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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테이크아웃잔 든 한국 직장인, 페트병 든 일본 직장인

    입력 : 2017.10.13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프라이데이 토크
    저희 두 사람 직접 만나 대화하는지, 메신저로 주고받는지 궁금하단 분들이 계세요. 저희요? 한두 주에 한 번 만난답니다. 이른 아침 광화문 커피숍에서. 카페인 들어가야 정신 말짱해지는 김 기자는 새까만 아메리카노를, 카페인에 민감한 오누키 특파원은 말간 허브 티 들고서 말이지요. 이번 주엔 저희 만남에도 빠지지 않는 '커피' 얘기입니다.

    오누키(이하 오): 친정엄마가 애 봐주러 4년 한국 계시다 얼마 전 일본으로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요즘 이거 때문에 한국 생각 부쩍 난다시네요.

    김미리(이하 김): 뭘까요. 한국 음식?

    : 땡! 커피요.

    : 엥? 커피라면 일본이 더 많을 텐데.

    : 정확히는 한국 커피숍요. 지금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 카페가 있어요. 저희 엄마가 커피 애호가라 하루 한 잔 꼭 드시거든요. 한국에선 문밖만 나가면 커피 천국이었는데 일본에선 아쉽다시네요.

    :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 동네도 커피숍 옆 부동산, 부동산 옆 편의점, 편의점 옆 커피숍이네요. 최근 10년 새 바뀐 풍경이에요. 90년대 중반 서울에서 유학한 일본 친구가 몇 해 전 서울로 발령받아 왔어요. 그 사이 가장 많이 바뀐 게 커피라더군요. 유학 시절엔 '진짜 커피'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믹스 커피 아니면 보리차처럼 맨송맨송한 원두커피밖에 없었다면서.

    : 커피 많아진 건 알겠는데 저같이 커피 입에도 안 대는 '비(非)커피파'엔 불친절한 사회예요. 패스트푸드점, 레스토랑에서 세트 메뉴 주문하면 음료 옵션에 당연히 아메리카노는 들어 있어요. 아님 콜라·사이다 정도. 차(茶)로 되는지 매번 물어보는데 안 될 때가 많아요.

    : 다양성 부족한 한국 사회가 세트 메뉴 구성에서도 보일지는 몰랐네요.

    : 커피는 제게 한국 직장인의 점심 풍경이기도 해요. 점심 먹고 동료하고 하나같이 테이크아웃 커피 들고 걷는 모습이 흥미로워요.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참모들하고 테이크아웃 잔 들고 포즈 취한 거 보면서도 참 한국적이다 싶었어요.

    : 사람 만나는 저희 같은 직업은 커피 의존도가 더 높죠. '업무 미팅=커피'가 돼버리죠. 줄커피는 일상. 업무로 만난 사람들끼리도 "식사 한번 하시죠?"보다 "커피 한잔하시죠?"란 말이 더 편해졌어요. 뭔가 부담이 덜한 만남 같거든요.

    : 커피 들고 걸어가는 걸 보면 머릿속 계산기가 돌아가요. 한국에선 커피 한 잔이 4000~5000원이잖아요. 저리 비싼 걸 매일 어찌 먹나 싶어요. 일본 직장인 하면 페트병이 떠올라요. 자판기에서 150엔(1500원) 주고 뽑는 페트 음료를 주로 들고 다니거든요.

    : '밥은 네가 사. 커피는 내가 살게' 해놓고 후회한 적 많아요. 밥보다 커피 값이 더 비쌀 때 많으니.

    : 한국에선 커피가 비쌀뿐더러 양도 넘 많아요. 작은 사이즈가 톨(tall)인데 많이들 남기잖아요. 그마저도 같은 크기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일본에서는 340엔(3400원)인데 한국은 4100원.

    : 언제부턴가 충동 구매하게 될 때면 속으로 정당화해요. '커피 몇 번 안 마시면 되잖아.' 어느새 커피가 제 마음속 재화 교환 단위가 돼버렸어요. 문제는 물건도 사고, 커피도 마신다는 거(웃음).

    : 커피값 안 아깝나요? 2년 전 일본 돗토리현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어 화제가 됐어요. 그 때까지 일본에서 유일하게 스타벅스가 없는 현이었거든요. 이유 분석 기사 중에 '꼭 필요한 곳 아니면 낭비를 하지 않는 돗토리현 사람들 성향 때문'이란 말이 있었어요. 커피가 사치품이란 인식이 남아 있단 얘기죠.

    : 부서에 커피머신이 있어요. 그런데 부서 공짜 커피 마다하고 매일 출근길에 커피숍 들러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하는 선배한테 물어본 적 있어요. 돈 안 아까우시냐고. "나를 위한 커피 한 잔의 사치는 이해해주라." 돌아오는 선배 답에 가장(家長)의 진한 삶의 무게가 배 있더군요. 그의 5000원짜리 사치에 어찌 돌 던지리!

    : 한국 커피숍도 재밌어요. 핫팬츠 입고 의자 위로 다리 올려 양반다리 한 여성들보고 신기했어요. 커피숍을 릴랙스하는 개인 공간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완벽한 '혼놀'의 공간 같기도 하고요. 찌개같이 한국 음식은 기본적으로 '혼밥(혼자 밥 먹기)'하기 힘든 형태인데 커피는 개인 음료니 혼자가 어색하지 않은 걸까요?

    :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건 쭈뼛쭈뼛한 저도 커피숍에서만큼은 '혼놀'이 자연스럽네요. 그나저나 오누키상은 일본 돌아가면 뭐가 그리울 것 같아요?

    : 저도 커피숍. '식후(食後) 한 잔' 한국 문화 익숙해져 자판기 음료로는 왠지 부족할 것 같아요.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friday] 전국민이 하루 한 잔… 한국을 점령한 커피, 한국인을 닮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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