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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NYT·넷플릭스가 반한 손맛

미국 넷플릭스가 만든 음식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즌 3에 출연한 스님… 세계 각지의 미식가들로부터 '이 스님을 아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해외에서 한국 음식의 대표가 된 스타 스님… 서울 한식체험관에서 진행된 '여름 사찰 음식 만들기' 강의에 앞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입력 : 2017.08.11 04:00

    세계 요리계의 스타 스님
    2015년 뉴욕타임스
    "세계서 가장 진귀한 요리 뉴욕이나 덴마크 아닌 천진암서 맛 볼 수 있어"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스타 셰프 나오는 다큐서 셰프 아닌데도 가장 화제 "음식 철학 수준이 다르다"
    내 음식은 '禪味'
    道 닦아 마음이 열리듯 마음으로 맛이 느껴져 서양인도 그 맛에 반한 것

    '정콴(Jeong Kwan)이란 스님 알아? 사찰 음식 마스터(master)이던데. 꼭 만나보고 싶어.'

    몇 년 전부터 연락하고 지내는 오스트리아의 한 일간지 음식 담당 기자로부터 지난 3월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정콴? 알고 보니 전남 장성에 있는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正寬·61) 스님이었다. 음식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대가(大家)로 인정받아 왔지만, 대중적으로 이름나지는 않았다. TV에 자주 출연하지 않는 데다 요리책을 쓴 적도 없고 사찰 음식점을 연 적도 없다.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스님을 지구 반대편 유럽에 사는 기자가 아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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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식체험관에서 만난 정관 스님이 죽순 냉채를 들고 활짝 웃었다. 동자승처럼 천진한 웃음이 담백한 음식과 묘하게 닮았다.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얼마 전 넷플릭스(Netflix·미국의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회사)가 만든 음식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시즌 3에 이 스님이 출연했어. 음식도 음식이지만 요리에 대한 철학이 그동안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한 요리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던데."

    '셰프의 테이블'은 음식 전문 다큐 감독 데이비드 겔브가 총괄 제작·연출했다. 정관 스님을 비롯, 전 세계 유명 셰프 6명이 각각의 에피소드에 출연해 자신의 요리와 요리 철학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올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정관 스님도 영화제 측의 초청으로 지난 2월 베를린에 다녀왔다.

    이후로도 미국과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세계 각지의 미식가들 그리고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로부터 '정관 스님을 아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스스로 원했건 원치 않았건 '정콴'은 해외에서 한국 음식의 대표가 됐다. 최근 서울 청계천에 있는 한식체험관에서 한식재단이 마련한 '여름 사찰 음식 만들기' 강의에 앞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집트, 포르투갈에서도 찾아오는 '스타 스님'

    ―전 세계에서 '스타 스님'이 됐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중노릇 거의 50년 하면서 마음의 변동은 없다. 사찰 음식 배우러 오는 외국인이 크게 늘긴 했다. 이전에는 1년에 100명 가까이 왔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10명 이상 찾아온다. 멀리 이집트·포르투갈 등 세계 구석구석에서 온다. 유명한 분들도 많이 온다는데, 누군지 나는 전혀 모른다. 요리사들, 그리고 요리사 수준으로 음식을 잘 알고 관심 있는 이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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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스님의 사찰음식./넷플릭스

    ―스님이 하는 천진암 사찰 음식 체험은 뭔가 다를 것 같다.

    "백양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된다. 토요일 백양사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암자(천진암)에 오면 그냥 텃밭에 데려간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 뜯어오라'고 한다. 그럼 이건 언제 먹을 수 있고, 어떻게 먹는지 알려준다. 그들이 뜯어온 재료를 보고 요리할 음식을 정한다. '당신은 이걸 해라, 나는 이걸 하겠다'는 식으로 요리 파트를 나눠 맡긴다. 함께 만들어 먹은 뒤 '음식 명상'을 한다."

    ―음식 명상이라니?

    "'내가 먹은 음식이 어디를 통과하고 있는지 느껴보라'고 한다. 대개 먹으면 '아, 배불러' '맛있어' '맛없어' 정도로 끝이다. 음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천진암에서는 왜 음식이 맛없는지 아니면 맛있는지, 몸의 어디로 기운이 가는지, 어디까지 음식의 에너지가 내 몸에 통하는지, 음식을 먹고 내 몸은 어떻게 되는지, 몸과 정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바라보라고 한다."

    ―색다른 경험이겠다.

