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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2만여 힌두신의 기운 받고, 18세기 궁전에서 하룻밤… 우아한 인도를 만나다

    입력 : 2017.10.13 04:00

    인도 뉴델리·아그라·우다이푸르

    이슬람과 힌두의 조화
    100년에 걸쳐 지은 탑엔 이슬람·힌두 양식 공존
    힌두교 聖地 '악샤르담' 규모·분위기에 압도돼

    요리도 '발리우드식'
    크림 소스에 커리 '살짝' 난에 감싼 블루치즈 등
    인도 전통 식재료로 프렌치·이탈리안 음식 내

    꿀잠 부르는 호텔들
    왕의 별장이던 호수 궁전 투숙객마다 '개인 집사'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식사·잠들 수 있는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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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슬림 예술의 보석' 타지마할은 우윳빛 아우라를 뿜어낸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뉴델리행(行) 에어 인디아 항공기의 탑승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코노미석 탑승구 앞으로 금세 사람들이 몰려들고, 단색의 사리(하나의 천을 꿰매 만든 인도 전통 의상)를 몸에 두른 승객들 사이에서 이 비행기의 종착지를 상기한다. 발리우드 배우 닮은 까무잡잡한 중년 사내가 옆자리 '비행 메이트'. 인중이 콧수염으로 뒤덮인 그가 "여행을 떠나느냐"고 물어와 고개를 끄덕였다. "인도는 참 우아한 나라예요(India is a very elegant country)." 그는 한마디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창문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9월 마지막 주 수요일 밤, 인도 수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밤인데도 수은주는 섭씨 28도를 넘나들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접어든 고속도로엔 신호등도, 차선도, 교통경찰도 없었다. 무법지대를 내달려 도착한 호텔 입구에선 문지기가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트렁크를 열라"며 검문을 시작했다. 여행용 캐리어와 배낭이 보안검색대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고, 경호원이 "OK" 사인을 보내자 호텔문이 열렸다. 그제야 호텔리어가 다가와 합장(合掌)하며 말했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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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피콜라 호수 한복판에 떠있는 '향락의 궁전' 타지 레이크 팰리스 호텔. ② '도심 속 오아시스'를 테마로 지어진 구르가온(Gurgaon)의 오베로이 호텔. ③ 4타지 레이크 팰리스 호텔의 객실. 호수의 물결이 창문 아래 외벽을 때린다. ④ 관광객을 태우고 암베르성에 오르는 코끼리. 손잡이를 꼭 붙들어야 한다. / 박상현 기자
    '위험하나 매력적인 여행지'. 인도 여행은 그동안 이 문장으로 설명됐다. 위험과 매력을 등가(等價)로 둔다는 건 팜므파탈처럼 그 매력이 치명적이란 뜻. 나를 파괴할 그녀를 품으려면 도전의식과 용기가 필요하다. 불구덩이 뛰어드는 부나방을 자처하는 셈이기 때문. 이런 인도를 두고 콧수염 사내는 "우아하다"는 형용사를 택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인도는 길거리엔 소똥 천지고, 갠지스강 물로 목을 축이는 그런 나라 아닌가. '그럼에도 왜 인도 여행을 떠나는가?' 그 매력을 찾아내는 게 이번 여행의 과제였다.

    발리우드처럼 동서양 조화 이룬 인도 음식

    인도 뉴델리·아그라·우다이푸르
    뉴델리 시내에서 남쪽으로 15㎞를 달리다 보면 넓은 평야에 우뚝 솟은 탑 하나가 보인다. 쿠틉 미나르(Qutab Minar). 높이가 72.5m에 달하는 이 탑은 12세기에 지어진 뉴델리 최고(最古)의 벽돌탑이다. 힌두교 영토이던 델리에 최초로 무슬림 정권을 세운 쿠틉 웃 딘 에이백(Qutab-ud-din Aibak)이 이슬람의 저력을 과시하려 만들었다.

    1193년 첫 삽을 뜨고 시조(始祖)가 왕좌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높이가 10m에 지나지 않았지만, 100년에 걸친 증축으로 탑 하나에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왕조를 거쳤기에 탑의 디자인은 저층과 고층이 다르다. 힌두의 관성이 남아있던 초기에는 붉은색 벽돌을, 이슬람 세력이 강화된 중·후기에는 흰색 대리석을 주로 사용했다. 현지 가이드인 쿠마르씨는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가 공존하는 인도의 '현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했다.

