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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똑똑하지만 차가운… 날 무시하는 남편

      입력 : 2017.08.25 04:00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머리가 좋은 사람은 마음이 차갑다고들 합니다. 살아오면서 그 말에 딱 맞는 사람도 보았고 들어맞지 않는 사람도 보아왔습니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들 제 꾀에 제가 속는다는 점이더군요. 자신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머리 나쁜 짓을 합니다. 머리로 사람을 부리려 들고 머리로 대접을 받으려 합니다. 그러다 더 머리 좋은 사람을 만나면 꿇어 엎드리지요.

      진정 머리 좋은 사람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척이라도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열어야 돈도 나오고 사랑도 나오고 존경까지 나온다는 걸 아니까요. 우리 중 누가 진정 머리가 좋은지, 오늘 한번 생각해보시길….

      홍여사 드림

      똑똑하지만 차가운… 날 무시하는 남편
      일러스트= 안병현

      저는 요즘 보기 드문 사남매의 엄마입니다. 딸 셋에 아들 하나. 큰애가 중학생, 막내가 네 살입니다.

      남편은 공무원이고 저는 개인 사업을 합니다. 공무원 월급만으로는 사실 이 식구 살림을 유지하기가 빠듯합니다. 게다가 남편이 개인적으로 쓰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면 저를 믿고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제 성격이 생활비 갖고 쫀쫀하게 다투기보다는 나가서 버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제가 모든 생활비를 내고 있습니다.

      부부지간에 내 돈 네 돈 따지며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 번씩 나 혼자 동동거린다는 생각에 억울해지기도 합니다. 맞벌이인데도 남편은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합니다. 육아는 물론 청소나 설거지 등 간단한 가사 노동에도 손을 댄 적이 없습니다. 자신은 스트레스가 높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다른 데 눈 돌릴 겨를이 없답니다.

      하지만 저도 밖에 나가 벌고 있고 그 일로 스트레스를 꽤 받습니다. 남편은 제 일을 하찮게 보지만, 남의 돈 1000원을 버는 일이 그리 쉬운가요?

      그런데 남편은 그게 다 저의 무능에서 나오는 스트레스일 뿐이라고 합니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계획성이 없어서 실수와 착오가 발생하는 것뿐이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며 저는 은근히 상처를 받습니다.

      솔직히 저는 제가 무능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동파라서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지는 못하지만,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능력은 남편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주변 사장님들과 협조도 잘됩니다. 손님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것도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게 제가 일을 즐겁게 하는 비결이고 그러다 보니 돈도 꽤 법니다. 물론 나가는 돈도 적지 않습니다. 때론 손실을 보고 또 때론 크게 남기기도 합니다. 장사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남편은 이런 저를 돈독이 올랐다고 비아냥거립니다. 머리가 장식이냐는 둥, 주먹구구식으로 장사를 한다는 둥. 최근에 또 한 번 남편이 저를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하기에 저도 할 말을 해버렸습니다. 당신이 나보다 공부는 잘했지만 내가 당신보다 사회 경험이 많다고요. 당신의 인간관계나 말투에서 부족한 점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마치 교수님처럼 제 말을 분석하며 비웃더군요. 어떠한 아픈 조언도 받아들이겠지만 너처럼 논리적이지 않은 조언은 일단 이해가 되지 않아 받아들일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제가 공무원의 직장 내 스트레스를 알 리가 없다면서 무조건 사과하라고 합니다.

      제가 정말 속상한 것은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입니다. 머리만 좋고 마음이 차가워서 애들이나 저에게 따뜻한 말을 하지 않는 남편. 그런데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차가운 사람들과는 잘 지냅니다.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받아들이고, 그들이 자기를 이용해도 그냥 이용당해주는 것입니다. 저한테는 길길이 뛰면서 함부로 대하고 저를 무슨 하녀 취급 하면서, 비슷한 대학을 나오고 인정머리없는 남녀 동료들 말이라면 콩을 팥이라고 해도 믿어줍니다.

      하도 밖에서 이용당하기에 제가 조심하라 말하면, 당신 같은 여자가 뭘 알겠냐고, 장사해서 돈 쉽게 버니까 나랏일하며 박봉 받는 내가 우스워 보이냐고 큰소리칩니다. 저는 쉽게 돈 벌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세 시간씩 자며, 혼자 애들 건사하며 사업을 키워왔습니다. 돈독이 올라서 일하는 거 아닙니다. 꼬치 팔던 스무 살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따뜻한 일터가 되고 싶다는 사명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기준으로는 장사는 천하고 나랏일은 귀하고, 장사는 쉽게 벌고 나랏일은 어렵다는 겁니다. 자신은 선비라서 천한 일 못 하니까 집에서도 귀찮은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제가 집안일하다가 옷이 더럽혀지면 눈살 찌푸리고…. 이런 귀족의식 특권의식으로 저를 무시하면서 이용할 때는 철저히 이용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냥 남편을 진상 고객쯤으로 여기고, 제 중심대로 태연히 대하려 노력하지만 날이 갈수록 힘겹습니다.

      손님과 남편은 다른 걸까요? 남편의 말은 상처가 되어 쌓입니다. 차라리 사업을 접고 남편 월급으로 마이너스 내가며 살림이나 할까도 싶습니다. 하지만 네 아이가 걸리네요.

      애초에 잘못된 결혼이었다는 생각마저 드니, 아직 갈 길이 먼 결혼 생활의 파도를 어떻게 넘길지 막막합니다.

      ※실화를 재구성한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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