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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요즘도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잖아요, 가방은 20~30년 내에 사라질 것"

    입력 : 2017.08.11 04:00

    프랑스 가방 브랜드 '모이나' 나이르 크리에이티브 티렉터

    "아마 앞으로 20~30년이면 가방이란 게 사라질 겁니다."

    프랑스 고급 가방 브랜드 모이나(Moyna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메쉬 나이르(52·사진)는 조심스레 '가방의 종말'을 점쳤다. 최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모이나 전시회 참석차 한국에 와서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그때가 되면 난 뭘 해야 할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라메쉬 나이르
    오종찬 기자
    그는 "소지품의 가짓수가 줄어들고 크기도 작아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미 신용카드 결제를 비롯해 어지간한 일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시대가 됐고, 그 스마트폰은 점점 작고 내밀한(intimate) 기기가 되어간다는 얘기다. 의상 디자인을 하다 가방으로 종목을 바꾼 그는 "가방 디자인은 의상보다 논리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가방은 뭔가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중력이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집 짓기를 생각해 보세요. 지붕이 땅에 붙은 집을 상상하기 어렵듯 바닥으로 열리는 가방도 논리적으로 나오기 어렵죠."

    나이르 디렉터는 인도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그는 미국 FIT(뉴욕패션기술대)를 졸업하고 에르메스, 크리스천 라크르와 등 브랜드에서 일했다. "패션계에 입문할 때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죽 적었는데, 그중 최고의 디자이너 세 명과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고 했다. 전설적인 디자이너 마르틴 마르지엘라, 요지 야마모토, 장 폴 고티에가 그들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로는 마르지엘라를 꼽았다. "콘셉트를 짜고 디자인에 반영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모이나는 1849년 프랑스 파리에서 트렁크 공방으로 출발했다. 한때 최고의 제조사로 이름을 떨쳤으나 값비싼 트렁크를 잔뜩 챙기는 여행 문화가 사라지면서 브랜드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그가 합류할 무렵엔 "이름만 남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에게 모이나를 맡긴 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 회장이었다. 흔히 LVMH가 모이나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이르 디렉터는 "LVMH가 아니라 아르노 회장이 개인 돈으로 인수한 것"이라며 "원하는 일은 뭐든 해도 좋으니 '나를 깜짝 놀라게 해 보라'고 하더라"고 했다.

    부활을 위해 전통과 기술에 주목했다. 브랜드의 전통을 재해석해 디자인에 반영하고, 정교한 제작 기술을 여기에 적용하는 것이다. 색색의 가죽 조각을 이음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퍼즐처럼 이어 붙이는 마케트리(marquetry·쪽매붙임) 기법이 모이나의 장기다. 나이르 디렉터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실험도 적극적으로 한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불에 그을린 색감을 내기 위해 값비싼 악어가죽을 바비큐 그릴에 굽는 장면이었다. 그는 "안정을 추구하지 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렇게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대규모 명품 회사와 모이나의 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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