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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내 가슴에 야생이 펼쳐지다

    입력 : 2017.08.11 04:00

    호랑이·말·원숭이·홍학… 명품 '로고 자리' 꿰찬 동물들

    캐릭터 아닌 '진짜 동물'
    구찌·지방시·발망 등 실제 동물 사진 활용해 대담하고 이색적 느낌

    젊은층이 특히 열광
    놈코어에 '포인트' 역할… 모피·가죽 등 거부하는 '개념 패션'과도 연결돼

    코디하기 어렵다고?
    비스트 티셔츠 아래엔 심플한 단색 팬츠를… 작은 동물 패턴 옷엔 줄무늬 매치하면 '독특'

    2001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루돌프 사슴이 그려진 스웨터를 입고 있던 변호사 마크는 단박에 고루하고 '패션 꽝'인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이었다면 마크는 센스 있게 옷 잘 입는 '패션 피플'로 여겨졌을 것이다. 최근 동물 그림은 유행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패션 브랜드들을 꿰차며 트렌디한 스타일로 대표된다. 등장하는 동물 종류도 조폭 형님들 등에서나 볼 법한 호랑이, 뱀 등 거친 야수부터 홍학, 꽃사슴 등 친근한 동물까지 다양하다. 들짐승, 날짐승 가리지 않고 다양해 일명 '비스트(beast) 패션'으로 불린다.

    구찌는 뱀, 호랑이, 벌, 나비 등 각종 동물과 곤충을 활용한 대담하고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과거 낡고 뻔한 이미지를 벗고 요즘 '핫한' 브랜드로 최고가를 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8.3% 증가했고, 전 제품 카테고리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방시는 히틀러의 경호견과 같은 종인 검은 사냥개 '로트바일러'를 실사 프린트한 티셔츠와 가방 등으로 수년째 완판 행렬을 이어 오다, 지난해부터는 화난 원숭이 두 마리를 담은 '몽키 브라더스' 시리즈를 새롭게 내놓았다. 포효하는 사자 그림 티셔츠로 인기를 끈 발망은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헤비메탈'을 테마로 사자, 표범, 뱀 등의 동물을 실사 프린트와 비즈 장식으로 표현했다. 버버리는 지난 7월 중세 영국의 고전 필사본에 등장하는 허구의 새를 비롯한 동물의 삽화에서 모티브를 받아 만든 '비스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동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가죽으로 섬세하게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물고기, 부엉이 등의 모양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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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호랑이 자수로 인기 있는 ‘구찌’ 가방. ②‘스텔라 매카트니’의 말 프린트 셔츠. 동물 애호가인 디자이너의 철학을 반영했다. ③가죽을 오려붙여 중세 삽화 속 동물을 표현한 ‘버버리’의 비스트 컬렉션. ④남녀 모두 착용 가능한 ‘발망’의 호랑이 프린트 티셔츠. ⑤‘겐조’의 두루미 그림 스웨트셔츠. / 각 브랜드 제공
    무늬만 동물 말고 '진짜' 동물 그림 인기

    1990년대만 해도 길거리 패션이나 아동복에나 등장할 법한 동물 그림이 고가 브랜드에 적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호피 무늬, 얼룩말 무늬처럼 동물 가죽 무늬가 '센 언니'의 상징처럼 몇몇 옷에 들어가는 정도였다. 특정 동물이 브랜드의 상징처럼 된 것은 '겐조'부터라 볼 수 있다. 2012년 낡은 이미지로 고군분투하던 겐조는 호랑이 얼굴을 크게 새긴 맨투맨 티셔츠로 대히트를 쳤다. 사람들이 멀리서 호랑이 그림만 봐도 겐조 옷임을 알 수 있었다. '로고 시대'가 지고 '동물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박초롱 신세계인터내셔날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요즘엔 럭셔리 브랜드들이 로고 대신 색다른 것을 찾는 젊은 층을 겨냥해 동물 패턴을 많이 쓴다"며 "특히 야생미가 물씬 나는 동물이 그려진 클러치나 티셔츠는 평범한 놈코어 패션('normal'과 'hardcore'의 합성어,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에 개성을 더하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페미니즘, 생명 존중 등 패션에도 신념이나 메시지를 담는 '개념 패션'이 유행하면서 동물 애호가들의 자연주의 패션이 인기로 떠오른 것도 한몫했다. 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가죽이나 모피 등 동물성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동물 사랑을 전파하려고 매 시즌 다양한 동물 그림을 프린트한 옷 스타일을 선보이는데, 말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비스트 패션이 유행하는 데는 팍팍한 도심을 떠나 미지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송은영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동물을 단순화해 캐릭터화하는 아동복과 달리 성인복의 경우 실제 동물이 살아있는 것처럼 사실성을 강조한다"며 "변화가 빠른 디지털 시대에서 피로를 느낀 성인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잠시나마 힐링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잠시나마 아날로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복고풍 패션이 유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동물의 왕' 호랑이, 핑크빛 홍학 인기

    최근 패션업계에서 뜨는 동물은 뭘까? 단연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다. 겐조·구찌·발망 등 다수의 브랜드에서 야생 기운이 펄펄 넘치는 호랑이 그림을 찾아볼 수 있다. 올여름에 새롭게 히트 친 동물은 홍학이다. 연분홍 또는 핫핑크의 홍학은 그동안 하이패션에서 종종 모습을 나타냈는데 올여름 옷부터 시작해 가방, 스마트폰 케이스, 튜브까지 나올 정도로 패션업계에서 두루 인기다. 홍학은 평화를 상징하고 장수의 아이콘으로 알려져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떠오르고 있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매년 봄·여름 컬렉션이 나올 때면 꽃무늬 아니면 트로피컬 무늬였는데 홍학, 상어, 원숭이 등 여름옷 색감과 잘 어울리는 동물이 대거 등장하면서 색다르면서 개성 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옷 전체에 큼직하게 동물 그림이 들어가거나 작은 동물 그림이 반복되는 패턴의 비스트 패션. 유치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믹스 매치가 중요하다. 파자마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위아래 같은 패턴을 입는 것은 삼갈 것. 상의에 동물 그림이 들어갔다면 하의는 단색의 옷을 입어야 세련돼 보인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비스트 패션을 좀 더 멋스럽게 연출하고 싶다면 전혀 다른 모양의 패턴과 매치하는 것이 팁"이라며 "예를 들어 작은 고양이 패턴 치마라면 위에 줄무늬 패턴의 블라우스와 매치하라"고 했다.

    [friday] "불금? 이젠 잠자는 금요일"… 직장인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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