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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너도나도 '강추'… 유행을 강요하고 있진 않나요

    입력 : 2017.12.08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칼바람 쌩쌩 붑니다. 월동 준비는 잘하셨는지요. 냉장고엔 김장 김치, 옷장엔 방한복 한 벌쯤 있어야 마음 든든해지는 계절입니다. 영하의 어느 날 코트 차림 김 기자와 패딩 차림 오누키 특파원이 만났습니다.

    김미리(이하 김): 아직 엄동설한(嚴冬雪寒)은 아닌데 꽁꽁 싸매셨네요. 서울이 도쿄보다는 춥지요?

    오누키(이하 오): 확실히 여름은 도쿄가 덥고, 겨울은 서울이 추워요. 올해가 서울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일 것 같은데 새로 두꺼운 패딩 하나 장만해야 하나 초겨울부터 고민했어요. 내년에 돌아가면 도쿄에선 필요 없어서요.

    : 결론은 사기로?

    : 11월 초에 동대문시장에 몇 번 갔어요. 그런데 올해는 예전처럼 두꺼운 패딩이 없더라고요. 얇은 코트가 대부분이라 헛걸음했지요. 대신 유니클로 가서 코트 안에 입을 얇은 패딩을 샀어요. 껴입으려고요. 그런데 며칠 뒤 '평창 롱패딩' 뉴스가 뜨더니 갑자기 거리에 롱패딩 입은 사람들이 쏟아지는 거예요. 며칠 새 이렇게 바뀌다니.

    : 몇 주 전 점심 먹고 들어오는데 날씨가 너무 포근했어요. 영상 15도 정도여서 외투 없이 양복만 입은 직장인도 많았어요. 그런데 건널목에 롱패딩 입은 고등학생이 주르륵 서 있는 거예요. 옆에서 동료가 그러더군요. "등에 땀띠 나겠구먼. 한겨울엔 어쩌려고 저런대."

    : 10·20대들한테는 유행이라는 게 또래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가치죠.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예요. 다만 한국은 속도가 정말 빨라요.

    : 소셜 미디어 '인증' 문화가 유행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듯해요. 과거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소문이 디지털의 속도에 얹혀 기하급수적으로 퍼 날라지면서 유행 쓰나미가 일어요. 디지털에 일찍부터 노출되는 한국 청소년들에겐 그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요. 오죽하면 '따라민국'이란 자조가 나왔을까요.

    : 저는 한국 특유의 '강추(강력 추천)' 문화가 쏠림 현상의 큰 원인 아닌가 싶어요. 한국에선 남에게 스스럼없이 자기가 써본 물건이나 먹어본 음식, 가본 곳을 추천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게 따라 하도록 부추기는 건 아닐까요.

    : 좋은 건 친구, 가까운 사람과 나눴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요? 감정에 솔직한 거지요.

    :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이 '나는 이걸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문화가 일본과는 달라요. 일본에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겠지'라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그러니 타인에게 '강추'하는 문화는 낯설지요. 한국 처음 왔을 때 식당 아주머니께서 산 낙지를 제 입에 넣어주시면서 "강추! 귀한 거야. 진짜 고소해"라고 하시는 거예요. 억지로 먹었는데 그 물컹하고 이상한 느낌은 지금도 악몽이에요.

    : 하하, 아주머니는 선심이라 생각하셨을 수도요. 나의 선호를 말하는 건 내 의사 표시이지 당신도 따라 해라는 의미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처럼 귀 얇은 사람들은 친구가 '나는 이게 좋아'라고 말하면 솔깃해지거든요. 물건 살 때 사용 후기 듣는 건 필수고요.

    : 한국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믿어요. 인터넷상 정보나 지인 통해 접한 정보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주변에서 좋다고 하면 신중하게 판단 내리기보단 일단 믿고 보자는 식이지요. 어떤 뉴스나 정부 발표가 나오면 팩트 여부를 따지지 않고 흥분부터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나는 생각해 볼게요'라고 판단 유보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요.

    : 내가 좋아하는 건 선뜻 말하면서 타인이 동조하지 않으면 답답해한다? 그래서 결국 우르르 따라 하게 된다? 요즘 건조기 쓰니 신세계 열렸다며 '강추'하는 친구한테 얘기해 봐야겠어요. "○○아, 난 생각 좀 해볼게. 이 겨울 지날 때까지."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바로잡습니다

    지난주 코너에서 제작 실수로 후반부 화자(話者)에 오가 반복돼 실렸습니다. 뒤에서 두 번째와 네 번째 오는 김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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