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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옥색 물빛과 순백의 땅… 장대한 역사가 빛나는 곳

    입력 : 2017.08.11 04:00

    헬레니즘의 精髓를 찾아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에게 해 건너 동쪽 해안을 '아시아'라 했고, 지중해 건너 남쪽 해안을 '아프리카'라 했다. 세월이 흘러 아시아의 개념이 확장되자 원래 '아시아'라 부르던 아나톨리아 반도에는 '소(小)아시아'란 이름이 붙었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제국(帝國)을 건설하자 고대 그리스 문명은 동쪽으로 영역을 넓혀 오리엔트 문명을 흡수했다. 서양 문명사의 거대한 기둥 중 하나였던 헬레니즘(Hellenism) 문명이 소아시아를 주 무대로 태동했다. 지금 헬레니즘의 정수(精髓)를 보려 한다면 터키로 가야 한다. 코발트 빛 바다와 하늘 사이를 강렬한 햇살이 직사(直射)하는 이곳은 고대에는 그리스 세계의 일부였다.

    페르가몬―파피루스 대신 양피지를

    지금은 터키 서부의 작은 마을인 베르가마(Bergama)는 헬레니즘 시대 '동방의 지식 창고'라 불린 페르가몬(Pergamon) 왕국이 있던 곳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 후계자들에 의해 기원전 3세기 왕국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고대 그리스 도시들이 가장 높은 곳에 만들었던 중심지 아크로폴리스가 이곳에도 남아있는데,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하늘을 배경으로 선 아테네 신전과 트라야누스 황제의 신전 사이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경쟁하던 페르가몬 도서관 자리다. 위협을 느낀 이집트가 파피루스 수출을 중단하자 페르가몬은 양피지를 개발했다. 양피지를 뜻하는 영단어 '파치먼트(parchment)'는 '페르가몬'에서 유래됐다. 근처엔 1만명을 수용한 대극장 유적도 있다. 언덕 남쪽 제우스 신전이 있던 터에는 소나무 몇 그루만 서 있을 뿐인데, 이 신전이 거의 통째로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 옮겨졌기 때문이다. 베르가마에는 히포크라테스가 의술을 배운 고대 세계 최대의 종합병원인 아스클레피온 유적지도 남아 있다. 학문과 예술과 의술은 떨어져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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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2200년 전의 고대인도 터키 서남부 파묵칼레에 있는 거대한 석회 언덕을 사랑했음이 분명하다. 풀장처럼 보이는 곳까지 100% 자연의 산물인 이 경관 위에 헬레니즘 시대의 고대 그리스인은 정교한 계획 도시 히에라폴리스를 건설했다. ②에페소스 유적의 셀수스 도서관. ③라오디케아 유적의 아폴론 신전. / 유석재 기자

    에페소스―세계 최초 옥외광고판의 비밀

    터키에서 에페스(Efes)라 부르는 에게 해 연안 작은 도시가 신약성경에 '에베소'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에페소스(Ephesus)다. 역사가 기원전 13세기까지 올라가는 이곳은 헬레니즘의 대표 도시 중 하나였고, 로마 제국 때는 인구 25만명에 이르는 '제국 제2의 도시'가 됐다. 1.5㎞의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대규모 유적은 원형에 가까운 도시 전체가 보존돼 있기 때문에 놀랍다.

    조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하드리아누스 신전, 학문의 위대함을 웅변하는 듯 웅장한 셀수스 도서관, 비천상(飛天像)을 연상케 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은 그대로 서양 고대 문명의 진수다. 도시 한복판 대리석에는 발자국을 새겨 유곽이 있는 곳을 알렸는데 사람들은 이것이 최초의 옥외 광고판이라고 한다. 인근 아르테미스 신전터 앞에 서니 뒤편으로 사도 요한 교회, 셀주크 튀르크 시대의 성벽,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가 한눈에 겹쳐 보였다. 문명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지층(地層)처럼 중첩된다.

    라오디케아―부유해서 오만한 인간

    최근에야 발굴을 마친 데니즐리 시의 라오디케아(Laodicea) 유적은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분열된 제국 중 하나인 셀레우시아드 왕조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면직 산업, 온천수와 질병 치료로 유명했다. '요한계시록'에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오만했다'고 전한 부(富)의 도시는 지진 때문에 몰락했지만,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한 신전의 기둥들로 남아 있다.

    너비 10m 의 '시리아길'을 중심축으로 삼고 42m 간격으로 갈라지는 도로들이 신전과 아고라(광장), 극장을 연결하는 정밀한 계획도시다. '요한계시록'에 초기 기독교 7대 교회 중 하나로 등장하는 '라오디게아 교회'가 내부 복원을 마치고 지난달 일반 공개돼 성지 순례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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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명을 수용했다는 페르가몬 아크로폴리스 유적의 대극장. / 연합뉴스
    히에라폴리스―하얀 성(城) 위의 도시

    라오디케아의 아폴론 신전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지 파묵칼레가 있다. 눈이나 소금으로 착각할 정도로 새하얀 석회층이 5㎢에 걸쳐 형성된 곳이다. '하얀 목화 같다'는 의미에서 터키어로 '목화성'이란 뜻을 지닌 '파묵칼레'란 이름이 붙었다. 이 언덕 바로 위에 기원전 2세기 헬레니즘 시대로 기원이 올라가는 히에라폴리스(Hierpolis) 유적이 있다. 그야말로 '하얀 목화성 위에 건설된 도시'인 셈이다. 히에라폴리스 유적에선 서기 2세기 로마제국 전성기에 만들어진 원형극장이 사람들을 압도하는데, 코린트식 기둥 14개로 장식된 웅장한 무대가 원래 모습에 가까운 상태로 남아 있다. 수영장 형태의 야외온천 시설로 들어가면 물속 발 밑에 로마 시대의 기둥과 건물 조각들이 그대로 밟힌다. 역사의 흔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까지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수·금·일), 아시아나항공(화·목·토·일), 터키항공(매일)이 있다. 소요 시간은 11시간 20분~11시간 50분. 이스탄불을 기점으로 베르가마까지 가려면 비행기나 기차 노선이 없어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이스탄불에서 에페소스 유적이 있는 도시 셀축까지 가거나 라오디케아와 히에라폴리스 유적의 거점인 데니즐리로 가기 위해서도 역시 버스를 타야 한다. 소요 시간은 이스탄불에서 베르가마·셀축·데니즐리 모두 10시간 정도다. 셀축과 데니즐리 사이엔 기차가 다니며, 소요 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베르가마(페르가몬) 아크로폴리스 입장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입장료 25리라(1터키리라=약 321.6원). 아스클레피온 오전 8시~오후 4시45분, 20리라. 에페소스 유적 오전 8시~오후 7시, 40리라, 어린이 무료 라오디케아 유적 오전 8시~오후 5시, 10리라,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와 석회 언덕 오전 8시~오후 6시, 통합 입장권 35리라, 석회 언덕에선 신발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비닐백 등을 준비하면 좋다. 이 지역에선 패러글라이딩 체험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 에페소스 유적 근처에는 한국 음식점 에페스 빌라(Efes Villa)가 있다. 식당 뒷마당에서 직접 상추를 재배하며 김치찌개, 장어구이, 고등어백반 등의 메뉴가 있다. 파묵칼레 석회 언덕 아래쪽 입구에 있는 중국 식당 화이트 드래건(White Dragon)에서는 석회 언덕의 장관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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