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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고이즈미 스타일' 일본 꽃중년 vs 가방 들어주는 한국 매너남

    입력 : 2017.07.14 04: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김미리 오누키
    아스팔트를 뚫을 기세로 장대비 쏟아지는 날 광화문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피자 시키시면 늦게 '나오시는데' 괜찮으신가요?" 나긋나긋한 말투의 꽃미남 종업원이 웃는 낯으로 사물 존칭까지 써가며 주문을 받습니다. "네, 늦게 '나오셔도' 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게다가 친절한 꽃미남의 웃음입니다. 한마디 하고 싶던 마음이 절로 무장해제됩니다.

    2000년대 초 일본 여행 갔다가 화장한 남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여자들처럼 눈썹 그린 남자들도 신기했고, 남성용 눈썹 틀, 파운데이션 파는 것도 문화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에서 화장하는 남자가 많네요. 눈썹 문신한 20대 후배 보고 신기하다 싶었는데 웬걸 50대 선배는 진작에 BB크림 바르고 다녔다네요.

    한국에선 30대를 기준으로 딴판이에요. 40대 이상 아저씨들 보면 일본 아저씨들하고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한국 남자 정치인 보면 '저 사람 일본 정치인 누구랑 비슷하네' 싶을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30대 이하, 80년대생 이하 한국 남자들은 키 크고 스타일이 정말 좋아요. 그 세대 일본 젊은이들과는 확연히 구분돼요. 일본 남자들보다 평균 4㎝ 크다더라고요. 가끔 일본으로 출장 가면 깜짝 놀라요. 일본 남자들이 이렇게 작았나 싶어서요. 하하.

    신기하네요. 전 되레 두 나라 젊은 남자들은 비슷한데 아저씨들 패션이 확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일본엔 스타일 좋고 매너 있는 아저씨 비율이 좀 더 많아 보였거든요. 요즘 한국에서도 '아재 파탈'(외모 신경 쓰는 중년)이 는다지만.

    일본에서 '꽃 중년 패션'에 결정적으로 영향 미친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고이즈미 전 총리였어요. 2005년 여름 고이즈미 총리가 에너지 절약하자면서 '노타이에 양복 윗도리를 벗자'는 '쿨 비즈(Cool Biz)' 정책을 들고 왔어요. 총리가 넥타이 안 매고 흰 셔츠만 입고 등장했는데 군살 없는 슬림한 몸매 덕에 여성 팬들이 급증했어요. 정적(政敵)들이 뭘 입어야 할지 우왕좌왕할 때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거죠. 그래도 한국처럼 눈썹 문신하고, 쌍꺼풀 하는 정치인은 없어요. 아마 일본에서 그랬다간 표 떨어질걸요(웃음).

    '초식남'의 원조는 일본이잖아요. 예전에 오사카에서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인터뷰했을 때였어요. 한창 심오한 건축 철학을 얘기하다 안도씨가 불평했어요. '요즘 일본 남자 애들 해이하고, 비실비실해서 큰일이다. 한국 남자들처럼 군대에 보내야 한다'면서 혀 끌끌 찼지요. 일본에서도 '강한 남자'를 둘러싼 세대 갈등이 크구나 싶었어요.

    매우! 사무라이 문화 때문에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세대가 많아요. 그들 눈엔 부드럽고 여성적인 신세대 남자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거지요. 한국에선요?

    제 친구는 중학생 아들이 벌써 화장해서 골치라네요. 못 말릴 바에야 차라리 피부 안 상하는 좋은 화장품 사줘야 하느냐, 푸념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초식남 될까 걱정하고.

    저도 아들이 커서 연애에 관심 없을까 봐 걱정이에요.

    살아보니 한국 남자들이 일본 남자들하고 뭐가 다르던가요.

    잘 도와준다! 지하철에서 여자가 낑낑거리고 무거운 가방을 나를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죠. 저보다 힘없을 것 같은 할아버님까지 소매 걷어붙이고 도와주세요. 일본에선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문제는 집 밖에서만 친절하단 사실!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40대 워킹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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