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friday] 마크 제이콥스·톰 포드·이브 생로랑… 이들의 '억' 소리 나는 靈感

    입력 : 2017.09.08 04:00

    예술 수집하는 패션 거장들

    톰 포드 '미장센'의 비결
    현대미술가 켈리의 팬 영화 '싱글 맨' 통해
    영감받은 부분 녹여내… 워홀·칼더 등도 사랑해

    '양'에 빠진 이브 생로랑
    佛 부부작가 라란느의 양 조각품 여러점 소유
    장식품 제작 맡기기도… 마티스·몬드리안도 모아

    미술관 차린 프라다
    베네치아 미술관 이어 밀라노에 예술단지 세워
    허스트·폰타나·고버 등 다양한 작품 볼 수 있어

    이미지 크게보기
    프랑스 중부 르와르지방에 위치한 슈농소 성 앞에서 프랑스 부부작가 프랑수아-자비에 라란느와 클로드 라란느가 대표작인 양 조각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 작품은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과 발렌티노 가라바니, 마크 제이콥스의 소장 미술품 리스트에 공통으로 있었던 작품이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뉴욕 패션계에서 큰 화제 중 하나는 캘빈 클라인의 부활이다. 디올을 이끌었던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지난해 8월부터 합류해 올해 첫 컬렉션을 선보인 뒤 한층 진보했다는 평가다. 최근 실적 보고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7억6600만달러(약 8700억원). 무엇보다 그의 친한 친구인 설치미술가 스털링 루비가 최근 디자인한 뉴욕 매장이 패션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아트 컬렉터'로서의 라프 시몬스가 화제가 됐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베니티 페어에 따르면 그는 사무실에 두 개의 커다란 스털링 실버 작품과 신디 셔먼 사진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지오 폰티의 커피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엔 피카소의 도자기 주전자가 놓여 있다.

    예술 애호가로 명성 높은 건 라프 시몬스뿐만 아니다. 지난 200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는 소장품 1200개로 구성된 개인 컬렉션(총 낙찰액 3억7393만5500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7900억원)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 칼 라거펠트, 마크 제이콥스, 미우치아 프라다, 톰 포드, 이세이 미야케 등도 열혈 아트 컬렉터로 알려졌다.

    소장품도 커밍아웃! 경매장 직접 찾는 마크 제이콥스

    이미지 크게보기
    ①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의 작품을 여럿 수집했다. 사진은 소트사스의 대표작을 전시해 놓은 것. / IFDA 공식 트위터 ②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자신의 침실에 걸려 있는 현대 미술가 리처드 프린스 작품을 공개했다. ③ 자신의 집에 있는 현대 미술가 존 커린의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 마크 제이콥스 인스타그램 ④ 미우치아 프라다는 프라다 미술관 내 자코메티 조각상에 현대 미술가 존 발데사리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혀 전시했다. / 프라다 재단
    1997년부터 2014년까지 루이비통의 디자인을 맡았던 마크 제이콥스는 2002년 일본 화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트 컬렉팅에 눈을 떴다. 상당수 은둔형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일찍이 '커밍아웃'하며 동성 애인과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고, 각종 코스프레도 선보이며 '쇼맨십 제왕'으로 불린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집 내부를 찍어 올리며 '아트 커밍아웃'을 했다.

    8개의 존 커린 그림을 비롯해 에드 루사, 리처드 프린스, 폴 매카시,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유명 작가 12명의 작품이 일부 공개됐다. 대체로 여성의 신체가 강하게 표현된 작품. 침실에 있는 프랑스 미술가 프랑수아-자비에 라란느의 청동 원숭이 상은 그가 잡지에서 보고 '무조건 갖겠다'며 뉴욕 갤러리와 소더비 등에 전화해 사방팔방 수소문해 소장한 작품이다. 소더비 경매에도 직접 참여한 모습이 포착돼 소셜 미디어에 오르기도 했다.

