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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바퀴가 괴성을 지른다

길이 아닌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길 밖의 길, 길에서 이탈하는 순간 길이 하나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프로드(off road).
도로 밖으로 열린 미지의 길이 '문콕'과 잔 기스에도 벌렁거리던 작은 심장에 펌프질을 한다. 사나이 순정이 액셀을 때려 밟는다.

    입력 : 2017.07.14 04:00

    OFF ROAD
    60도 언덕도 단숨에… 길 아닌 곳 찾아 달린다

    길이 길게 뻗어 있다. 그 길이를 더듬다 보면 걷거나 달려온 시간이 길 위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곤 한다. 길은 속력을 길들이며 얌전히 늙어가고, 그 길을 참을 수 없는 발바닥은 이따금 길길이 날뛴다. 길이 아닌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길 밖의 길, 길에서 이탈하는 순간 길이 하나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프로드(off road).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오픈로드(open road)라고 알려져 있다. 도로 밖으로 열린 미지의 길이 '문콕'과 잔 기스에도 벌렁거리던 작은 심장에 펌프질을 한다. 사나이 순정이 액셀을 때려 밟는다. 길을 길들이러 나서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길일(吉日)을 의미하며 쏟아져 내리는 공중의 저 투명한 길.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이는 곳을 차가 오른다. 바퀴가 굴러간다. 바위를 타넘는다. 빗방울이 떨어져도 문제없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이는 곳을 차가 오른다. 바퀴가 굴러간다. 바위를 타넘는다. 빗방울이 떨어져도 문제없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높이만 1m쯤 되는 화강암 덩어리가 위험한 자세로 흩어져 있다. 당연히 저기는 차가 갈 곳이 못 된다. 지난 7일 찾은 인천의 한 나대지. 며칠 내린 비로 곤죽이 된 진흙탕과 웅덩이를 지나 차를 몰던 한국락크롤러협회 박병훈(57) 이사가 "저기로 가자"고 한다. 10여개의 거대한 암석은 차체를 망가뜨리려는 의지로 충만해 보인다. 그 위를 오를 것이다. 오프로드의 오프로드, 록 크롤링(rock crawling·바위 오르기)이 시작되는 순간. 21일부터 강원도 인제 '바퀴 축제'에서 선보일 락크롤링 퍼포먼스를 미리 살펴본 셈이다.

    아무리 튼튼한 고급 차라도 무턱대고 몰았다간 폐차되기 십상. 박 이사가 길의 폭과 바위의 높낮이, 경사를 꼼꼼히 살피며 경로를 짠다. 한국자동차튜너협회 박석순(38) 전무가 운전대를 잡고 무전기로 의사소통을 한다. 바위를 밟자마자 차체 각도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기어는 묵직한 1단. 액셀을 밟을 때마다 '우지끈'을 넘어서는 '콰지직' 소리가 요동친다. 박 전무가 대수롭지 않게 "긁히는 거 신경 쓰면 오프로드 못 탄다" 한다. 매년 수리비로 400만원 정도는 들어간다 한다.

