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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本色… 여름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섬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5월 IS(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남단 민다나오섬에 계엄령을 내렸다. 이 와중에 보홀(Bohol)이라는 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안다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섬. 세부·마닐라에서도 다시 선박과 비행기로 들어가야 했던 섬.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는 평화롭다.

    입력 : 2017.07.14 04:00

    가까워진 보물섬

    필리핀 여행, 안전할까?
    태풍 영향 적고
    순박한 주민들
    관광객 유치 적극 '보홀'

    "너 가이드냐?"

    요즘 필리핀 여행을 추천하면 이 소리를 듣게 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IS(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남단 민다나오섬에 계엄령을 내렸다. 지난달엔 수도 마닐라의 한 카지노에서 총격 사고가 발생했고, 한국인 1명이 사망했다. 이 와중에 보홀(Bohol)이라는 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엔 국내 최초 직항 노선까지 생겼다. 조만간 순차적으로 보홀을 다루는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필리핀관광청이 한국 기자들을 초청해 답사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가도 될까?

    보홀의 상징과도 같은 초콜릿힐. 1200여 개의 이 거대한 언덕은 짝사랑한 여인을 납치하다 너무 꽉 껴안아 죽이고 만 거인이 흘린 눈물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정상혁 기자, 필리핀 관광청
    보홀의 상징과도 같은 초콜릿힐. 1200여 개의 이 거대한 언덕은 짝사랑한 여인을 납치하다 너무 꽉 껴안아 죽이고 만 거인이 흘린 눈물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정상혁 기자, 필리핀 관광청

    안전합니까? 정말?

    아는 사람은 안다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섬. 세부·마닐라에서도 다시 선박과 비행기로 들어가야 했던 섬. 그러니 직항 비행기가 첫 운행을 시작한 지난달 23일 출국 당일까지도 불안했던 것이다. 시골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유일한 국제공항의 풍경은 그 불안을 배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는 평화롭다.

    주민들은 순박한 편이며, 돌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불시에 피습당할 걱정은 안 해도 좋다. 사면이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태풍의 영향도 적다. 이곳은 관광객 유치의 의지로 충만하다. 이날 만난 세사르 몬타노 필리핀관광진흥청장은 "관광 경찰을 배치해 여행객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엔 새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라 한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자연.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를 상상할 때 쉽게 떠오르는 바다와 숲과 과육이 뚝뚝 떨어지는 햇살이 만연한 섬. 필리핀에서 열 번째로 큰 섬. 그러나 한나절이면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는 섬. 사람이 많지 않은 섬. 대중교통 체계 부재로 이동이 번거로워, 오히려 한 곳에 묻혀 푹 익어가기 좋다.

    돌고래 뛰노는 해양… 물놀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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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보홀에서 가까운 버진 아일랜드. ②물놀이 와중에 만나는 발리카삭의 바다거북./정상혁 기자, 필리핀 관광청

    대부분의 숙소는 팡라오(Panglao)에 있다. 알로나 비치(Alona Beach)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모래는 눈알을 부드럽게 하는 연한 살구색이다. 분(粉)처럼 미세하고 손 위에서 녹아버리는 물성을 지녔다. 뛰노는 이들의 얼굴빛이 고와진다. 여기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면 다이버의 낙원으로 불리는 섬, 발리카삭(Balicasag)에 닿는다. 염도(鹽度)가 높아 물에 잘 뜨니, 수영을 못 해도 스노클링을 즐기며 산호와 바다거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버진아일랜드(Virgin Islands)가 있다.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CF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CM송을 읊조리며 뛰놀다 보면 잊기 쉬우나, 버진아일랜드는 이름처럼 성스러운 섬이다. 여행객들이 기도하러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병을 앓고 있던 이 섬의 주인이 열성적인 기도 덕에 기적적으로 회복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하루에 한 번 조석간만의 차로 인해 길 하나가 떠오르는 기적까지 연출한다. 그러니 이 섬에선 흡연·음주는 물론이거니와 연인 간의 키스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보홀 상징 구경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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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제일 작은 영장류 타르시어 원숭이./정상혁 기자, 필리핀 관광청

    보홀엔 몇 개의 상징이 있다. 그중 하나가 초콜릿힐(Chocolate Hills). 경주 왕릉을 연상시키는 높이 30~50m의 원추형 봉우리 1200여 개가 솟아 있다. 이게 '키세스(Kisses) 초콜릿'과 비슷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을 대표하다 보니 수퍼마켓에서 초콜릿힐 모양의 땅콩과자를 팔 정도다. 맛이 괜찮다.

