폴로 코트를 입은 이탈리아 남성복 편집숍 ‘알 바자’ 리노 이에루치 대표. 접어 올려 박음질한 소맷단과 패치 포켓은 이 코트의 특징이다. 3피 코트를 열어젖혀 활동적인 분위기를 낸 배우 톰 크루즈. 4정중한 체스터필드 코트 차림의 영국 윌리엄 왕세손.
    1토글 달린 더플 코트를 입은 ‘킹스맨’ 주연 배우 태런 애거튼. 2 폴로 코트를 입은 이탈리아 남성복 편집숍 ‘알 바자’ 리노 이에루치 대표. 접어 올려 박음질한 소맷단과 패치 포켓은 이 코트의 특징이다. 3 피 코트를 열어젖혀 활동적인 분위기를 낸 배우 톰 크루즈. 4 정중한 체스터필드 코트 차림의 영국 윌리엄 왕세손. /게티이미지코리아
    깔끔한 체스터필드(chesterfield) 코트

    19세기 영국 귀족 체스터필드 백작의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군더더기 없이 일자로 떨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코트다.

    소재나 디자인의 변화 폭이 크지만 이 코트의 특징으로 일반적으로 통하는 디테일들이 있다. 우선 단추가 한 줄인 디자인이 많다. 단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덮개로 가리기도 한다. 라펠 위로 연결되는 칼라(재킷·코트의 깃에서 목을 감싸는 부분)에만 검은색 벨벳을 덧대 장식한 것도 자주 보이는 디테일이다.

    체스터필드 코트는 제임스 본드의 코트이기도 하다. 여러 본드들이 이 코트를 입었다. 가장 최근 작품인 '스펙터'(2015)에서 대니얼 크레이그가 입고 나왔고, 미국을 배경으로 한 '죽느냐 사느냐'(1973)에서 로저 무어도 이 코트를 입고 뉴욕의 거리를 누볐다. 시리즈 첫 편인 '살인번호'(1962)에서 숀 코너리가 'M'을 처음으로 만나러 가는 장면에도 등장한다. 턱시도에 중절모까지 갖춘 본드의 모습은 이 코트가 슈트보다 더 차려입은 예복에도 잘 어울린다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떡볶이 코트 아닙니다, 더플(duffle) 코트

    어부들의 옷이 군복으로 발전한 데 이어 신사들까지 널리 입게 된 경우다. 추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옷인 만큼 담요처럼 두꺼운 모직물로 만든다.

    뭐니뭐니해도 짤막한 막대 모양의 단추(토글·toggle)가 인상적이다. 이걸 반대편 옷자락에 달린 고리에 걸어 여민다. 갑판에서 곱은 손으로도 옷자락을 여닫을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다. 신사복의 범주에 드는 코트로는 거의 유일하게 후드(모자)가 달려 있다. 턱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덮개를 부착한 디자인이 많다.

    1990년대 한국 중고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떡볶이 코트'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학생복으로만 치부해버리면 이 옷을 애용했던 것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 영국의 2차대전 영웅 버나드 몽고메리(1887~1976) 원수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몽고메리는 전쟁 중 작전 지휘소 벽에 독일 장군들의 사진을 걸어 놓고 전의를 불태웠던 인물이다. 전쟁이 끝난 뒤 이 지휘소를 다시 찾았을 때도 그는 더플코트 차림이었다.

    짧은 게 매력, 피(pea) 코트

    영화 ‘콘도르’의 한 장면에서 피 코트 깃을 한껏 세운 로버트 레드퍼드(위). 007 ‘죽느냐 사느냐’에서 로저 무어가 입은 체스터필드 코트. 검은 벨벳을 댄 칼라가 보인다.
    영화 ‘콘도르’의 한 장면에서 피 코트 깃을 한껏 세운 로버트 레드퍼드(위). 007 ‘죽느냐 사느냐’에서 로저 무어가 입은 체스터필드 코트. 검은 벨벳을 댄 칼라가 보인다.

    역시 수병의 군복에서 유래했다. 지금도 여러 나라 해군에서 제복으로 입는다. 엉덩이까지만 오는 짧고 캐주얼한 코트다. 깃은 폭이 아주 넓어서 세우면 목을 빈틈없이 감싸 준다.

    단추는 두 줄. 가슴께에는 손을 찔러넣기 좋게 세로로 터진 주머니가 있다. 모양이 비슷하지만 길이가 더 긴 코트는 '브리지 코트'다. 군함의 함교(艦橋·bridge)에서 입는다는 뜻. 브리지 코트를 주로 장교나 간부들이 입었던 데 비해 피 코트는 수병들까지도 널리 입었다.

    피 코트는 활동하기 편하다. 영화에서도 액션이나 긴박한 모험 장면에 주로 등장했다. '대탈주'(1963)의 스티브 매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의 브래드 피트가 그런 예다. 이들처럼 군인이 아니었던 인물로는 첩보영화 '콘도르'(1975)의 로버트 레드퍼드가 있다. 그가 연기한 CIA(미 중앙정보국) 정보분석요원 조 터너는 조직의 음모에 쫓기게 되면서 양복을 벗고 피 코트 차림으로 거리에 나선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깃을 한껏 세운 모습은 피 코트의 교과서라 부를 만하다.

    정중하고 캐주얼한 폴로(polo) 코트

    폴로 경기가 남성복에 미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신발끈 구멍이 2~3쌍인 처카 부츠, 두 가지 색 가죽을 쓴 스펙테이터 구두, 깃이 날리지 않도록 단추로 고정한 버튼다운 셔츠가 폴로에서 착안했다고 알려졌다. 폴로 코트는 특히 종목명까지 남은 경우다.

    선수들이 쉬는 시간에 체온을 유지할 목적으로 걸쳤던 초창기의 폴로 코트는 단추 없이 허리끈을 질끈 묶는 모양이었다. 단추가 생긴 지금도 등에 벨트를 달아 허리 선을 잡아주는 디자인이 많다. 패치 포켓(겉감에 천을 덧대 만든 주머니)이 경쾌한 느낌을 준다. 우아하면서도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최근 국내의 멋쟁이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폴로 코트 착용의 바른 예'로는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1980)의 리처드 기어가 자주 언급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의상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에 정작 폴로 코트는 나오지 않지만, 영화 홍보차 촬영한 사진에서 리처드 기어가 이 코트를 입었기 때문이다. 담배를 물고 거울에 기댄 그 모습은 훗날 패션 브랜드에서 오마주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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