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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초록 물결이 일렁이자… 미술관은 숲이 되었다

    입력 : 2017.07.14 04:0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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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청동길을 지나던 사람들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아온 관람객들이 하나둘씩 ‘원심림’으로 모여들었다. 공사장에서 쓰는 플라스틱 그물은 모터의 회전 속도나 바람에 따라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며 색다른 풍경을 빚어낸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삼청동길 초입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안마당이 작은 숲으로 변신했다. 한데 '나무' 생김새가 독특하다. 줄기에 해당하는 철제 기둥 꼭대기로부터 하늘하늘한 녹색 그물이 드리워져 있다. 크고 작은 열네 그루의 나무는 전기의 힘을 빌려 비로소 모습을 갖춘다. 꼭대기에 달린 모터가 돌아가면 원심력에 의해 그물이 바깥쪽으로 부풀어 펼쳐지며 익숙한 나무 형태를 구현해낸다.

    이 숲의 이름은 원심림(遠心林). '원시림'과 '원심력'을 합친 단어다. 나무는 '원심목(木)'이다. 나무 아래에선 바퀴 달린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그늘을 따라 움직인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인공 나무가 신기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다. 건축가 양수인(42)씨 작품인 원심림은 도심의 더위를 식혀줄 작은 공원으로 이 자리에 조성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올해 우승작이다.

    가볍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신진 건축가들에게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를 주기 위해 1998년 시작했다. 이후 다른 나라 미술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국제적 행사로 확대되고 있다. 2010년 칠레, 2011년 이탈리아, 2013년부터 터키가 참가했고 2014년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시아 최초로 이 행사를 열고 있다. 매년 '쉼터' '그늘' '물'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우승 작품을 서울관 마당에 설치한다.

    올해 우승자 양수인은 건축가라는 이름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작가다.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설치 디자인 작품도 꾸준히 선보여왔다. 서울시 신청사 앞의 귀 모양 조형물 '여보세요'(2013)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건물 안으로 전해준다. 2011년에는 반대로 작은 부스에 들어가 이야기하면 목소리가 주변에 퍼지는 발언대 '있잖아요'를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해 주목받았다.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 홈구장의 응원 로봇 '팬봇'(2014)도 그의 작품이다. 야구장에 오지 못한 팬들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로봇이 든 전광판에 출력해 현장에서 응원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원심림에는 가볍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고 설치가 쉬운 건축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일반적인 지붕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하려면 땅을 파고 무게 추를 묻어야 한다. 결국 시간과 노력, 한정된 예산을 땅속에 묻어버리는 일이다. 지붕 대신 케이블로 보다 가벼운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존재감이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지붕'이었다. 원심목의 그물은 곧 그늘을 만들어주는 지붕이다. 모터는 약 4분간 돌고 2분간 쉬게 설정돼 있는데 작동 시간과 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 바람이 너무 강할 때도 센서가 이를 감지해 모터가 멈춘다. 부풀었던 그물이 중력으로 처지면서 지붕이 바람에 맞서지 않고 잠시 사라지도록 한 것이다.

    최적의 형태와 작동 방식을 찾기 위해 모형을 50번 넘게 만들었고 실험 중에 모터가 타 버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대신 실제 설치 때는 마당을 파헤치지 않고 빠르게 완성했다. 전시가 임박해도 별다른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미술관 측에서 "제때 완성할 수 있겠냐"고 염려할 정도였단다.

    의도하지 않은 효과도 나타났다. 와인 잔 같기도 하고 버섯 같기도 한 원심목은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해파리처럼 가볍게 일렁이며 율동감을 자아낸다. 비 오는 날에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물이 회전하며 물방울을 후두둑 털어내는 모습은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이 바람을 받아 떨어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자연의 숲과 나무도 비 오는 날은 또 그대로 운치가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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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미술관 마당과 건물 옥상을 계단으로 연결한 SGHS의 ‘파티오 ②뒤집힌 피라미드 모양을 한 조진만의 ‘유적’23 ③’목조건축 기법으로 나무를 만든 김재경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 마당을 활용한 다양한 생각들

    올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후보는 23팀이었다. 실물로 구현된 것은 우승작인 원심림 하나이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도면·조감도·모형·영상 등의 형태로 미술관 내 제8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미술관 마당이 얼마나 다채롭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 총 100여 점이 전시된다.

    원심림과 함께 최종 후보군에 오른 4개 작품이 특히 눈에 띈다. 건축가 조진만의 '유적'은 뒤집힌 피라미드가 미술관 마당에 박힌 듯한 형태가 강렬하다. 원래는 피라미드의 바닥이었을 사각형 부분이 처마가 돼 마당에 그늘을 드리운다. 김재경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한·중·일 목조건축의 기법을 응용해 새로운 형태의 나무를 디자인했다.

    건축사무소 'SGHS'는 미술관 마당과 주변 공간의 연계성에 주목했다. 마당은 미술관 본관인 옛 기무사 건물의 옥상, 미술관 바로 뒤 조선시대 종친부(宗親府) 관아터의 마당으로 이어지는 현관 역할을 한다. 마당에 구조물을 세우는 대신 거대한 모래밭 놀이터를 만든 건축사무소 'stpmj'의 아이디어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10월 9일까지. (02)3701-9500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이 ‘강추’ 한 맛집

    장진우 식당=경복궁 돌담 보이는 소격동에 있다. 퓨전스타일의 ‘차돌박이 링귀니’가 맛있다. 매콤하면서도 야채와 차돌박이가 적절하게 조합된 맛이 예스러운 동네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02)734-9100

    도토리=불떡콩(불고기&떡볶이&콩나물)이 유명한 화동 식당. 주방장이 조리를 완료해 먹기 바로 직전에 가져다 주는 즉석 떡볶이 집이다. 여러 메뉴가 있지만 불떡콩 메뉴가 제일 인기. 라면보다는 쫄면 사리를 넣는 것이 떡볶이 소스와 더 잘 어울린다. (070-7623-3561)

    별궁식당=청국장 정식이 맛있는 집. 소격동의 좁고 오래된 골목길 안에 위치한 식당으로, 이 집 청국장은 인근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들 사이에 최고 인기를 얻고 있다. 복닥거리는 한옥 한 켠에서 먹는 맛이 정감 있다. (02)736-2176

    우물집=삼청로길에 있는 이 식당의 대표메뉴는 돼지갈비. 달콤하고 부드러운 소스에 재워진 숯불돼지갈비 맛이 일품이다. 여름엔 물냉면, 겨울엔 차돌박이 된장찌개와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02)735-0545

    긴자바이린=‘수요미식회’에 나올 만큼 소문난 삼청동 맛집. 일식 돈까스에 와사비와 돈까스 특제소스를 버무려 식빵에 넣어 만든 ‘가츠샌드’가 별미다. (02)734-9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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