    로복(Loboc)강 크루즈도 대표적인 관광 코스. 총길이 21㎞의 로복강을 3㎞ 정도 돌아보는 것인데, 식사를 하면서 라이브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강바람을 맞는다. 야자수 흐드러진 탁 트인 조망은 나쁘지 않으나 취향에 따라선 영양 넘치는 로복강의 탁류가 탐탁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작은 마을 코렐라(Corella)로 가면, 이곳의 명물 안경원숭이 열여덟 마리를 관리하는 보호구역이 있다. 몸길이 10㎝ 남짓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 타르시어(Tarsier) 원숭이다. 만지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극도로 예민한 성격을 지녔다. 오호통재라. 이곳에서도 한국인이 저지른 만행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구에 일종의 호소문처럼 한글과 중국어로 적혀 있다. '제발 안경원숭이를 만지지 마십시오.' 제발 만지지 말라면 만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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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클라욘 성당 내부./정상혁 기자, 필리핀 관광청

    곳곳에서 명멸하는 스페인

    이곳에서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 사실이며, 사실이 아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기 때문. 1571년부터 1898년까지 식민지였던 탓에 곳곳에 스페인 문화가 남아 있다. '혈맹 기념상'이라거나, '산두고(Sandugo) 축제'라거나, '로복 성당(Loboc Church)'이라거나, 국보이자 1595년 착공한 보홀 최고(最古)의 성당 '바클라욘 성당(Baclayon Church)' 등이 그러하다. 필리핀 특산 물라비 나무에 산호석 가루와 계란 흰자를 섞은 코랄 스톤(Coral stone)으로 지어져 각별한 바클라욘 성당은 그러나 2013년 지진으로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복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빛

    현혹되지 마라. 반짝인다고 다 별이 아니니까. 보홀은 조용하고 맑은 섬이지만, 완벽한 섬은 아니다. 문화적으로 고양되기는 아무래도 부족하고, 해외여행에 익숙한 여행객이라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 뭐라도 남겨야겠기에 아바탄강(Abatan river)에 있는 반딧불 체험장으로 간다. 보트를 타고 조용히 강가로 나아간다. 해가 지면 다른 게 뜨는 법. 물가의 나무마다 반딧불이 모여 있다.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 모여 형광의 군무를 춘다. 빛이 약해 사진을 찍어도 담기질 않는다. 그러니 그냥 기억하시길. 그것은 조용한 불이다. 반딧불은 깨끗한 곳에서만 산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깨끗한 곳에 가닿으려 한다.

    지도

    인천~보홀(탁빌라란) 노선이 생겼다. 오전 2시 30분 출발, 오전 6시 현지 도착. 귀국편은 오후 5시 20분 출발, 오후 11시 25분 국내 도착.

    매년 7월 길거리 축제 ‘산두고 페스티벌’이 열린다. 미스 보홀 산두고를 뽑는 미인대회도 함께 열리는데, 형형색색의 옷으로 장식한 주민들이 벌이는 그랜드 퍼레이드는 주로 마지막 일요일에 개최된다.

    배낭여행객을 위한 저렴한 숙소부터 고급 리조트까지 다양하다. ‘아모리타 리조트’(amoritaresort.com) ‘헤난 리조트’(henann.com/bohol/henan nalonabeach) ‘사우스팜스 리조트’(south palmsresort.com) 등이 유명하다.

    초콜릿힐 전망대 입장시각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50페소.(1필리핀페소=약 22.6원)
    타르시어 보호센터 오전 9시~오후 5시. 성인 60페소. 학생 50페소. 5세 이하 무료.

    바클라욘 성당 오전 8시~오후 5시. 25페소. 로복강 크루즈 오전 10시~오후 8시. 550~650페소. 1달러 정도를 기부하고 원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반딧불 크루즈 오후 6시~8시. 50페소. 저녁식사와 함께하는 보트 투어는 1인 1700페소. 2인 이상 각 800페소. 3~5인 각 60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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