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음이 만들어준 마음 수양지, 베트남 사파

  • 트래블조선

    입력 : 2017.11.01 07:00

    오색빛 머금은 마을의 모습… 사파의 라이스테라스와 소수 민족들이 건네는 선물, 힐링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누구나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한국과도 가까운 무릉도원 사파는 베트남에서도 이색적인 마을로 인기가 높다. 해발 1,650미터 산악지대에 위치한 사파는 12개의 산악 부족들이 옹기종기 마을을 형성하여 살고 있는 곳이다. 특히 베트남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는 지역으로 여름이면 녹색 빛의 향연을, 가을에는 오색 고운 라이스테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철마다 다른 느낌, 다른 평온함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인생 여행지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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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파 호수 공원
    Sapa Lake Park 안개 속 산책로, 사파 호수 공원

    베트남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인 사파는 산속에 위치해 있어 안개가 짙은 날이 많다. 그런 날이면 마을 중앙 호수의 공원에 철푸덕 자리를 깔고 누워 시집 한 권을 읽고 싶어질 정도로 평화롭다. 천상병 시인의 작품 ‘귀천’의 구절처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그렇게 하루 종일 빈둥거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베트남의 무릉도원, 사파호수. 날이 좋을 때는 오리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며 풍경을 감상한다면 금상첨화!

    Ham Rong Mountain 사파의 절경을 한눈에, 함롱산

    베트남을 알기 전에는 그냥 우리네 70~80년대 모습의 시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트남 구석 구석을 돌아보며 사파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유럽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사파에 서도 꼭 들러야 하는 여행지로 유명한 함롱산은 해발 1,750미터 높이로 산 정상이 용의 턱처럼 갈 라져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베트남이 맞아?’라고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파 시내의 풍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을 오르는 내내 인공적이지만 아름다운 꽃들로 꾸며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또 정상을 오르기 직전에 마련된 작은 전통 공연장에서는 1일 4회 정도 공연이 펼쳐져 더욱 흥미를 돋운다.

    Fansipan 병풍에 고스란히 옮겨 놓고 싶은, 판시판

    인도차이나의 지붕, 판시판. 해발 고도 3,143미터로 베트남뿐 아니라 인도 차이나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다. 사파 일대 특유의 날씨 때문에 늘 구름이 산 정상 언저리에 걸쳐져 있어 그 모습조차도 아름답다. 2016년 케이블카가 완공돼 긴 산자락을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으며, 정상부에는 등산열차가 있어 숨 가쁘게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서 좋다.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기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넉넉한 여행 일정이라면 날씨에 따라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판시판의 경우 입장료(약 35,000원)가 비싼 편이다. 때문에 당일 날씨에 따라 방문하는 것이 좋은데, 비가 오는 날은 정상에 올라가도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라이스테라스뿐 아니라 오앙리엔손 산맥까지 보여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파 노트르담 교회
    사파 노트르담 교회
    Notre Dame Cathedral 프랑스를 품은, 사파 노트르담 교회

    1930년대 프랑스 식민시절에 건설된 작은 가톨릭교회로 사파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바로 앞에는 커다란 광장이 건설돼 사파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사파 교회를 중심으로 레스토랑, 오토바이 렌털 업체, 여행사 등이 몰려 있어 이곳을 기점으로 여행을 한다면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 가톨릭 신자가 많지 않은 베트남이기에 늘 한산한 편이다. 주말이면 인근에는 소수 민족의 장이 열리며 밤에는 어여쁜 불빛과 함께 여행객들의 발길이 머무는 사파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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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몽 마켓
    H’mong Market 작지만 그래도 들러볼 만한, 흐몽 마켓

    사파 교회의 건너편 작은 골목에 위치한 마켓으로 흐몽족들이 직접 한 땀 한 땀 만든 각종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노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잘 꾸며진 상점들이 인근에 즐 비하지만 흥정을 지켜보고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꼭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온종일 자수를 놓는 흐몽족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은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흥정과 바느질을 배운다고. 모계사회인 베트남에서는 남 자보다 여자가 더 부지런하고 더 많은 일을 하기에 여자들은 아이와 함께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 허다하다. 가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어린아이들이 구걸하듯 물건 판 매에 매달리기도 하고, 하나를 사줬다면 그 옆의 아이도 사줘야 할 정도로 외국 여행객들은 돈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딘지 씁쓸하지만 그렇게 얻은 돈으로 생활을 하는 그네들의 삶이라 생각하면 또 이해가 갈 수밖에. 교육을 받을 기회도, 그만한 돈도 부족한 사파의 아이들이 너무 많아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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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파 주말 야시장
    Sapa Weekend Night Market 해가 지면 나타나는, 사파 주말 야시장

