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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11 04:00 | 수정 : 2017.08.11 08:39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프라이데이 토크
    휴가 잘들 보내셨나요? 저희에겐 모처럼 진짜 휴가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방학 맞아 엄마 품 떠나 며칠 여행 떠난 겁니다. 워킹맘에겐 업무 해방보다 더 진정한 휴가, 육아 해방을 맞았습니다. 이 자유, 저희는 어떻게 만끽했을까요?

    오래간만에 '불금의 수다' 즐겼어요. 아이가 방학 맞아 일본에 갔거든요. 근무 마치고 오후 7시부터 대사관 친구와 회포 풀었어요. 밤샘 수다 떨 기세였는데 달콤한 휴식은 자정에 올스톱. 12시에 도쿄 본사 데스크가 연락했더라고요. 북한이 미사일 쐈다고. 어흑. 쏠 거면 좀이라도 늦게 쏘지. 하필 조간 마감 시간인 새벽 1시 전. 노트북 앞에 앉아 '불마감'했지요.

    전 영화관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덩케르크' '군함도' '택시운전사' '파리로 가는 길'…. 그새 영화 못 본 걸 한풀이하듯 봤네요. 영화 사각지대에 있는 게 애 엄마들이잖아요. 애 놔두고 혼자 두 시간 스크린 앞에 있으려면 가시방석이 따로 없어요.

    얼마 전 '군함도' 언론 시사회에 갔어요. 특파원 생활 4년 중 최고의 날. 무려 송중기, 소지섭, 황정민을 한꺼번에 보다니! 그런데 송중기보단 소지섭이 제 스타일이더라고요. 역시 저, 아줌마인 건가요(웃음)?

    어땠나요? 개인적으론 군함도의 억지 감동 주입보단 덩케르크의 담백함이 더 먹먹하던데. 역사를 다루는 시도는 의미 있지만 방식은 좀 더 정교했어야 했다 싶어요.

    류승완 감독이 '좋은 조선인, 나쁜 일본인만 있었던 게 아니다. 단순히 이분법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죠? 그런데 결국 '나쁜 일본인은 다 죽어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되잖아요. 일본 입장에선 반일영화로밖에 안 보일 거라 생각했어요. 정작 놀라운 건 한국 관객의 다양한 반응이었어요. '친일 영화' 논란부터 대놓고 '너무 뻔한 반일 영화'라는 혹평까지 나오는 걸 보고 한국 사람들 인식이 성숙했구나 싶었어요.

    주로 일본 영화엔 인생이, 한국 영화엔 사회가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본에선 자연재해로 인한 공포가 삶에 집중케 하고, 한국에선 전쟁과 불안한 정치가 사회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일본 특파원들이 서울 와서 해야 하는 '일'이 영화관 가는 거예요. 정치·외교적 소재 다룬 영화가 많아서 이슈를 따라잡으려면 영화를 봐야 한다는 얘기죠.

    비자발적 문화생활? 나쁘지 않은 걸요(웃음). 사실 한국에서 영화는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역할을 해요. 그 자체가 사회현상이 되기도 하고요. '1000만 영화'라는데 못 보고 있으면 왠지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건 아닌가, 자격지심마저 들지요.

    참 달라요. 일본에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찾아보지 남들 많이 보는 영화니까 봐야 한다는 생각은 잘 안 해요. 일본이 한국보다 인구는 많지만 '1000만 영화'가 없는 이유겠죠. 관객 수로 영화 인기를 따지지도 않아요. 영화관도 자주 안 가고요. 남편이랑 대학 때부터 연애해 20년 동안 영화관 간 게 두세 번은 되려나.

    두세 번요? 한국 사람 1년에 영화관 가는 횟수(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산업 결산 통계' 기준, 2016년 1인당 연평균 관람횟수 4.2회)보다 적다니요.

    가족이 함께 영화관 가는 모습도 처음엔 낯설었어요. 전 아들 9년 키우면서 딱 한 번 같이 영화관에 갔어요. 그것도 얼마 전 한국에서요.

    요즘 같은 찜통더위엔 영화관만 한 피서지가 없죠. '시네 바캉스'란 말까지 나왔어요.

    일본에서 무더위는 불꽃놀이와 함께! 제아무리 '혼놀(혼자 놀기)'의 천국 일본이라지만 불꽃놀이 혼자 가는 사람은 없어요. 고등학생들도 같이 갈 '남친' '여친' 찾느라 바빠요(웃음).

    한국은 이열치영(以熱治映), 일본은 이열치염(以熱治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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