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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빛·향기·음악으로… 맛을 만드는 '요리 연금술사'

전 세계 요리사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중국 상하이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을 진두지휘하는 요리사 폴 페레(Pairet·53)
동종업계 동료이자 경쟁자인 요리사들에게 인정받는 건 또 다르다. 대체 어떤 식당이기에 요리사들이 궁금해하는 걸까.

    입력 : 2017.12.01 04:00

    셰프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울트라바이올렛' 총괄셰프 폴 페레

    과학자 꿈꾸던 남자
    당근으로 실험하던 중 요리의 매력 발견
    1년 중 절반은 틀어박혀 새 요리 개발에 몰입

    중국 상하이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은 전 세계 요리사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울트라바이올렛은 지난 9월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Michelin)으로부터 최고 평점인 별 셋을 받아 상하이 최고의 식당임을 공인받았다. 하지만 동종업계 동료이자 경쟁자인 요리사들에게 인정받는 건 또 다르다. 대체 어떤 식당이기에 요리사들이 궁금해하는 걸까.

    “음식의 맛뿐 아니라 그 맛을 손님이 어떻게 기억할지도 통제하고 싶다”는 프랑스 요리사 폴 페레. 이러한 목표 실현을 위해 2012년 중국 상하이에 연 ‘울트라바이올렛’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레스토랑이라 평가받는다./네스프레소
    “음식의 맛뿐 아니라 그 맛을 손님이 어떻게 기억할지도 통제하고 싶다”는 프랑스 요리사 폴 페레. 이러한 목표 실현을 위해 2012년 중국 상하이에 연 ‘울트라바이올렛’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레스토랑이라 평가받는다./네스프레소

    울트라바이올렛을 진두지휘하는 요리사 폴 페레(Pairet·53)가 네스프레소 초청으로 지난달 14~15일 한국을 찾았다. 페레는 네스프레소의 고급 레스토랑 전용 '익스클루시브 셀렉션'의 아시아 지역 앰버서더(홍보대사)이다. 페레에게 그가 '사이코-테이스트(psycho-taste)'라 명명한 자신의 음식과 식당에 대해 물었다. 한때 과학자를 꿈꿨던 그답게 모든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했다.

    ―사이코-테이스트란 무슨 뜻인가.

    "맛(taste)을 제외한 맛에 관한 모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맥도널드를 예로 들어보겠다. 맥도널드에 가서 치즈버거를 먹기로 결정했다면, 당신은 뇌에서 치즈버거의 맛을 예상하고 기대치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치즈버거를 먹었을 때 맛있다면 그건 그 맛이 기대치와의 부정적 차이가 적기 때문이고, 맛없다면 기대치와 부정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맛이란 기대치와 생리적 주입 사이의 간극일 뿐이다. 맥도널드는 이 간극이 매우 작아서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적다는 장점을 가졌다."

    ―음식은 맛만큼 심리적 조건이 중요하단 말로 이해해도 되나.

    "그렇다. 음식을 먹는 사람의 기분, 컨디션, 그날의 날씨가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유명한 식당인지, 식사 값이 얼마인지도 중요한 조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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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봐서는 어떤 맛인지 짐작조차 힘든 울트라바이올렛의 요리들. 식사 마무리로는 네스프레소 익스클루시브 셀렉션 커피를 낸다.

    ―과학도였다가 음식으로 과학 원리를 시범한 수업에서 요리에 흥미를 느껴 요리사가 됐다고 알고 있다.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려고 바칼로레아(프랑스 대입 시험)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한 젊은 교사가 물 잔 3개와 당근을 가져왔다. 첫 번째 잔에 당근을 그대로 넣었다. 물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두 번째 잔에 당근을 얇게 슬라이스해 넣자 물이 옅은 주홍빛이 됐다. 세 번째 물잔에 당근을 곱게 갈아서 넣으니 진한 주황색이 됐다. 이걸로 교사는 고체와 액체 사이의 교환을 설명하려 했다. 사실 요리 기술의 50% 이상이 고체·액체 간 교환이다."

    페레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고 요리 공부를 뒤늦게 시작한다. 프랑스에서는 대개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 요리사 등 전문 직업교육을 시작한다. 페레는 곧 두각을 나타낸다. 프랑스는 물론 홍콩, 호주, 인도네시아, 터키 등 전 세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는다. 2000년대 중반 상하이에 정착한 페레는 외식 기업 VOL과 함께 2009년 프랑스 레스토랑 '미스터&미세스 번드(Mr. & Mrs. Bund)'를 연다. 이 식당은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8위에 올랐다.

    페레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신의 요리 철학을 실현하고자 2012년 울트라바이올렛을 연다. 울트라바이올렛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당 중 하나다. 22코스 세트 메뉴만 내는데, 1인당 최하 4000위안(약 66만원)부터 최고 1만위안(약 166만원)까지 있다. 하루에 단 한 가지 세트만 낸다. 특정 날짜에 얼마짜리 코스를 제공하는지는 전적으로 식당에서 정한다. 그럼에도 2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주 5일 영업하고 매일 저녁 10명만 받는 데다, 미쉐린 별 3개를 받으면서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

    ―울트라바이올렛이라 명명한 이유는.