    악샤르담(Akshrdham)은 힌두교도에게 영원한 헌신·순결·평화를 상징하는 장소다. 카메라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는 일절 들일 수 없다. 대표 건축물인 스와미나라얀의 외벽은 동식물과 무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높이 43m, 폭 109m에 달하는 크기는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성지의 맨바닥을 밟아본다.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낸 돌 바닥은 알맞게 데워져 있다. 밟고 서기만 해도 그 온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200여 힌두교의 화신과 현인이 2만개의 조각상으로 박제돼 있다.

    레스토랑 '인디언 악센트(Indian Accent)'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인도 전통 식재료를 프렌치와 이탈리안 조리법으로 재해석해 '인도식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이곳은 조리법은 서양식이지만, 맛에서는 인도만의 '악센트'를 느낄 수 있다. 2225루피(약 4만원)로 3가지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Lunch 3 Course'를 주문했다.

    전채로 난(naan)에 감싼 블루치즈와 샤프란을 곁들인 커리 수프가 나왔다. 난은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인도의 전통 진흙 오븐인 탄두르(tandoor)에 넣어 구워낸 빵. 현지인들은 난을 찢어 각종 커리에 찍어 먹는다. 고소한 풍미가 블루치즈 특유의 꿉꿉한 향을 억누르면서 부드럽게 식도로 넘어갔다. 주요리는 크림 커리 소스를 부은 달고기(생선의 일종) 구이, 디저트는 커스터드 거품에 견과류를 뿌려냈다. 할리우드 오락 영화의 작법을 인도 스타일로 재해석한 '발리우드' 영화처럼 동서양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접시였다.

    타지마할과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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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교도에게 영원한 헌신과 순결,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인 악샤르담. / 게티이미지코리아
    뉴델리에서 235㎞ 떨어진 도시 아그라(Agra)에선 '무슬림 예술의 보석'이라 불리는 '타지마할'이 하얀 아우라를 뿜어낸다. 우윳빛 대리석 건물인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황제인 샤 자한이 죽은 아내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려 지었다. 막내 아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폐위된 샤 자한은 폐위돼 탑에 유폐됐다가 죽은 후 타지마할로 돌아와 뭄타즈 곁에 안장됐다.

    타지마할은 건축물 그 자체로 완벽한 '그림'이다. 타지마할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은 'ITC 무굴 럭셔리 콜렉션 호텔(ITC Mughal a luxury collection Hotel)'을 찾는다. 궁전을 테마로 지은 이 호텔은 전 객실에서 창밖으로 타지마할을 감상할 수 있다. 투숙객들은 인도산 샤도네이(Chardonnay) 화이트와인이나 칵테일 잔을 손에 들고 타지마할과 '건배'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코끼리를 타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분홍색 계획도시'라 불리는 자이푸르(Jaipur)가 인기다. 자이푸르 시내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진 구릉지대엔 11세기 초 축조를 시작해 150년간 개·보수를 거친 암베르성(Amber Fort)이 있다. 높은 산중에 자리 잡은 이 성으로 올라가려면 지프(jeep) 차나 예쁘게 화장한 코끼리를 탄다. 성곽길은 '코끼리로(路)'라고 불리는데, 길바닥은 온통 코끼리의 배설물이고 10m 간격으로 코끼리가 마실 물이 갖춰져 있다. 성을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에는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코끼리 무리와 자동차들이 엉켜 있다.

