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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다민족 국가' 고구려가 보여주는 우리의 미래

  • 곽재식 과학자·SF작가

    입력 : 2017.11.10 04:00

    [곽재식의 안드로메다 통신] 애매한 '단일민족' 개념

    오랫동안 민족의 뿌리와 원류를 찾는 방법으로 활용됐던 건 옛 기록과 신화의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DNA 실험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과거 시신의 유전자 정보를 컴퓨터로 계산해 그 계통을 가늠하는 연구가 점점 늘고 있다. 고문서를 뒤지는 학자들만큼이나 생물학과 컴퓨터공학자들이 민족 기원 연구에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울산의 UNIST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는 여러 집단의 유전체 변이를 수퍼컴퓨터로 비교 분석해 한국인과 주변 민족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 내용을 보면, 한국인이라는 민족은 수천 년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의 융합으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며, 한국·중국·일본인 전체를 하나의 민족으로 봐도 될 만큼 내부 동일성이 높았다고 한다.

    문화적·생물학적으로 점점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미 다민족 국가였던 고구려처럼.
    문화적·생물학적으로 점점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미 다민족 국가였던 고구려처럼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분석 결과는 한국인이 품고 있는 '순수 단일민족'이라는 관념과 상반된다. 베트남이나 대만의 원주민 유전체와 한국인 간의 공통점을 지적하는 대목에 이르면 생경한 느낌까지 받게 된다.

    한편으로 최근 여러 국가의 이주민이 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 속에서 특별한 시사점을 준다.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이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유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주변과 교류하며 융합하는 가운데 자리 잡게 된 것이라는 발상 말이다. 그렇다면 역사와 전통에 대한 시각도 점차 초점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고구려 역사를 소재로 몇 편의 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다. 그때 자료 조사를 하면서 받은 첫인상은 여전히 사극이나 대중소설 속에서 고구려가 넓은 영토를 정복하고 강력한 군사력으로 주변의 강대국과 대결한 나라임을 내세우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었다. 광활한 영토를 호령한 민족의 영광을 드높이고자, 사악하고 야비한 다른 민족을 물리치고 응징하는 고구려 장수를 중심으로 줄거리가 펼쳐지곤 했다.

    그러나 오히려 깊은 흥미를 느낀 대목은 고구려가 실은 다민족 국가로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고구려는 역사 초기부터 선비족과 숙신족의 영토를 아우르며 발전해 나갔고, 중국 한족 인구를 대거 병합하기도 했으며, 백제의 북부를 차지하면서부터는 한반도 남부 지역의 인구를 급격히 받아들였다 한다.

    그러니 주목해야 하는 건 이렇게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고구려는 어떻게 나라를 꾸려나갈 수 있었는가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여러 민족이 고구려라는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터져 나왔을 것이다. 지금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의 실마리를 그 역사를 통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의형제로 개국 공신이었던 이지란(1331~1402)은 여진족 계통의 인물이었고, 가락국 전설 속에서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는 왕비가 돼 나라의 기틀을 세운다. 점차 많은 숫자의 어린이들이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나고 있는 요즘, 이런 옛이야기들을 새롭게 돌이켜 해석하게 된다. 이런 옛이야기를 통해 미래 세대는 '선하고 우월한 우리 민족' 대(對) '사악하고 야비한 타민족'이라는 대결적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역사가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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