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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여성의 사회 '진출', 남성의 육아 '참여'라고요?

    입력 : 2017.11.10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프라이데이 토크
    경제로는 세계무대에서 폼깨나 잡는 한국과 일본이 이 얘기만 나오면 꼴찌 다투는 후진국이 됩니다. 남녀평등 이슈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1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性)격차지수 보고서'(GGI·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18위, 일본은 114위였습니다. 조사 대상 144개국 중 바닥권입니다.

    오누키(이하 오): 한국이나 일본이나 참 민망한 수치네요.

    김미리(이하 김): 통계의 오류를 감안한다 해도 초라한 성적이에요. 늘 그러니 으레 그런가 보다 싶은 게 더 문제고요. 양성 평등 말은 많이 하는데 갈 길이 멀군요.

    : 조사 항목이 크게 ▲경제참여 및 기회 ▲정치적 권한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4개라는데 이 중 '건강과 생존' 항목에선 일본이 1위예요. 그런데 평균해서 114위라니 경제·정치 분야에서 얼마나 남녀 격차가 심한지 아시겠죠?

    : 한국 사회가 일본 사회 전철(前轍) 따라 밟는다지만 여성 문제만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길 같군요. 일본 출장 가서 기업 취재할 때 놀란 적 한두 번이 아니에요. 늘 여직원이 차(茶)를 가져오더라고요. 한국에선 커피 심부름이 성차별의 상징 같아서 거부감이 많아요. 10여년 전엔 남자 신입 사원이 손님에게 커피 대접하게 해서 남녀 평등한 회사라는 걸 보여주려는 회사도 있었어요. '우리 회사는 남자가 커피 타 와요'라던 홍보팀 풍경이 떠오르네요. 그것도 웃기지만.

    : 2000년 입사 무렵만 해도 '아이 있는 여기자는 필요 없다'는 생각을 공공연히 했어요. 저도 아이를 가졌을 때 '아이냐 일이냐' 심각하게 고민했고요. 특파원 나갔는데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돼 본사로 발령받은 여자 선배도 있어요. 전 특파원 발령났을 때 '둘째는 포기해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제가 마이니치 145년 역사상 아이와 함께 특파원 나온 첫 여기자예요.

    : 저희 신문은 워킹맘 특파원이 2000년 초반에 있었고, 타사에도 요즘은 워킹맘 특파원이 종종 있어요. 그나마 사정이 낫네요.

    : 피부로 느끼는 성평등 지수는 한국이 일본보단 확실히 앞서 있어요. 젊은 한국 남성들하고 얘기해보면 '일하는 여자가 멋지다'는 인식을 확실히 갖고 있어요. 50대 워킹맘 정치인, 경제인도 종종 볼 수 있고요. 일본에서 그 세대 워킹맘은 정말 드물거든요. 여전히 '여자는 일 잘하는 것보다 가정을 잘 꾸려야 한다'는 가부장적 사고가 강해요. 여성의 사회 진출이란 말이 있는데, 남성의 사회 진출이란 말은 없어요. 그만큼 일하는 여성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방증이지요.

    : 한국에서도 똑같이 표현하죠. 그러고 보니 '남성의 육아 참여'란 말도 있네요. 여성의 육아 참여라곤 말 안 하는데. 왜 두 나라에선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고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는 거라 생각할까요? 남자가 일하고 여자가 육아하는 게 당연하니까?

    :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일본에서 요즘 "이케맨 넘어 이쿠맨으로"라는 말이 생겼어요. '이케맨(イケメン)'은 꽃미남을, '이쿠맨(イクメン)'은 '육아하는 남자(육아를 뜻하는 한자 '育'과 'man'을 합성한 단어)'를 뜻해요. '육아하는 남자가 꽃미남보다 더 멋지다'는 인식이지요.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지난해 육아 휴직 쓴 남성 비율이 3.16%로 1996년 조사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해요.

    : 한국에서도 '육아 대디'가 조금씩 늘고는 있어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7~9월 서울 지역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11.6%로 처음 10%대를 돌파했다는데 한 달 이상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은 거의 없대요. 휴, 오누키상 저희 둘이 앉아 두 나라 비교하는 건 도긴개긴. 아무래도 북유럽 특파원을 게스트로 한번 모셔야겠어요. 좀 보고 배우게!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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