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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마눌님이 무서워… 앉아서 싸는 중년 초식남

    입력 : 2017.07.14 04:00

    마눌님이 무서워… 앉아서 싸는 중년 초식남
    Getty Image 이매진스
    "내가 개(犬)야? 왜 털을 밀어야 해?"

    이진형(54·가명)씨는 발끈했다. 아내와 딸은 "화장실 바닥에 털이 많이 떨어진다. 강아지가 털갈이하는 것 같다"며 제모를 요구했다. 다리털과 가슴털이 북슬북슬 난 이씨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 거울 앞에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면 체모가 우수수 떨어졌다. 8년 전 딸은 이 정체불명 검은 물체를 보고서 "악! 벌레!"라며 소란을 피운 적이 있다. 그날 이후 이씨는 샤워가 끝나면 꼬박꼬박 화장실 바닥을 치웠다. 하지만 불시에 떨어진 모든 털을 다 치울 순 없었다. 아내와 딸은 합심해 "요즘 브라질리언 왁싱이 유행한다더라"며 털을 밀라고 했다. 이씨가 거부하자 딸은 "제모하기 전까진 아빠랑 말 안 한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남자 몸에 털 한 가닥 없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수세에 몰릴 대로 몰려 진지하게 제모를 고민 중입니다."

    '초식남'은 풀 뜯어 먹으며 온순하게 사는 '초식동물'에 남성을 빗댄 표현이다. '순하다' '착하다'는 표현은 한편으론 위축된 남성성을 사회적으로 위장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작년 한국 남성을 소재로 한 웹툰을 연재하다가 일부 극단적 여성 네티즌의 인신공격으로 활동을 중단한 일본인 여성 블로거 고마쓰 사야캬씨는 최근 발간한 저서 '악플 후기'에서 한국 남성을 '사회적 고아'로 표현한다. 그는 "한국에서 여성의 괴로움은 문제가 되는데 남성은 그렇지 않다. 경청해주지도 않는다"면서 이런 경향이 일본의 초식남 현상처럼 남성들의 자존감 약화를 불러 결국 여성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 진단한다.

    30대 기혼 남성 신선호(가명)씨는 공중화장실 소변기에서 볼일을 보지 못한다. 3년 전 결혼한 그는 "변기에 소변이 묻어 짜증나니 앉아서 오줌을 싸라"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신혼 때부터 줄곧 앉은 자세로 소변을 봤다. 부인은 이따금 벌컥 문을 열어 '앉아 싸' 인지 '서서 싸'인지 확인하기도 했다. 소변을 본 후 양변기를 깨끗이 닦아도 봤지만, 아내는 "서서 쌀 때 생기는 악취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아들도 크면 앉아서 소변을 보도록 하자'고 말할 때 내적 갈등에 시달린다"고 했다.

    "소주보다 생리대를 더 자주 사러 간다"는 40대 김성태(가명)씨는 시판되는 생리대 종류를 줄줄 꿴다. "생리 중이라 움직이기 어려우니 생리대를 사다달라"는 딸과 아내의 부탁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계산대 앞에 설 때마다, 특히 딸 또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계산해줄 때마다 창피함을 느낀다. "딸에게 담배 심부름 시키지 않듯, 제게 생리대 심부름도 안 시켰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부탁 들어주지 않으면 대화조차 끼지 못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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