    엘즈워스에 영감 받은 '싱글 맨' 톰 포드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0년 디자이너 톰 포드가 소더비 경매 내놓은 앤디 워홀의 자화상. 경매사 토비아스 메이어(왼쪽)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AFP
    1990년대 구찌를 가장 섹시한 브랜드로 급부상시킨 데 이어 그가 직접 감독한 영화 '싱글 맨' '녹터널 애니멀스' 등으로 완벽한 미장센(화면 연출)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은 디자이너 톰 포드. 미국 현대미술가 엘즈워스 켈리의 열성팬으로 '레드 커브' '스플리트' 등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싱글 맨'에도 켈리에 영감을 받은 장면이 등장한다. 엘즈워스 켈리와 비슷한 모노크롬 화가이자 미니멀 아티스트인 애드 라인하르트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앤디 워홀 역시 톰 포드가 무척 사랑하는 작가. 워홀의 누드를 남녀 버전으로 갖고 있다. 2010년엔 그가 소유했던 워홀의 자화상을 소더비 경매에 내놓았는데 낙찰 예상가의 두 배인 3250만달러(약 367억원)에 팔렸다. 알렉산더 칼더의 조각과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감독으로 알려진 아티스트 샘 테일러 우드의 작품을 애장하고 있다. 톰 포드의 빈틈없는 완벽주의와 감각적인 취향을 아트 콜렉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양(羊)을 사랑한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

    디자인 스타일로 봐서는 언뜻 연관성을 찾기 힘든 이브 생로랑과 발렌티노 가라바니, 마크 제이콥스이지만 이들에게 공통점이 분명 있다. 바로 프랑스 부부작가 프랑수아-자비에 라란느와 클로드 라란느의 대표작인 '양'을 여러 점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브 생로랑은 라란느 부부의 절대적 지지자였다. 프랑스 유명 사업가인 피에르 베르제와 오랜 동성 연인이었던 생로랑은 집안의 장식품 제작을 직접 의뢰하기도 했다. 생로랑이 지극히 사랑해 직접 꾸미고 이름까지 붙여준 모로코 마라케시의 '마조렐 정원'처럼 생로랑은 집 안에 양떼 조형물을 두어 목가적인 느낌을 자아내길 원했다.

    생로랑과 베르제가 소유한 작품의 일부는 생로랑 사후인 지난 2009년 에이즈 재단 기부용으로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다. 앙리 마티스의 '노란 꽃, 푸른색과 분홍색의 테이블보'(1911), 콘스탄틴 브란쿠시의 나뭇조각 '마담LR', 피에 몬드리안의 '블루, 레드, 옐로, 블랙의 구성'(1922) 등이 포함됐다.

    미술관까지 소유한 프라다와 미야케

    디자이너이자 여성운동가이기도 한 미우치아 프라다는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와 함께 해외 미술 전문 매체 아트 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아트 컬렉터'에 이름을 자주 올린다. 베네치아에 이미 '폰다치오네 프라다'(프라다 재단)미술관을 세운 이들은 최근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와 손잡고 밀라노에 거대 예술 복합단지를 세웠다. 미술관을 겸한 대형 전시 공간과 9층 타워, 영화관 등 총 3개의 건물이다. 미국 조각가 로버트 고버의 작품과 거미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이스 부르주아, 영국을 대표하는 데이미언 허스트, 단색주의(모노크로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는 피에로 만초니와 이브 클라인, 캔버스를 찢으며 공간주의 운동을 일으킨 이탈리아의 루치오 폰타나, 독일의 로즈마리 트로켈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프라다는 2010년 미국의 개념미술가 존 발데사리에게 의뢰해 프라다재단이 소유한 알베르토 자코메티 조각에 의상을 입혀 전시하기도 했다.

    독특한 주름과 종이접기한 듯한 스타일로 '소재의 조각가'라 불리는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도 2007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함께 도쿄에 2121 디자인 뮤지엄을 열었다. 독특한 신체 조각을 연출하는 미국의 팀 호킨슨 작품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이 아트 컬렉팅에 눈을 떴던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는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을 소유했지만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도 전에 일찍 팔아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산업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의 작품 여러 점을 구입하는 등 디자인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