    창문을 열고 핸들을 신중히 돌리면서 빗면의 각도를 타이어로 찬찬히 더듬는다. 바위가 높아지고, 차량이 그걸 타넘을 때마다 안전벨트를 맸는데도 몸이 쿵쿵 위아래로 들썩인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 돌과 모래가 부딪치면서 불티 튀는 소리를 낸다. 험난한 지형을 돌파하려면 높은 차체와 큰 타이어가 필수. 차량 밑바닥을 강철로 감싸는 언더커버(under cover)나 돌을 타고 미끄러질 수 있도록 한 록 슬라이드(rock slide) 장치 등 '튜닝'을 하지 않으면 오프로드 주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튜닝 차량이 도로로 나오는 순간 단속 대상이 되므로 공도(公道)에선 트럭이나 트레일러로 오프로드 차량을 싣고 가 목적지(길 밖)에 도착하면 바꿔 타는 식으로 운전해야 한다. 오프로더는 오프로드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한참을 바위 위에서 널을 뛰던 차량이 '털콱' 대략 이런 소리를 낸다. 복부가 바위에 낀 것이다. 바퀴가 바위를 다급히 밀어내기 시작한다. 박력의 마찰이 흰 연기를 피워낸다. 한참을 돌던 뒷바퀴가 공회전하기 시작한다. 본의 아닌 조난 상황이 되면서 20여 분을 싸운다. 역부족. 이제 윈치(winch·권양기)를 사용해 빼내야 한다. 차 앞에 도르래로 말려 있던 케이블을 풀어 다른 차량에 연결한 뒤 견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 3명 이상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 "코스 하나 탈출하는 데 1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한다. 불안하게 빗방울이 거세진다. 바위 맛은 실컷 봤으니 이제 흙으로 갈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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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웅덩이를 만나도 감속하지 않는다. 쾌감이 물보라처럼 전신에 퍼진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무게만 2t이 넘는 차가 60도 가까이 되는 급경사를 확 치고 올라간다. 일명 '언덕치기'. 가끔 경사면이 움푹 패어 있을 때 움푹 파인 곳의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가는 '사면 타기' 기술을 쓰기도 한다. 구정물이 튀면서 비로소 차량의 흰 몸이 오프로드의 색깔을 띠기 시작한다. 거의 유리창만 남기고 물에 잠기는 웅덩이를 통과해 몸을 싹 씻은 뒤, 진흙탕 구간 앞에서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는 쾌감. 까맣게 부서졌다가 차창과 지붕 위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흙더미. 차 안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한참을 덜컹이며 달아오른 몸을 식힐 겸 캠핑하는 기분으로 잠깐 차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쐰다. 박 이사가 "캠핑 인구 증가로 동호인이 50만명 규모로 커지고 인기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탈 곳이 부족한 데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등의 안 좋은 인식이 많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다녀간 티를 내지 않는다'가 오프로더의 제1원칙. 인식 개선을 위해 주기적으로 쓰레기 수거 투어를 다니거나 지체장애인을 위한 여행 봉사활동을 하는 오프로더도 늘고 있다. 여성 동호인도 증가 추세. "한번 빠지면 남자보다 훨씬 대범한 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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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로드 바이크 앞바퀴를 든 채 주행하는 ‘휠리’ 기술.

    더욱 대범해지기 위해 이륜(二輪)으로 간다. '오프로드 바이크'다. 9일 역시 비가 내렸고, 비가 오면 달려도 먼지가 일지 않는 법. 그러니 이날 경기 여주의 한 하천 주변 공터에서 바이크가 뿜어내는 굉음이 울려 퍼진 것은 자연의 이치라 할 수 있다. 국내 유명 바이크 마니아 김진철(38)씨는 "나이 관계없이 자연과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라며 "최근 2~3년 전부터 활성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프로드 바이크는 신체가 차체 밖으로 노출되기에 자세가 훨씬 중요해진다. 4륜차와 확연히 다른 점은 선 채로 타야 할 때가 많다는 점. 안짱다리 상태로 서서 두 발과 양손만 바이크에 닿아 있어야 몸이 쿵쿵 튀어 제어 불가 상황이 되는 '벗 스티어(butt steer)'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일어선 채 주행하는 이른바 '공격 자세'는 눈앞에 펼쳐진 어떤 지형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웃자란 잡초와 물웅덩이 앞에서 주저하던 마음이 무모해진다. 부왕, 내장을 뒤흔드는 음향효과가 이 무모함에 기름을 끼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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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흙탕을 가르는 4륜 오토바이 ATV. ATV(All Terrain Vehicle)는 ‘어느 곳이든 가는 차량’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점프. 인간이 땅에서 분연히 떨쳐 오를 때의 찰나를 엔진이 돕는다. 야트막한 흙더미를 타고 마구 날아다니던 한 남성이 헬멧을 벗는다. 앳된 얼굴. 강우빈(16)군의 나이를 알고 다시 한 번 놀란다. 강군이 "처음엔 무서웠는데 자유자재로 움직이다 보니 신난다"며 씩 웃는다. 가벼우니 묘기도 다채롭다. 앞바퀴를 든 채 달리는 '휠리(wheelies)'는 쓰러진 나무 등의 장애물을 넘어가는 최상의 방법. 속도를 내다가 2단 기어로 변속하고 점차 가속하면서 클러치를 재빨리 당겨 엔진 회전속도를 올린 뒤 핸들을 뒤로 끌어당겨 바퀴를 띄운다. 반대로 뒷바퀴를 드는 건 잭나이프(jack knife). 강군의 오스트리아제(製) 바이크가 괴성을 지르며 또 날아간다.

