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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엘 불리'의 셰프들이 첨단 요리 풀어내는 거리

    입력 : 2017.09.29 04:00

    미식 구역 '바리 아드리아'
    세계 최고 요리사 형제
    식당 6개 운영
    첨단음식 타파스로 풀어
    '티켓' 미식가 몰려

    스페인의 정치적 수도는 마드리드지만, 경제적 수도를 꼽으라면 바르셀로나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카탈루냐의 주도(州都) 바르셀로나에는 든든한 돈지갑을 토대로 미식(美食)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프랑스의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Michelin)은, 오차가 없지는 않지만 한 도시의 미식 수준을 가늠할 때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된다. 바르셀로나에는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식당이 1곳, 2개 받은 식당 3곳, 1개 받은 식당 21곳 등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총 25곳이 있다. 스페인 도시 중 가장 많다.

    길지 않은 일정으로 바르셀로나를 여행한다면 이제는 전설이 된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 멤버들이 운영하는 맛집이 모인 '아드리아 구역'과 바르셀로나식 우아한 푸드코트 '엘 나시오날'이 가볼 만하다. 두 곳의 맛집을 직접 가봤다.

    1889년 건축된 전시관에서 주차장을 거쳐 세련된 푸드코트로 재탄생한 ‘엘 나시오날’. 레스토랑 4곳과 바 5곳이 모여있다./김성윤 기자
    아드리아 구역(El Barri Adria)

    바르셀로나에는 얼마 전부터 '바리 아드리아'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바리(barri)가 '이웃' '지역' '구역'을 뜻하는 카탈루냐어(語)니까, '아드리아 구역'이란 뜻이다. 스페인의 세계적 레스토랑이었던 엘 불리를 운영했던 아드리아(Adria) 형제가 연 식당이 에스파냐 광장과 바르셀로네타 해변 사이 파랄렐 거리(Avinguda Paral·lel) 주변으로 하나둘 생겨나며 붙여진 이름이다.

    엘 불리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식계의 화두였던 분자요리(molecular cuisine)를 대중화시키는 한편, 스페인이 서양 요리 종주국 프랑스를 넘볼 정도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음식점이다. 식재료와 요리법을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을 창조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분자요리라 이름 붙였다. '음식을 분자 단위까지 연구하고 분석한다'는 뜻이다.

    엘 불리는 '세계 50대 식당'에서 2002년과 2006~2009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 악화는 엘 불리에도 영향을 미쳤고, 결국 2011년 문 닫았다. 이후 엘 불리 출신 요리사들이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식당을 속속 열고 있다. 특히 엘 불리를 운영했던 아드리아 형제 가운데 동생 알베르 아드리아의 역할이 컸다.

    아드리아 구역에는 식당 6곳이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티켓(Tickets)이다. 이제는 갈 수 없는 엘 불리의 음식이 궁금한 미식가들이 몰려든다. 엘 불리에서 내던, 분자요리 기법을 활용한 최첨단 음식을 타파스로 풀어낸다. '에어 바게트(air baguette)'가 대표적. 얇게 저민 하몬 햄을 얹은 작은 샌드위치처럼 보인다. 씹으면 바삭한 빵의 껍질과 구수한 식감, 하몬의 고소함만이 있지만 속은 공기밖에 없다. 타파스 하나하나 손님의 허를 유쾌하게 찌른다. 단품 5~50유로로 타파스치곤 비싼 편이나, 엘 불리 요리라고 치면 싸다.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1개를 받았다.

    더 익숙한 맛의 타파스를 즐기고 싶다면 보데가 1900(Bodega 1900)이 낫다. 단품 10~30유로로 싼 편은 아니다. 맛조개, 대구살, 미트볼 등 전통적 타파스 메뉴를 고급스럽게 풀어낸다.

    팍타(Pakta)는 페루에서 탄생한 '닛케이 퀴진(Nikkei Cuisine)'을 낸다. 주로 일본에서 온 동양계 이민자들이 페루의 식재료와 식문화를 결합해 만들어낸 퓨전 요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쉐린 별 1개를 획득했다. 코스 메뉴가 120유로가량 한다.