    "이전까지 음식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고들 한다. 그러면서 삶의 의지도 생기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희망도 생긴다고 한다.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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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 스님이 데이비드 겔브 감독과 함께 넷플릭스 음식 다큐 ‘셰프의 테이블’을 촬영하는 모습. /넷플릭스

    美 유명 셰프, 감독이 반한 맛

    정관 스님이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한 계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명 요리사 에릭 리퍼트가 세계 각국 요리를 소개하는 TV 프로 촬영차 방한했다. 불교 신자로 사찰 요리에 관심 있던 리퍼트가 천진암을 찾았고, 크게 감동해 정관 스님을 뉴욕으로 초청했다. 마침 리퍼트가 마련한 식사에 초대된 뉴욕타임스 음식 담당기자 제프 고디너가 스님의 음식을 먹자마자 "한국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는 2015년 천진암에 4박5일 머물다 돌아가 기사를 썼다. 기사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요리를 먹으려면 뉴욕이나 덴마크가 아니라 천진암으로 가라"고 극찬했다. 이 기사를 읽은 데이비드 겔브가 다음 해 5월 천진암에 와 다큐를 찍었다.

    ―촬영 제의가 왔을 때 어땠나?

    "처음엔 안 찍는다고 했다. '나는 수행자이지 셰프는 아니다'고 했다. 그래도 계속 찍자기에 '내가 하잔 대로 할래?' 그랬더니 그러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런 신(scene)을 찍으면 좋겠다' '이런 모양으로 가면 좋겠다' 다 내가 정했다. 내가 끌려가야 힘들지, 주도하는데 뭐 힘들 게 있나. 신났다."

    ―수행자로서 방문객이나 다큐 촬영 등이 꺼려지진 않나?

    "사찰 음식을 알리고 가르치는 일이 이제는 나의 소명이요, 의무이다. 나의 수행이 됐다. 사찰 음식을 통해 불교를 알린다. 귀찮거나 싫지 않다. 피곤하거나 힘들지도 않다. 한 사람도 놓치고 싶지 않다."

    마음이 식재료와 춤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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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원했건 원치 않았건 정관스님은 해외에서 한국 음식의 대표가 됐다.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스님에게 음식은 왜 중요한가?

    "참선하는 사람은 예민하다. 몸이 편해야 집중할 수 있다. 속이 불편하면 몸이 뒤틀린다. 음식은 정신과 육체를 합일시킨다. 불교 계율의 3분의 1이 탐식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수행의 70%는 음식이다."

    ―서양 사람들이 왜 스님 음식을 좋아할까?

    "선미(禪味)다. 입으로 느끼는 오미(五味)를 넘어선, 마음으로 느끼는 맛이다. 참선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길(道)이 보인다. 도를 닦아 나는 그 맛이나, 내 음식을 먹고 몸이 열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선(禪)의 맛이다. 서양인들이 이심전심 그걸 느낀 것이다."

    ―다큐를 보니 "요리는 경쟁이 아니다. 견주는 마음이 없으면 창의력이 열린다. 샘물에서 물이 솟듯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지배당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최고라고 내 것만 고집하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아집이 있으면 안 된다. 몸과 마음이 열려 있어야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다. 마음이 열려 있을 때 식재료와 하나가 된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돼야 한다. 순간순간 바뀌는 에너지에 따라서 음식을 달리할 수 있다. 마음이 식재료와 함께 춤추고 소리 질러야 한다. 그래야만 음식이 내 몸을 이롭게 하는 약이 되고, 정신적 치유가 되고, 육신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다."

    다큐멘터리는 정관 스님이 토종 한국식 발음으로 "생큐 베리 머치"라고 말하고는 수줍게 웃는 모습으로 끝난다. 스님은 "촬영하면서 한 번도 영어를 안 했는데 맨 마지막에 그냥 그 말이 나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어떠한 구속이나 아집도 없는 어린아이 같은 웃음이었다.

    정관 스님

    1956년 경북 영주 출생. 1975년 사미니계, 1981년 구족계를 받았다. 대구 홍련암·전남 영암 망월사·강원도 삼척 신흥사 주지를 거쳐 현재 백양사 천진암 주지를 맡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 교재 편찬위원, 풋내 사찰음식연구소 소장,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회 부회장을 지냈다.

    무더위 날리는 된장 얼큰 수제비

    된장 얼큰 수제비

    하안거 중 스님들은 더위를 이기려고 수제비 천렵(川獵)을 한다. 계곡에서 솥을 걸어놓고 하지감자와 표고버섯·애호박·풋고추를 듬뿍 넣은 된장 얼큰 수제비를 끓여 먹는다. 정관 스님이 여름에 즐겨 먹는 고향 경북 영주식 수제비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재료: 밀가루 4컵, 콩가루 1컵, 감자 2개, 애호박 1/2개, 홍·청고추 2개씩, 불린 표고버섯 3개, 들기름 1큰술, 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참깨 1큰술, 소금 약간

    1 밀가루와 콩가루, 들기름에 물을 더해 약간 무르게 반죽한다. 물 양은 적당히 가감한다. 면보에 싸서 숙성시킨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불린 표고버섯을 2등분 해 넣고 센 불에 올린다.

    3 물이 팔팔 끓으면 감자를 2등분 해 넣는다.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체에 걸러 넣고 적당한 농도가 되도록 끓인다.

    4 수제비 반죽을 얇고 납작하게 뜯어 넣는다. 수제비가 위로 올라오면 소금으로 간한다. 그릇에 담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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