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실 교수, 저작집 전통연희 시리즈 발간

  •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입력 : 2017.07.19 17:52

    봉래산(蓬萊山)을 닮은 공연문화의 거대한 산대(山臺)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사진실 교수의 저작집 전통연희 시리즈 총 9권(태학사)이 출시됐다.

    사진실 교수는 그 이름처럼 진실로 아름답고도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학자였다. '전통은 케케묵은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보물창고'라고 늘 역설해왔던 사진실 교수는 한국 고전을 바탕으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는 새로운 인문학을 정립시키고자 노력했고, 전통 연희에 근간을 둔 혁신적인 예술·공연들이 창조되기를 꿈꾸었다.

    그 간절한 바람처럼 사진실 교수가 씨를 뿌린 전통 연희연구 방법론은 후학들에 의해 새로운 인문학의 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실 교수가 오래된 문헌을 탐험하며 찾아낸 보물창고는 연극 '이(爾)'로 다시 영화 '왕의 남자'로 이어졌다. 그토록 복원하길 염원하던 산대(山臺)는 2017년 국립국악원의 '산대희(山臺戱), 만화방창(萬化方暢)' 공연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진실 교수의 저작집 전통연희 시리즈 발간을 공연문화학계나 공연예술계에서 목마르게 기다려 온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공자는 50세에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다'(知天命)고 했다. 사진실 교수가 명운(命運)을 달리한 것은, 바로 그런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선 직후였다. 정년을 채운 교수들이 평생의 업적을 두세 권으로 간행하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그 '지천명'의 업적이 9권이나 되는 저작집으로 발간된 것은 학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란 평가를 받는다. 공연문화의 지속과 변화를 밝힌 저서들과 전통연희에 대한 치밀한 연구 논문, 또 그것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현하고 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각종 평론과 아이디어로 이미 50세 이전에 확고하게 자신의 학문적 천명을 제시하고 실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전통연희 시리즈 총 9권 중, 제1권 <한국연극사 연구>는 조선시대의 화극(話劇)을 다룬 석사논문과 조선시대 서울지역의 연극을 다룬 박사논문을 핵심 내용으로 하여, 우리의 연극을 통시적으로 조망한 책이다. 제2권 <공연문화의 전통 樂ㆍ戱ㆍ劇>은 악(樂)ㆍ희(戱)ㆍ극(劇)의 갈래 구분을 통해 한국의 연극사를 혁신적 방법론으로 분석ㆍ체계화한 것으로, 사진실 교수의 대표 저서이다. 제1권과 제2권은 생전에 간행된 것을 다시 다듬어 간행했다.

    제3권 <조선시대 공연공간과 공간미학>은 전통연희가 연행되는 공간과 그러한 공간을 통해 표출되는 미학의 성격을 중점적으로 해명한 책이며, 제4권 <전통연희의 전승과 성장>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전통연희가 어떻게 전승되어 왔고 성장해 갔는가를 통시적으로 조망한 책이다. 제5권 <전통연희의 전승과 근대극>은 조선후기와 근대에 초점을 두고 전통연희가 지속되고 변용되는 측면을 고찰한 책이며, 제6권 <봉래산 솟았으니 해와 달이 한가롭네-왕실의 연희축제->는 왕실에서 행해진 전통연희를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양서 성격의 책이다.

    제7권 <융합형 공연제작실습 교육을 위한 전통연희 매뉴얼>은 예술현장에서 전통연희와 관련된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책이고, 제8권 <융합형 교육을 위한 공연문화유산답사 매뉴얼>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전통연희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마지막 제9권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꿈꾸다>는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공길, 장생, 박남, 달문, 심용, 추월, 무숙, 박춘재와 연산군, 세조 등 광대와 왕의 이야기, 궁궐공연, 산대놀이, 선유놀음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나아가 궁궐 공연 복원과 창작으로서의 왕의 남자, 연경당과 왕실축제의 복원, 인문학과 공연, <한양낭군 길들이기> 저자의 창작물과 공연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최원오 광주교육대 교수는 "사진실 교수는 묵직한 학문적 업적과 창조적 결과물들을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만들어 냈지만, 자신의 천부적 재능과 꿈꾸던 원대한 일들을 채 절반도 다하거나 이루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면서 "전통 연희 연구자를 비롯한 인문학자, 공연예술가들, 그리고 창작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저작집을 자신 있게 세상에 내 놓는다. 사진실 교수가 꿈꾸던 것들을 누군가 아름답게 이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사진실 교수는 봉래산(蓬萊山)을 닮은 공연문화의 거대한 산대(山臺)를 지어, 그 위에 공연예술사의 뿌리 깊은 나무를 심고, 전통연희 재창조라는 눈부신 꽃을 기기묘묘하게 피워냈다. 사교수의 학문적 천명을 오롯이 담아낸 저작집 전통연희 시리즈가, 공연문화를 연구하는 후학들과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꿈꾸는 예술인들에게 이번에는 얼마나 새롭고 넓으며 환한 길을 열어줄지 그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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