    오하 산타(Hoja Santa) 역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으로, 알베르 아드리아와 멕시코 출신 파코 멘데스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멕시코 요리를 낸다. 단품 5~30유로, 코스 110유로. 니뇨 비에호(Nino Viejo)는 타코와 같은 멕시코 길거리 음식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풀어내는 식당이다. 단품 5~20유로.

    에니그마 콘셉트(Enigma Concept)는 바리 아드리아의 중심 레스토랑으로 지난 1월 문 열었다. 알베르 아드리아가 자신의 기량을 쏟아부은 요리를 낸다. 코스 220유로. 온라인 예약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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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②③ 바리 아드리아에 있는 타파스 바 ‘보데가 1900’에서 내는 게살·맛조개·새우 타파스. ④‘보데가 1900’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주방이 나오고 그 뒤로 손님들이 앉는 공간이 있다./김성윤 기자
    엘 나시오날(El Nacional)

    바르셀로나 중심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에 붙은 좁은 골목으로 들어설 때만 해도 이렇게 넓은 외식 공간이 나타날 줄은 예상 못 했다. 엘 나시오날은 바르셀로나식으로 해석한 고급 푸드코트. 넓이 3000㎡(약 910평)의 공간 안에 음식점 4곳과 바 5곳이 들어 있다. 1889년 전시관으로 세워진 건축물로, 스페인 내전 이후 주차장으로 사용되다가 지난 2014년 외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8세기 말~19세기 초 건축양식을 최대한 살린 내부가 아름답고도 웅장하다.

    육식주의자라면 라 브라세리아(La Braseria)가 흥미로울 듯하다. 드라이에이징(dry aging·건식 숙성)을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드라이에이징이란 주로 소고기를 저온에서 숙성시켜 풍미를 끌어내는 작업이다.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대개 24개월쯤 된 암소나 거세한 수소의 고기를 쓴다. 라 브라세리아에서는 거세하지 않은 그것도 오래 일한 늙은 수소의 고기를 장기간 숙성시킨다. 보통 거세하지 않은 수소 고기는 노린내가 심해서 기피한다. 나이가 들면 노린내는 더 심해진다.

    라 브라세리아에서는 이런 늙은 수소 고기야말로 드라이에이징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심한 노린내를 천천히 숙성시키면 훨씬 짙은 풍미를 낸다는 것.

    실제로 먹어보니 프랑스 로크포르(Roquefort) 또는 이탈리아 고르곤졸라(Gorgonzola) 같은 블루치즈 계열의 짙은 감칠맛이 소고기에 속속들이 배어든 듯했다. 이 치즈들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노린내가 난다고 기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라 요티아(La Llotja)는 진짜 수산 시장처럼 얼음을 깔고 그 위에 생선과 새우, 바닷가재 등을 진열해놨다. 손님이 해산물을 선택하면 원하는 대로 주방에서 요리해 내온다. 파에야가 맛있다.

    타파스 바 라 타베리아(La Taperia)는 스페인 전역의 타파스를 고루 갖췄다. 맥주, 와인, 칵테일, 굴 전문 바도 있다.

    바르셀로나 대표 미식 지역 유명 레스토랑

    ◇아드리아 구역(El Barri Adria)

    티켓(Tickets): Avinguda Paral·lel 164
    보데가 1900(Bodega 1900): Carrer de Tamarit 91
    팍타(Pakta): Carrer de Lleida 5
    오하 산타(Hoja Santa): Avinguda de Mistral 54
    니뇨 비에호(Nino Viejo): Avinguda de Mistral 54
    에니그마 콘셉트(Enigma Concept): Carrer de Sepulveda 38-40
    바리 아드리아 웹사이트: www.elbarriadria.com

    ◇엘 나시오날(El Nacional)

    주소: Passeig de Gracia, 24 Bis
    웹사이트: www.elnacionalbcn.com
    주요 입점 레스토랑 ‘라 브라세리아’(La Braseria), ‘라 요티아’(La Llotja), ‘라 타베리아’(La Tap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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