    궁전에서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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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1727년 지어진 자이푸르 최초의 궁전 타지 팰리스의 레스토랑. 지금은 고풍스러운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궁전 호텔'로 바뀌었다. ② 인도식 정찬. '탈리'라는 큰 접시에 '카토리'라는 작은 접시들이 담겨 있다. ③뉴델리 최고(最古)의 벽돌탑 쿠틉 미나르. ④아그라의 오베로이 아마빌라스 호텔을 찾는 숙박객은 타지마할과 '건배'하는 기념사진을 남긴다. / 박상현 기자
    마지막 일정은 서인도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호반(湖畔) 도시 우다이푸르(Udaipur). 자이푸르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쯤 이동한다. 아름답게 펼쳐진 피콜라 호수에 대리석으로 지어진 궁전인 '타지 레이크 팰리스(Taj Lake Palace)'가 고요히 떠 있다. 수백 년 동안 왕족의 여름 별장이던 이곳은 지금은 호텔로 쓰인다. 1983년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007 옥토퍼시'의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인도 여행
    이 궁전은 메와르 왕조의 후계자인 마하라나 자가트 싱 2세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는 1743년 부왕으로부터 통치권 일부를 물려받고 자기만의 호수 궁전을 만든다. 동향(東向)으로 지어 새벽에는 왕실의 조상으로 믿어온 태양신에게 예배를 드렸고, 밤에는 물로 둘러싸인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향락을 즐겼다.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의 저자인 제임스 더스턴은 이 궁전에 대해 "향락의 궁전이자 사치와 낭만에 바치는 빛나는 헌사"라고 적었다.

    마지막 밤은 이 궁전에서 보내기로 한다. 은밀했던 과거의 그 궁전처럼 호텔에는 투숙객만 들어갈 수 있다. 체크인 순간부터 호텔을 나설 때까지는 개인 집사가 잡무를 처리해준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선베드에 누워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본다. 레드와인 한 잔을 주문해 목을 축이고, 열이 오르면 물에 들어가 몸을 식힌다. 호수의 물결이 벽을 때리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요트에 올라탄 것 같다.

    저녁식사는 인도식 정찬. 악사(樂士)가 연주하는 시타르(기타를 닮은 인도 전통악기)를 감상하는 사이 눈앞에 큰 은접시가 놓인다. 탈리(thali)라는 큰 접시 안에 카토리(katori)라는 작은 접시를 여러 개 담아내는 인도식 식사법이다.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밀어 공갈빵처럼 튀겨낸 푸리(poori)를 찢어 마른 콩에 향신료를 넣고 스튜처럼 끓여낸 달(dal)과 닭고기·양고기 커리에 찍어 먹는다. 미처 가시지 않은 더위는 걸쭉한 요거트인 라시(lassu)를 마시며 식힌다. 육지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면서 왕궁에서의 꿈같은 하룻밤이 지나간다.

    뉴델리로 돌아와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출국장으로 향한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항공사 직원이 "인도는 어땠냐"고 묻는다. 출력된 티켓을 건네받으며 말한다. "인도는 참 우아한 나라예요."

    콕콕! 해외여행 Tip  인도

    인도서 환전하려면 50달러 2장보다 100달러 1장 챙겨가세요

    인도의 화폐 단위는 루피(INR). 11일 기준으로 1루피는 약 17.4원이다. 인도는 지난해 11월 화폐 개혁을 단행, 1000루피 화폐를 없애고 500루피·2000루피 화폐를 신권으로 교체했다. 국내에서 루피를 직접 환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달러화 또는 유로화를 가져가 현지 공항이나 호텔에서 환전해야 한다. 구권과 찢어진 지폐는 사용할 수 없다.

    화폐는 큰 단위로 가져가면 좋다. 예컨대 같은 100달러라도 50달러 2장보다 100달러 1장을 더 높게 쳐준다. 외국인은 출국 시 최대 1만 루피(약 17만4000원)만 재환전되므로 너무 많은 금액을 환전하면 손해다.

    몇몇 유적지와 관광지에서는 별도의 '카메라 입장료'를 받는다. 금액은 250~500루피(약 4400~8700원) 선. 카메라 반입이 금지된 곳에서 촬영하다가 발각될 경우 기기 압수는 물론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여행상품 뚜르디메디치(www.tourmedici.com)는 올해 12월부터 내년 1~2월 매달 한 차례 출발하는 인도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12월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에 선정된 타지 레이크 팰리스 호텔(Taj Lake Palace Hotel) 숙박이 포함된 10일짜리 상품, 1월엔 힌두 문명의 정수를 경험해보는 남인도 11일짜리 상품, 2월엔 설 연휴를 끼고 전세기 탑승(1회)이 포함된 북인도 10일짜리 상품이 마련돼 있다. (02)545-8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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