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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9.08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프라이데이 토크
    두 사람은 올해로 입사 18년 차입니다. 중간 관리자 정도의 연차, 상사와 후배 사이 '낀 세대'이지요. 그사이 신입 사원들의 적잖은 변화도 봤습니다.

    김미리(이하 김): 초년병 시절 엊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르죠? 참 오래 다녔네요.

    오누키(이하 오): 한국에선 저도 많이 느껴요. 몇 년 차인지 물어와서 '18년 차'라고 답하면 반응이 하나같아요. "와, 오래 다니셨네요." 일본에선 못 접했던 반응이에요. 이 정도 다니는 건 일반적이라….

    : 일본에서 종신고용,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졌다는 보도를 많이 봤는데 아닌가요?

    : 예전 같진 않아 정년 전 실직(失職)하는 경우는 있어요. 그래도 한국처럼 자발적 이직(移職)이나 퇴사(退社)가 많지는 않아요. 결혼, 육아 때문에 관둔 친구 몇 명 빼고는 친구들도 다들 첫 직장에 그대로 다녀요.

    : 제 친구 중엔 첫 직장에 계속 다니는 친구가 열 명에 두셋 정도네요. 그 친구들도 농반진반 말하죠. 능력 없으니 오라는 데가 없다고. 예전엔 한 회사 오래 다니는 게 미덕이었는데, 이젠 이직이 능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 왜 그렇게 많이 관두나요? 일본에서 퇴사는 일 잘 못 해 나가는 거라 생각하는데.

    : 더 대우 좋은 회사로 스카우트돼 '몸값(연봉)' 올리는 경우도 있고,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옮길 때도 있죠. 적성 안 맞아 직업을 아예 바꾸기도 하고요.

    : '스카우트'란 표현이 흥미롭네요. 일본에선 야구선수 이적 때나 쓰는 용어거든요. 직장인이 몸값 올린다는 인식은 영 낯설어요. 얼마 전 미국 컨설팅회사 '머서'에서 125개국의 대기업 연봉(2016년 기준)을 비교한 적이 있어요. 일본의 경우 과장급 평균 연봉(1022만엔, 1억600만원)은 높은 편이었지만, 이사급 연봉(2713만엔, 2억 8000만원)은 한국(3043만엔, 3억2000만원) 등 주요 아시아 국가보다 낮았어요. 어딜 가든 직급 높아져도 봉급이 별로 안 오르니 굳이 직장 옮길 생각을 안 하죠.

    : 한국 직장인이 꼭 돈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요즘 세대는 돈, 명예보다도 '행복'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꼽지요. 좀 더 행복한 일을 찾아 나서는 젊은 퇴사자들이 늘고 있어요. '퇴준생(퇴직준비생)'이란 말도 생기고.

    : 여전히 한국에선 '큰 회사=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강한 듯해요. 일본에선 버블 붕괴 이후 직장관이 확 바뀌었어요.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기업이 줄도산하는 걸 보면서 좋은 직장이란 뭘까 회의가 생긴 거죠.

    : 한국 사회의 직업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IMF 외환위기였어요. 제가 IMF 직후 졸업한 'IMF 세대'인데, 몇 해 위 선배들만 해도 졸업과 동시에 모셔가려는 대기업이 넘쳤지만 저희 땐 입사 원서조차 씨가 말랐더랬죠. 그때의 좌절감이란….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만성 취업난에 시달려요. '88만원 세대'란 말까지 나왔죠. 그들에게 지난 세대의 직장관을 강요하는 건 무리라 봐요.

    : '88만원 세대'와 비슷한 세대가 일본에선 20대 중후반 '유토리 세대'예요. 2000년대 초반 일본 정부에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교육을 하자면서 '유토리(ゆとり·여유) 교육'을 내세웠어요. 수업 시간도 대폭 줄이고 즐기자는 분위기였죠. 결과적으로 기초 학력 저하가 심각해지고, 학생들의 의지가 너무 나약해져 폐기됐어요. 이 교육을 받은 '유토리 세대'는 희망도, 의욕도 없는 세대라 불려요. 우리 회사도 이 세대에 해당하는 신입기자를 뽑아놓으면 3년 만에 3분의 1은 사라진다고 해요. 지방 지국 데스크의 중요 임무가 신입사원 안 나가게 단속하는 일이랍니다(웃음).

    : 한국에서도 요즘 대졸 신입사원 중 27.7%가 1년 내 퇴사한대요(한국경영자총협회 '2016년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 당사자들은 "행복한 일 찾기 위한 용단"이라지만, "고생을 모른다"는 비판도 따르지요.

    : 취재차 그 세대 한국 친구들을 여럿 만났어요. 사회에 쌓인 불만이 많았지만, 하나같이 이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일본의 젊은이들은 아예 그 생각조차 하지 않아요.

    : 유토리 세대와 88만원 세대. 이 세대가 사회의 중추가 됐을 때 두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희는 그 무렵 기자일까요, 독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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