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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돌아온 오버사이즈… 휴~ 이제 숨 좀 쉬겠네

    입력 : 2017.10.13 04:00

    2018년 봄·여름 트렌드

    '80년대 볼륨'의 재해석
    러플·플리츠 주름으로 부드러운 풍성함 주고
    야상점퍼로 실루엣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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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그랑 팔레 내부를 대형 암벽에 폭포가 흐르는 대자연 속 한 장면으로 바꿔버린 샤넬의 2018 봄·여름 컬렉션./AFP 연합뉴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이보다 더 적절하게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샤넬의 총괄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마치 스스로 조물주가 된 듯했다.지난 3일(현지 시각) 선보인 2018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에서 그는 전체 길이만 240m, 높이 43m에 달하는 유리 돔 형태의 그랑 팔레(Grand Palais) 내부를 작은 나무들이 살아 숨 쉬는 대형 협곡으로 변신시켜 놓았다. 20분간 펼쳐질 쇼를 위해 6개의 폭포수가 흐르는 높이 15m의 인공 암벽을 제작하는 데만 두 달. 이를 설치하는 것도 아흐레나 걸렸다. 2600여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암벽 사이로 등장한 90명의 수퍼모델은 나무다리로 된 '런웨이'를 수놓았고, 그 밑을 채운 이끼 낀 연못은 유리 천장을 뚫고 온 햇빛에 초록빛이 강해졌다.

    칼 라거펠트는 이미 몇 시즌을 거치며 패션쇼 무대를 카지노·수퍼마켓·공항 등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꿔놓은 바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인공 로켓을 10m 상공으로 띄우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던 터라 과연 더 보여줄 게 남아 있을까 싶었지만, 인간의 창의력이란 한계를 규정지을 수 없는가 보다. 영화 '물랑루즈' '위대한 개츠비'를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은 이날 쇼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믿기 힘든 대자연의 풍광이 펼쳐졌다"며 "라거펠트는 무대 연출의 천재"라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8일에 걸쳐 선보인 이번 파리 패션 위크는 관객들을 자연 속으로 순간 이동시킨 샤넬의 마법 못지않게 느슨하고, 가볍고, 풍요로운스타일의 의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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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2018 봄₩여름 루이비통 컬렉션은 메탈가죽과 데님, 실크 등 서로 다른 소재의 경쾌한 조합과 스포티한 감성 을 담은 의상들로 호평받았다. ②파 티웨어에 쓰일 법한 반짝이는 장식과 벨벳 등을 캐주얼하게 해석한 발렌티 노. ③풍성한 볼륨과 비치는 의상이 화제가 된 몽클레르. ④지방시의 새 아트 디렉터가 된 클레어 웨이트 켈 러가 선보인 느슨하면서도 세련된 의 상. ⑤소재를 겹쳐 볼륨을 가미한 발 렌티노의 야상 스타일 재킷. ⑥넉넉 한 소매로 1980년대 오버사이즈 룩 을 재해석한 지방시./ EPA·AFP·AP·Xinhua 연합뉴스
    숨 좀 크게 쉬고 삽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1980년대 느낌의 풍성한 볼륨. 몇 년 전부터 '오버사이즈'가 유행하긴 했지만 이번 시즌은 '정점'을 찍는 듯하다. 각진 포댓자루같이 과장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깨에 힘을 줬지만 부드럽고, 허리 가슴 구분없이 통짜 스타일이지만 여러 소재를 덧대 시선을 알맞게 분산시킨다.

    에르메스, 지방시, 발렌시아가, 루이비통, 셀린느, 스텔라 매카트니, 생로랑 등 상당수 브랜드가 '숨 쉴 공간을 주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직장 스트레스도 산더미인데 옷까지 온몸을 옥죈다면 사서 고생 아닌가. 게다가 맛있는 것을 눈앞에 두고도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는 데만 만족했다거나 혹은 남몰래 허리띠를 풀며 테이블 아래로 배 가리기 신공에 능숙해졌던 이들의 심정을 디자이너들이 알아준 듯하다.

    지방시, 지암바티스타 발리에서처럼 물결 모양의 러플이나 폭이 좁은 플리츠 주름을 이용하거나 사카이, 생로랑처럼 마치 소매를 부풀려 풍성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발렌티노의 경우 셔츠와 야상 점퍼 등이 조화를 이뤄 한결 넉넉한 실루엣을 선보인 의상 등이 호평받았다. 태양왕 루이 14세에게 영감받은 스타일의 재킷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루이비통은 데님·시폰·가죽 등을 결합해 옷에 입체감을 살려 상업성을 인정받았다. 발렌시아가처럼 속옷 느낌의 뷔스티에를 덧입거나 셔츠와 티셔츠가 붙어 있어 어느 쪽으로 입어도 남은 한쪽을 어깨에 둘러메는 등 장식적인 효과가 있는 의상들이 눈에 띄었다.

    비닐, 깃털, 스팽글…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샤넬 쇼에서 선보인 비닐 제품들. 투명 부츠와 PVC 가방 보호 커버. /AP 연합뉴스
    과거 화장품 광고 문구이긴 하지만, 이번 패션 위크를 관통하는 용어를 뽑자면 'lightness'다. '가벼움'이란 뜻도 되고, '밝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몽클레르, 톰브라운 등은 깃털을 잔뜩 달아 마치 날아갈 듯한 모습을 연출했고, 디올과 마르지엘라는 프린지(술)가 잔뜩 달려 한층 가벼운 느낌의 의상으로 시선을 끌었다. 동물 보호 등을 위해 가죽·모피를 전혀 쓰지 않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skin-free skin'이라는 라벨을 달고 니트보다 가벼운 인조 가죽 의상을 선보였다.

    정치도, 경제도 불투명한 사회에 대한 대항인 걸까. '투명성'은 이번 파리 패션 위크에서 특히 각광받았다. 디올에서처럼 속이 거의 훤히 비치는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의 의상도 여러 눈에 띄고, 마지막 날을 장식한 샤넬의 잔상 때문인지 이번 쇼를 결산하면서 무엇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건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비닐'의 등장이다. 과거 가수 박진영의 비닐 바지를 생각하면 아주 새삼스러운 패션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여름용 비치 백으로 플라스틱 비닐을 이용하긴 해도 의상에는 그다지 응용되지 않았던 소재였지만 내년엔 길거리를 누빌 듯하다. 샤넬 쇼에서 폭포수를 지나는 수퍼모델들은 비닐로 된 투명 모자, 레인코트 등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발망 역시 비닐 부츠를, 발렌티노는 마치 우비를 살짝 얹은 듯한 상의에 반짝이는 스팽글을 얹어 수공예 느낌을 더했다. 시원하게 드러내 보자. 우린 감출 게 없는 당당한 존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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