    사람보다 큰 보따리를 짊어지고 이른 아침부터 걷고 또 걸어 사파 광장에 도착 하는 소수민족들. 고산지대에 사는 흐몽족, 자오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주말이면 이곳에 진을 치듯 시장을 형성한다. 나름의 규칙이 있는 듯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나서야 하나둘 짐을 푼다. 머리에 이고 지고 온 보따리는 좌판이 되고 그 안의 물건들은 형형색색 고운 빛을 내며 외국 여행객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상인들에게는 밤에도 물건을 잘 비 출 수 있는 이마의 헤드랜턴이 필수. 일정상 박하 일요시장을 가지 못해도 아쉬울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을 파는 사파 주말 야시장. 흥정만 잘해도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소수민족들의 수공예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특히 흐몽족의 화려한 치마와 곱게 자수가 놓인 지갑은 선물용으로 딱 좋은 잇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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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깟깟마을
    Cat Cat Village 꿈속의 지상 낙원, 깟깟마을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구름다리가 무협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곳. 중국의 유명 여배우 왕조현이 하얀 옷을 입고 긴 천을 나풀거리며 날아올라 님을 위해 고기를 잡고 밥을 지을 것 같은 곳. 세월의 풍파와 속세에서 벗어나 오붓한 삶을 영위할 것만 같은 세상에 숨겨진 지상 낙원 깟깟마을. 블랙 흐몽족(Black H’mong)이 사는 이곳은 사파 시내에서도 가장 가깝지만 또한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각 마을로 들어서는 구름다리는 그 마을을 통과하기 위한 시험대처럼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 작은 상점들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의 찌든 때는 모두 사라지고 무릉도원의 평온함을 겸비한 대나무 물길이 나타난다. 마을의 고요함과는 사뭇 다른 웅장한 폭포가 한편에 자리 잡고 있어 깟깟마을의 정취를 더해주며, 긴 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깟깟마을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돼지도 소도 모두 자유로이 다니는 마을에서 여행객들은 모두가 그들의 삶에 잠시나마 스며들어보고는 한다. 느림의 미학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는 깟깟마을은 다른 소수 민족들의 마을과 달리 오묘한 느낌마저 자아내는 곳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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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 차이 & 타 반
    Lao Chai & Ta Van 소수민족들을 찾아가는 트래킹, 라오 차이 & 타 반

    어떤 이는 사파가 시끄럽다고 하고, 어떤 이는 사파가 고요하다고 한다. 사파 시내에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의 공사 소리로 소란스럽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이 완전히 다른 곳이 바로 사파다. 이곳에서는 베트남의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올망졸망 모여 살며 부락을 이루고 있다. 그 마을을 찾아 나서기 위해 트래킹 투어에 참여할 수 있는데 라오차이나 타반 마을 등 부족들의 마을에서 홈스테이도 가능하다. 어디를 갈 것도 없이 집 앞에는 라이스테라스가 펼쳐져 있고 마을에는 소수민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자수를 놓고 있다. 그러니 사파 시내 구경보다는 트래킹 과 함께 전통 마을의 매력을 느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반 마을에는 스파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여행의 피로로 노곤해진 몸을 풀어보는 것도 괜찮다.

    실버 폭포
    실버 폭포
    Silver Waterfall 영혼까지 맑아지는 듯한, 실버 폭포

    큰길 옆 폭포에 들어서는 순간 청량한 물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세차게 몰아치는 폭포의 물줄기 는 사파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함께 비를 만나면 장난꾸러기처럼 더욱 힘차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평소보다 더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폭포 앞 구름다리 위에 서서 마냥 바라만 보는 것도 좋다. 잠시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세상 찌든 때가 다 씻기듯 마음 구석구석이 청량해질 정도. 눅눅해진 옷과 신발마저도 짜증나지 않는 곳. 심신의 수련을 위해 폭포 속에서 도사들이 머문다 고 하던데, 딱 그 기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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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 일요시장
    Bac Ha Sunday Market 꽃물결이 넘실거리는, 박하 일요시장

    고요하기 그지없는 평일과 달리 단 하루, 일요일만 되면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바로 박하 일 요시장이다. 화려한 흐몽족들의 차림새 덕에 시장이 아니라 꽃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다채로운 색을 자랑한다. 과일부터 생필품 그리고 가축까지 없는 게 없는 로컬 시장인지라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객들이 몰려 든다. 강의 북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박하’라는 이름은 상큼한 향기의 박하 맛이 날 것만 같다. 시장은 돌아보 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은 그들의 순박함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베트남 말도 이 시간만큼은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짐작이 갈 정도로 간결하다.

    세상 신기한 물건들은 다 모아 놓은 듯한 박하 일요시장의 풍경은 다양하다. 돼지의 모든 부위들이 단정하게 다듬어져 나뉘어있고, 바나나 잎과 줄기로 만든 바구니부터 아름답게 수놓아진 가방, 치마 등은 쇼핑욕을 마구 자극할 정도로 사파스럽다. ‘리틀 사파’라고 불리는 박하 마을은 해발고도 800미터로 높은 편이지만 분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많은 소수 민족들이 살고 있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 볼 수 있어 하루 종일 머물고 싶어질 정도로 신기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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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까이
    Lao Cai 베트남 북부의 국경도시, 라오까이

    ‘오래 전부터 개방된 곳’이란 의미의 라오까이는 베트남 북부와 중국 윈난 성의 국경에 있는 곳이다. 두 곳의 경계에 있는 커다란 다리를 지 나면 중국 윈난 성의 허커우가 위치하고 있다. 국경을 잇는 이 다리의 이름은 ‘월중우호교’. 다리를 건너는 이들은 대부분 상인들로 당일치기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프랑스 침략 당시에도 중 국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중요시 됐었고, 지금은 교통의 요지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라오까이. 다른 여느 곳보다 분주한 상인들의 발걸 음과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WRITER·PHOTO : 권예빈
    · 기사 제공: 여행매거진 GO ON(☞ GO ON 포스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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