    "식당을 기획할 때 붙인 코드네임인데 그냥 마음에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스펙트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울트라 다이닝'이란 의미도 담았다."

    울트라바이올렛에서는 22개 코스 요리별로 맞춤 제작한 이미지와 음향, 냄새로 손님의 미각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네스프레소
    울트라바이올렛에서는 22개 코스 요리별로 맞춤 제작한 이미지와 음향, 냄새로 손님의 미각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네스프레소

    ―울트라바이올렛의 첫 기획부터 오픈까지 12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식당을 열 돈이 없었고, 돈을 계속 까먹을 수밖에 없는 식당에 투자하려는 이들도 구하기 힘들었다."

    ―식사비가 그렇게 비싼데도 적자란 말인가.

    "울트라바이올렛은 사업적 관점에서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다. 손님 10명을 위해 근무하는 종업원 숫자가 25명이다. 종업원 대 손님 비율 2.5대1은 세계 외식업계 최고 수준이다."

    ―종업원이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울트라바이올렛의 목표는 '최선의 요리(Cook at one's best)'이다. 최선의 요리, 궁극의 맛을 제공하려면 음식은 물론 조명, 음향, 실내 온도, 냄새, 코스와 코스 사이 시간 등 식사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식당에는 주방뿐 아니라 스튜디오도 있다. CCTV 16대를 통해 손님들의 식사 과정을 꼼꼼히 확인한다. 주방에서는 22코스를 초(秒) 단위로 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저녁 식사를 4시간 만에 끝내지 못한다. 스튜디오에서는 코스별로 맞춤 제작한 이미지와 음향, 냄새를 LCD 스크린과 스피커, 방향(芳香) 기기를 통해 내보낸다. 예를 들면 해산물 요리가 나갈 때 벽에는 바다 풍광이 비치고, 파도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찝찔한 바다 냄새가 방 안에 뿜어지는 식이다. 손님이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맛과 그 맛을 어떻게 기억할지도 통제하고 싶다."

    ―VOL에서는 왜 돈도 안 되는 식당을 지원했나?

    "중국에서는 '럭셔리' 그리고 '혁신적(innovative)'이라는 이미지가 많은 가치(value)를 갖는다. VOL은 울트라바이올렛을 운영함으로써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축적할 수 있었다. 울트라바이올렛은 적자지만, 울트라바이올렛을 앞세운 부대사업·프로젝트를 통해 손실을 보전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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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트라바이올렛' 총괄셰프 폴 페레./네스프레소

    ―음식 선택의 자유를 손님으로부터 빼앗는 이유는 뭔가.

    "집에서 어머니가 가족 식사 내는 걸 생각해보라. 당신 어머니가 메뉴판을 건네며 '어떤 걸 먹을지 고르라'고 하던가? 적어도 내 어머니는 절대 안 그랬다! 뭘 언제 어떻게 먹을지는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어머니가 이렇게 하는 건 최고로 맛있게 먹게 하려는 마음에서다. 그날 어떤 재료가 제철이고, 어떻게 요리해서 언제 먹여야 최선일지 알기에 그렇게 한 거다. 우리도 그렇다. 각 코스 요리를 가장 맛있게 즐기고 기억하길 바란다."

    ―색다른 방식으로 추출한 독특한 커피가 아닌 네스프레소 커피를 내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하다.

    "파인 다이닝에서 커피는 레스토랑을 떠나기 전 마지막에 경험하는 음식이며, 전체 미식 경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셰프의 마지막 터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일관성(consistency)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루는 엄청나게 뛰어나고, 다음 날은 형편없어서는 안 된다. 네스프레소 커피는 늘 일정하고 믿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1997년부터 네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으며, 울트라바이올렛·미스터&미세스 번드·촙촙 클럽(Chop Chop Club)에서 네스프레소 커피를 서빙한다. 네스프레소 익스클루시브 셀렉션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만 제공되는 한 차원 높은 커피다. 히말라야에서 재배한 커피 원두를 손으로 수확한 '네팔 람중', 전 세계 커피 원두 생산량의 5%에 불과한 '킬리만자로 피베리' 등 희귀 커피들로 기존 커피와 맛과 향이 다르다."

    ―새로운 요리 영감은 어디서 얻나.

    "매일 모든 것에서. 명함이건 어디건 깨알 같은 글씨로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25년 동안 메모한 아이디어가 수백~수천 개다. 시즌마다 60개 요리를 새로 창작해 그중 22개로 코스를 짠다. 아이디어에서부터 최종 완성까지 1~2년 걸린다. 새 요리를 개발하려면 완전히 몰입해야 한다. 1년에 6개월은 여행이나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주방에 틀어박힌다. 그래야 완전하게 몰입할 수 있다. 나는 몰입의 중요성을 신봉한다. 누구든 완전하게 몰입하면 뛰어난 성취가 가능하다."

    폴 페레

    1964 프랑스 페르피냥 출생

    1998 파리 카페 모자이크(café Mosaic) 주방장

    2009 상하이 미스터 & 미세스 번드(Mr. & Mrs. Bund) 오픈·운영 중

    2012 상하이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 오픈

    2013 울트라바이올렛,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8위

    2017 울트라바이올렛, 미쉐린 가이드 상하이편 별 3개,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50’ 41위

    2017 촙촙 클럽(Chop Chop Club)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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