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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작품, 여기선 맘껏 만져봐!

    입력 : 2017.08.11 04:00

    서울 금호동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 한 바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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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분홍색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가 서울 금호동 헬로우뮤지움 옥상으로 떨어졌다. 밀짚모자를 쓴 아이들은 아등바등 거리는 코끼리 주변을 거닐며 옥상 벽면에 그림을 그린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②꼬마 손님들이 ‘실크로드’ 길 위에 앉아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다. ③서울 금호동 헬로우뮤지움 건물에 거대한 코끼리가 앉아있다. ④공기 조형물로 된 코끼리가 누워 있는 전시장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금호동에 있는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조용해야 할 미술관에서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신고 온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어야 들어갈 수 있는 이 미술관은 한시도 조용할 날 없다. 주 관람객인 아이들은 도슨트를 따라 걷다가 바닥을 기었다가 뒹굴었다 하며 제 맘대로 전시를 감상한다. 작품은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일반 미술관의 규칙이지만 이곳에선 작품을 만져도, 가지고 놀아도 된다. 덕분에 큐레이터들이 바쁘다. 미술관 문 닫고 난 뒤 작품에 묻은 손때를 닦아야 하고, 제자리로 돌려놔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힐 신은 코끼리와'미술관 여행'

    꼬마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 미술관에 지난달 새로운 손님이 놀러 왔다. 크고 작은 분홍색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 40여 마리다. 멋을 한껏 낸 코끼리들은 입구, 전시장, 그리고 옥상에서 관람객을 반긴다. 일명 '코끼리 작가'라 불리는 현대미술 작가 이정윤의 작품이다. 헬로우뮤지움에서 9월 30일까지 열리는 'Round Trip & Portable Museum Project: 동네미술관 한 바퀴'전(展)은 코끼리와 넥타이로 만든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가족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팔뚝만 한 코끼리도, 어른 키만 한 대형 코끼리도 한결같이 분홍색 하이힐을 신은 덴 이유가 있다. 거대한 몸집을 지닌 코끼리는 하이힐을 신으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없어서다. 작가는 "책임과 무게에 짓눌린 채 정해진 틀에 갇혀 걷는 현대인들, 그리고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1층에 설치된 작품은 마치 아기 코끼리가 엄마 코끼리의 꼬리를 잡고 "가지마!" 외치는 장면 같다. 실제 '워킹맘'인 이정윤 작가는 "엄마가 일하러 나가지 못하게 팔을 잡고 있던 첫째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했다. "작가라 자유로울 것 같지만 두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겪는 어려운 일들이 많죠. 엄마와 작가 역할 사이에서의 갈등, 일상과 일탈의 경계선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2층에는 공기를 주입해 몸집을 부풀린 6m 길이의 '공기 조형물' 코끼리가 누워 있다. 5초마다 타이머가 작동해 공기를 주입하는 바람에 마치 잠든 코끼리가 실제 숨을 쉬는 것처럼 보인다. 공기를 빼낸 뒤 접으면 여행용 트렁크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로 뒤바뀌어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고, 특수 천으로 만들어 아이들 손을 타도 끄떡없다.

    넥타이 500개를 꿰매 만든 16m의 '실크로드' 길도 놓쳐선 안 된다. 일반 관람객들로부터 기증받은 헌 넥타이로 만든 길이다. 정년 퇴임한 중년 남자의 넥타이, 버리지 못하고 챙겨뒀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넥타이 등 저마다 사연을 담고 있다. 작가는 "'실크로드'를 걷는다는 건 타인의 기억 위를 걸으며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곳

    "우리 자고 있는 코끼리를 깨워볼까? 안 깨게 살짝 만져보자."

    노란색 페인트칠이 돼 있는 방. 꼬마 손님들이 잠자고 있는 코끼리 주위를 살금살금 걷는다. 이내 "코끼리를 깨워보자!"는 도슨트의 말과 함께 '코끼리 숨바꼭질' 놀이가 시작된다. 도슨트가 10초를 세는 동안 아이들은 거대한 코끼리의 귀로 몸을 감싸고, 다리 밑에 숨어 도슨트가 자신을 찾아내기만을 기다린다.

    헬로우뮤지움은 '어린이에게 예술은 놀이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놀이를 통해 공간을 이해하고 예술을 배운다'는 목표를 지향하는 만큼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90분·2만원)도 놀이 형식으로 이뤄진다. 하루 세 번, 15명으로 꾸려진 팀이 도슨트를 따라 미술관 곳곳을 누빈다. 미술관 교육이나 발성이 좋은 연극 전공자가 아이들을 이끈다. 눈높이를 위해 바닥에 앉은 도슨트는 아이들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다양한 목소리와 몸동작으로 마치 구연동화 하듯 작품을 설명한다. "너희는 넥타이를 어디서 봤어?" "코끼리가 뭐하고 있는 것 같아?"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가방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도슨트 따라 아이들이 '미술관 여행'을 떠나는 시간은 부모의 자유 시간! 전시장 곳곳에 어른들을 위한 의자와 책이 구비돼 있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린이 미술관이지만 전시가 가족과 여성에 대한 내용인 만큼 원한다면 큐레이터가 부모 대상 미술관 여행을 해주기도 한다.

    12일에는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뮤지움 나이트'가 진행되며, 15일에는 미술관 옥상에서 '아트 빨래' 프로그램이

    열린다. (02)3217-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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