    달리고 맘대로 넘어지고 또 시작하는 것. 그것을 자유라 부른다면, 오프로드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유가 무법(無法)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도한 배기음은 쿨한 것이 아니며, 필요 이상으로 바퀴를 굴려대 땅을 훼손해선 안 된다. 자유는 힘든 것이다.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줄 것 같지만, 체력 소모 역시 굉장하다. 두꺼운 보호복에 헬멧과 고글까지 착용하다 보니 비가 그친 지 한참인데 몸에 호우가 내린다. 온몸이 펄로 덮인 우경선(32)씨는 아예 옷을 쥐어짜며 땀을 말린다. "한번 타고 나면 체중이 500g에서 1㎏ 가까이 준다"고 한다.

    간만에 달리니 몸이 가볍다. 이제 일반 승용차로 갈아타고 집에 갈 시간. 어떤 의미에서 진짜 오프로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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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포츠 체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기카 / 신화레저

    동호회
    인터넷 카페를 통한 친목 도모가 활성화돼 있어 정보 접근이 쉬운 편. 거의 매주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이 있으니 함께하기 좋다. 갤럽이노:오래됐다고 낡은 것이 아니다. 단종된 국산 오프로드자동차 갤로퍼를 타고 오프로드를 누비는 국내 최대 갤로퍼 동호회. cafe.daum.net/dongdou 오투클럽:자연 친화적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동호회. 쓰레기 수거 투어, 튜닝하지 않은 순정 차량의 투어도 진행된다.

    cafe.naver.com/motoroutdoor 한국락크롤러협회:오프로드 중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락크롤링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032)429-0626

    복장
    재미가 안전에 우선할 수 없다. 오프로드, 특히 바이크는 반드시 보호 장구가 필요하다. 덥더라도 저지(상의)와 팬츠, 라이딩 부츠, 보호대로 무장을 해야 하고, 헬멧과 고글, 장갑 역시 필수다.

    바이크 기술
    휠리(wheelie) 앞바퀴를 들어 올린 채 주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바이크 기술. 앞바퀴를 들어 올려 거의 수직에 가까워진 상태를 ‘밸런스 휠리’라고 한다. 감속을 위해 체중을 앞으로 이동해 앞바퀴만 땅에 붙인 채 주행하는 ‘노즈 휠리(nose wheelie)’ 기술도 있다.버니홉(bunny hop) ‘휠리’ 상태에서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 뒷바퀴를 지면에서 들어 올리면서 바이크의 두 바퀴 모두 순간적으로 공중에 띄우는 고난도 기술. 불도깅(bulldogging) 너무도 가파른 경사를 만났을 때, 이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시동을 끄고, 바이크를 끌고 걸어 내려가는 것이다. ‘불도깅’ 은 카우보이가 황소의 뿔 주위를 잡은 뒤 잡아당겨 쓰러뜨리는 것을 일컫는 로데오 용어다.

    대회 및 행사
    인제 바퀴 축제 21~23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정중앙휴게소 일원에서 개최된다. 오프로드 대회는 23일, 락크롤링 퍼포먼스는 21일부터 열린다. (033)460-8916

    KMF 2017 미타스타이어배 엔듀로 챔피언십 9월 2~3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 이글밸리스키리조트. 참가비 8만원. (02)591-0088

    오프로드어드벤처 전국대회 10월 21일 예정. 장소 미정. 참가비 12만원. (031)338-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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